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믿었고 또 믿지 않았다.
오늘 하루 할 일이 많았다.
운동하고 씻고,
같은 동네에 사는 대학 선배도 만나러 가야 했고,
남편이 신나 하며 티켓팅에 성공한 장범준 콘서트도 보러 가야 했다.
'아 ~ 오늘 운동 끝나고는 파스타를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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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걱정 어린.. 두서없고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
'자기야.. 마야가 갑자기 뒷다리를 못쓰고 너무 아파해. 그냥 내 옆에 있었는데. 너무 아파해. 침 흘리고. 토할라 해. 어쩌지. 바로 병원 갈까?'
머리가 차가워졌고
즉시 혈전임을 확신했다.
왜?
나는 마야가 심장병이 확진된 3년 전부터 마야에게 닥칠 수 있는 온갖 상황을 시물레이션 해봤거든.
그리고 미리 아파했거든.
‘바로 24시간 병원으로 데리고 가줘, 바로 갈게.'
사실 어떻게 갔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택시 타고 갔겠지 뭐.
여태 처음 듣는 마야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응급실 문을 깨고 들어가서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근데 혈전은 응급이니까.
빠르게 사태 파악을 하고 빠른 조치가 필요하니까.
그저 꾹 눌러 참다가.
남편을 보며,
' 마야 힘들어하니까 조금만 이따 하라고 말해줘'
하고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 것만 기억난다.
이후 주치의분께서는 마야가 절대 안정될 수 있도록 진통제를 줄 거고
일단 혈전으로 보인다.라고 이야기 해 주셨다.
그리고 2시간 후 초음파를 보고 마야의 정확한 상태를 말씀 주겠다고
식사라도 하고 오시라 보내셨다.
진짜.. 어떻게 식사를 해..
몸이 떨리고 너무 추웠다.
심장이 작게 진동하듯 바르르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오늘, 날이 너무 추워서 그런 거야. 운동하고 급하게 와서 땀이 식어서 그런 거야'
그리고 혈전 회복, 혈전 예후, 혈전 관련 사례를 미친 듯이 검색했다.
회복하지 못한 수많은 사례들.
'응 , 이미 혈전은 정말 위험한 상태인 거 알고 있어, 근데 마야는 다를 거야 '
몇 안 되는 작은 희망 사례들만 찾아 읽었다.
그리고 그게 마야일 거라 생각했다.
두 시간 뒤. 주치의 선생님과 면담시간.
선생님에게 나는 어렴풋한 담배 냄새가 기억나고
길어지는 설명에 속으로 짜증이 솟구쳐
소리 지르고 싶은걸 500번 정도 참았다.
결론적으로 마야 상황은 좋지 않았다.
마야의 혈전은 일반적이지 않았고
혈전이 엄청 크고 뒷다리뿐 아니라 콩팥으로 가는 혈관도 막고 있었다.
심장은 더 커져 있었고
그리고 디스크도 있고
복막염도 있고
위염 장염도 있고
이 염증들은 혈전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잘 모르겠고
비장으로 가는 이상한 혈관이 있고
다만 아직 폐수종은 안 왔다.
500번 눌러 참은 말을 차분히 물어봤다.
'마야가 정상적으로 퇴원할 확률이 있나요?'
'네, 해볼 수 있어요.'
나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최대한 부탁드려요. 그리고 최대한 마야가 아프지 않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