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데리버거를 통해
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하위층이라고 불리는 롯데리아. 투박하고 가성비만 챙긴다며 욕을 먹는 롯데리아다. 그럼에도 나는 롯데리아가 좋다. 롯데리아가 가지고 있는 투박한 맛은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즉, 간결하고 단조로워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햄버거 프렌차이즈 브랜드를 이야기 하면 언제나 하위권을 차지하는 건 롯데리아다. 롯데리아를 포함한 많은 브랜드들이 있지만, 정작 젊은이들에게 투표를 하게 되면 롯데리아는 늘 뒷 순위로 밀리게 된다.
그래서 실제로 롯데리아를 좋아한다고 하면,
롯데리아를 좋아하는 나는 “가성비”만 따지는 “저렴한” 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내가 롯데리아의 어떠한 점이 좋다고 아무리 어필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이미 타 브랜드의 햄버거“만”을 선호한다고 외친다. 무엇과 비교되면서, 밀려나 버리게 된 건 단조롭고 단순한 롯데리아 버거였다.
특히 롯데리아 버거에서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데리버거”는 어떠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다른 어떠한 버거보다 기본만 충실한 메뉴 중 하나다. 그래서 더욱 투박하다. 데리버거만의 특유의 달짝지근한 소스, 과하지 않은 양상추. 또 롯데리아만의 감자튀김이 가지는 적당한 기름짐, 롯데리아만의 강한 탄산까지. 롯데리아의 시그니처 “데리버거 세트”는 투박하지만 기교 없는 맛을 가지고 있다. 나는 다른 브랜드처럼 휘황찬란하고 재료가 많이 들어간 화려한 버거도 좋다. 그렇지만 나는 기본에 충실한 “단조로운 음식”이 가장 좋다.
생각해보면 이건 햄버거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햄버거를 제외한 모든 요리에서도 담백함을 추구했고, 단조로움을 추구했다. 기교를 부리고,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한 요리들도 물론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입 안에 넣었을 때 복잡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 단순하고 단조로운 맛을 사랑한 것이다.
그리고 이건 요리 하나만이 아닌 거 같다. 삶도, 글도, 그 어떠한 무엇도. 나는 기교 없이 단조롭게 드러나 있는 모습을 좋아한다. 꾸미지 않아도 단조로운 모습을.
그리고, 이러한 단조로운 모습을 사랑한 건, “필요 이상으로 과한 건 싫다”는 철칙에서부터 출발하게 되었다.
사람을 대할 때도 너무 담백한 사랑은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요리도, 어떠한 것도 마찬가지다. 담백함을 너무 추구하다 보면 싱거워지기 마련이니까. 즉, 적당한 담백함과 적당한 단조로움은 꼭 필요하다. 롯데리아 버거세트에서도 적당한 기름짐이 없었다면, 그건 감자튀김의 본질을 헤쳤을 것이다.
이처럼, “과하지 않은” 적당한 투박함은 필요하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롯데리아의 햄버거를 사랑한다. 햄버거라는 음식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투박하고 단조로운 모습. 내가 나로서 담백하게 있을 수 있다는 믿음과 신조만으로 버텨온 베스트셀러의 자리.
햄버거만이 아니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담백했다. 너무 싱겁지도, 너무 달지도, 너무 맵지도, 너무 기름지지도 않는. 투박하지만 싱겁지 않고 담백한 맛들이 나는 거다. 이러한 것들이 가장 단순해보여도 가장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그것이 “본질”이기에. 나는 그러한 본질을 가진 것들을 좋아한다. 그것이 나만의 행복이니까. 그러한 본질을 내가 아니까.
그러기에 나는 오늘도 롯데리아의 데리버거를 보호해준다. “데리버거의 맛을 알아?”라고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