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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렵다고 긁으면 상처만 나, 알레르기약.

"귀가 간지럽다고 계속 만지면 상처만 나요."

by 세진

요즘 또 귀가 간지럽다.

알레르기약을 꺼내먹으려다 참는다.

손에 든 알레르기약 봉투.

감기약과 동시 복용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내려놓는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귀의 가려움을 무시하며,

그렇게 꾹꾹 귀의 간지러움을 참다.


이렇게 귀가 간지러운 증상은 2년 전, 21살 겨울부터 시작이 되었었다.


귀지가 없는데도 귀지가 있는 거마냥 엄청나게 가려운 증상. 2년 전 병원에 방문했을 시절, 귀에서는 심하게 상처가 나고 진물까지 났었다. 그때 의사 선생님에게

들었던 말은 다음과 같았다.


"귀가 간지럽다고 건들면 더 상처 나요.

간지러워도 내버려 두어야 나아요."라는 말이었다.


스트레스로 귀가 간지러울 수 있으니, 그걸 자각하고 건들지 말라는 것.



약 2년 전, 심하게 간지러웠던 그 증상은 알레르기약을 꽤 오래 먹으며 가라앉혔다.

하지만 가끔,

여전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그때처럼 귀가 간지럽다.


루틴은 똑같다.


면봉을 들어 귀를 헤집고,

귀지가 없는 걸 확인한다.

그러고 나서 스트레스로

인한 알레르기임을 자각한다.

그럼에도 손을 넣어 귀를 만진다.


간지러. 간지럽단 말이야...


아 진짜! 결국 급히 알레르기 약을 찾는다.


그렇게 며칠을 해도 안 나으면 병원에 방문한다.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은 그 이후로 방문하면, 언제나 이리 말씀하셨다.


"이번에도 귀에 큰 문제가 없네요. 알레르기예요."라고.

그러면서 무심하게 빨간약으로

귀를 소독해 주신다.

빨간약이 스치면서 귀에 닿을 때면

괜스레 쓰라리다.


나에게 별 말도 없이 치료해 주시기에,

괜히 더 귀에게 미안해진다.

오늘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상처를 만들었구나. 그래서 병원을 방문했구나 싶어서.

그런 마음으로 내 몸에게 미안해진다.


비상용으로 타 둔 5일의 귀 알레르기약을 들고 귀가하는 날이면,

쓰라린 소독약과 귀의 간지러움 증상은 배가 된다. 그러고서 집에서 약을 먹으면 자연스레 가라앉는다. 언제 간지러웠냐는 듯이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적는 나는 오늘 하루종일 귀가 간지러웠다. 여느 때처럼 면봉으로, 손으로 내 귀를 헤집었다. 그리고서 그만둬야 되는 걸 알았지만 간지러움과 누군가 긁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알레르기 약을 바로 먹을 수 없었다.

지금은 감기약을 먹고 있어 알레르기 약을 못 먹기 때문이다. 약 과다복용은 위험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은 약 없이 참기로 결심한다.


내가 나에게 상처를 더 만들지 않기 위해,

오늘도 의사의 말을 떠올려 다.


"귀가 간지럽다고 계속 만지면 결국 상처 나요."

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이건 귀의 알레르기

얘기만이 아닐 거다.


무엇이든 가렵다고 해서 참지 않고

상처를 긁으면 낫지 않는다.


가려운 증상이 있다고 해서

멀쩡한 귀를 헤집으면 상처만 난다.


증상을 해결하지 않고 내버려 둔 채로 만지는 귀,

그리고 상처 나는데도 멈추지 못하는 긁음.


생각해 보면 이건 상처를 다시금 떠올리고 복습하고 해하려 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마치 자해의 모습 같은.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긁으며 상처 내는 모습이.


그래서, 때로는 어떤 상처가 가렵다고 해서

무작정 긁으면 안 된다.

아무리 가렵더라도.

알레르기약을 먹지 못하더라도,

무엇을 사용해서라도

그 가려움을 없애려고 하면

안 될 것이다.


그것이 내면의 상처든, 외면의 상처든.

때로는 내버려 두는 것만이 낫는 길일 수도 있다.


나을 거라는 믿음의 알레르기약.

이 증상이 완화될 거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알레르기약.

그것은 나의 의지와 동일시된다.


어쩌면,

이 알레르기약은

단순히 섭취하는 약만이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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