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버, K-뷰티를 ‘브랜드 시스템’으로 만들다

CASE TRACKING

'크레이버'

틱톡에서 시작해 글로벌 리테일까지 확장하는 뷰티 애그리게이터의 성장 공식

예서1.png (출처: 크레이버)

이 케이스 트래킹은 글로벌 K-뷰티 수요 확대와 경쟁 심화 속에서 크레이버가 틱톡 기반 인플루언서 커머스로 초기 인지도와 판매 전환을 확보하고, 이후 브랜드 포트폴리오 내재화와 글로벌 유통 확장을 통해 ‘플랫폼과 커머스를 아우르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 빌더’로 스케일업하는 과정을 담았다. 본 글은 2025년 3월, 크레이버가 스킨천사를 흡수합병한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화장품 산업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화장품 산업은 제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소비재 제조 산업이다. 스킨케어와 색조, 바디·헤어 제품 등 일상적인 반복 구매가 이루어지는 카테고리 특성상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해왔으며, 최근에는 홈뷰티 디바이스와 맞춤형 화장품까지 영역을 넓히며 뷰티테크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30조 원을 상회하고, 글로벌 수출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K-뷰티는 하나의 독립적인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국내 화장품 산업은 ODM·OEM 중심 제조 인프라가 고도화되면서 빠른 상품 출시와 높은 시장 대응력을 확보했다. 제조사는 브랜드를 대신해 기획부터 생산까지 담당하며, 소량 다품종 생산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초기 설비 투자 없이도 브랜드 런칭이 가능해졌고, 인디 브랜드와 스타트업이 대거 시장에 진입했다. 그 결

과 책임판매업체 수는 급증했고, 시장은 다수 브랜드 간 경쟁 구조로 재편되었다.


문제는 역설적으로 ‘너무 잘 만들어지는 제품’이었다. 제조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성분, 제형, 기능 중심의 차별화는 빠르게 모방 가능해졌고, 과거의 USP 전략은 더 이상 강력한 경쟁력이 되지 못했다. 이제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은 기본 조건일 뿐, 구매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자사몰 중심 D2C와 직구 판매 방식은 복잡한 결제, 긴 배송, 관세 부담으로 전환율이 낮았고, 벤더나 플랫폼에 의존할수록 마진과 데이터 통제권은 줄어들었다. 결국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품 경쟁이 아닌, 채널과 유통을 직접 설계하는 ‘구조 경쟁’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등장한 플레이어, 크레이버

예서2.png (출처: 스킨1004)

크레이버는 이러한 구조 변화 속에서 등장한 기업이다. 단순 화장품 제조사나 브랜드사가 아니라, 브랜드를 기획하고 키우고 유통까지 연결하는 ‘뷰티 브랜드 빌더’를 지향한다. 전신인 비투링크 시절부터 크로스보더 유통을 통해 해외 판매 데이터를 축적했고, 무엇이 어느 국가에서 팔리는지 먼저 검증하는 테스트베드형 사업을 운영해왔다. 이후 스킨1004(스킨천사)를 인수하며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글로벌 B2B 도매 플랫폼 ‘우마’를 구축해 브랜드와 바이어를 직접 연결하는 유통 인프라까지 내재화했다.


즉, 크레이버는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팔리는 구조를 먼저 만드는 회사’다. 콘텐츠, 데이터, 브랜드, 유통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K-뷰티의 스케일업 방식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전략 1. 틱톡 기반 콘텐츠 커머스로 전환을 만든다


첫 번째 전략은 틱톡 생태계를 활용한 인플루언서 커머스다.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자는 숏폼 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탐색하고, 플랫폼 내에서 즉시 결제까지 완료하는 ‘실시간 전환 소비’ 패턴을 보인다. 광고보다 실제 사용자의 리뷰와 체험 콘텐츠를 더 신뢰하며, 콘텐츠 시청과 구매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크레이버는 이러한 행동을 정확히 공략했다. 틱톡샵의 슈퍼 브랜드 데이 기간에 맞춰 메가 인플루언서 라이브, 해시태그 챌린지, 단독 프로모션을 결합한 통합 캠페인을 운영했고, 온라인 노출과 오프라인 체험 행사를 동시에 연결하는 O2O 구조를 설계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에서는 3일간 약 10억 원 매출과 카테고리 1위를 기록했고, 검색량과 브랜드 관심도가 동시에 급증했다. 플랫폼 트래픽을 ‘직접 매출’로 전환한 사례였다.



전략 2. 유통을 직접 장악해 마진과 데이터를 가져온다


두 번째 전략은 글로벌 유통 내재화다. 많은 K-뷰티 브랜드가 벤더나 아마존 같은 플랫폼에 의존하며 수수료와 마진을 지불하지만, 크레이버는 ‘우마’라는 자체 B2B 유통 플랫폼을 구축했다. 전 세계 바이어가 직접 한국 브랜드를 소싱하고, 주문부터 물류, 통관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오프라인 네트워킹 행사 ‘Craver Day’를 통해 다수 브랜드와 바이어를 동시에 연결하며 대량 거래를 성사시켰고, 스킨1004 센텔라 앰플은 코스트코 11개국에서 120만 병 이상 판매되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유통을 직접 통제함으로써 벤더 의존을 줄이고, 마진과 데이터 주도권을 동시에 확보한 결과였다.



전략 3. 현지화로 ‘로컬 브랜드처럼’ 보이게 만든다


세 번째 전략은 글로컬라이제이션이다. 글로벌 소비자는 단순 한류 이미지보다 자국 문화와 맥락에 맞는 콘텐츠에 더 높은 신뢰를 보인다. 크레이버는 이를 반영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현지 배우 나타샤 윌로나를 앰배서더로 선정하고, 자카르타 대형 몰에서 팝업과 체험형 행사를 진행했다.


단순 전시가 아니라 매장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경험형 접점’을 설계했고, 오프라인 체험은 SNS 바이럴과 온라인 구매로 이어졌다. 글로벌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나라 브랜드처럼 느껴지는’ 친밀감을 만든 전략이었다.



크레이버가 만든 새로운 공식


크레이버의 전략을 종합하면 명확하다. 좋은 제품을 만든 뒤 마케팅하는 방식이 아니라, 먼저 채널과 팬덤, 유통 구조를 설계한 뒤 브랜드를 얹는다. 콘텐츠로 수요를 만들고, 플랫폼에서 즉시 전환시키고, 유통을 직접 장악해 마진을 확보하며, 현지화 전략으로 신뢰를 구축한다. 제품은 그 위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이 접근은 크레이버를 단순 브랜드사가 아닌 ‘뷰티 애그리게이터’로 만든다. 여러 브랜드를 포트폴리오처럼 운영하며 글로벌 판매 접점을 확장하고, 데이터와 유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을 가속화한다.



그래서, 크레이버는 어디로 가야 할까


결국 크레이버의 다음 단계는 명확하다. 글로벌 판매 접점을 더욱 넓히고, 국가별 맞춤 마케팅을 결합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하는 ‘K-뷰티 브랜드 에그리게이터’로 도약하는 것이다. 단순히 더 많은 제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브랜드가 성장하는 시스템 자체를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 K-뷰티의 경쟁력이 제품력이 아닌 구조 설계 능력으로 이동하는 지금, 크레이버의 실험은 가장 앞선 답안에 가깝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김예서 / novicepie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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