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밖으로 나온 AI, 피지컬 AI의 시대

TREND INSIDE

피지컬 AI란 무엇인가


image.png (출처: TOKENPOST)

피지컬 AI는 AI가 물리적 실체 안에 구현되어 센서와 액추에이터* 등을 통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판단 및 행동함으로써 환경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피지컬 AI는 AI 모델이 LLM(Large Language Model)에서 VLA(Vision-Language-Action)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하였다. 먼저, ‘대규모 언어 모델’을 의미하는 LLM은 웹사이트, 기사 등 다양한 소스에서 수집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전 학습’하며,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성한다. 최근 일상에서 널리 활용되는 ChatGPT와 Claude가 대표적인 예시다. 그러나 LLM은 이를 현실 세계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는 물리적 ‘몸체’가 없어 실제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하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VLA 모델이 등장하였다. VLA는 Vision(시각), Language(언어), Action(행동)을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연결함으로써, 입력된 정보를 실제 행동으로 출력하고, 현실 세계를 직접 조작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VLA는 센서와 카메라 등을 통해 현장에서 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학습된 데이터에 주로 의존하는 LLM과 차별성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VLA 구조를 기반으로, 디지털 환경에 머물던 AI가 물리적 세계로 확장된 형태가 바로 피지컬 AI라 할 수 있다.


*액추에이터: 제어 신호를 받아 특정 동작을 수행하는 실행 장치



피지컬 AI는 어떤 원리에 의해 작동할까


피지컬 AI는 크게 ‘AI 알고리즘’, ‘컴퓨터 비전 및 센서 기술’, ‘네트워크 인프라’, ‘액추에이터’라는 4가지 핵심 기술로 구성된다. 먼저, AI 알고리즘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상황에 대한 자율적인 판단, 계획, 추론 등 지능적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컴퓨터 비전 및 센서 기술’은 피지컬 AI가 시각적 정보를 인지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환경의 구조적, 의미적 정보를 해석해 공간적 맥락을 형성해 주는 감각 기반의 기술이다. ‘네트워크 인프라’의 경우, 현장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전송하기 위한 핵심 기반 기술이며, ‘액추에이터’는 AI의 판단을 실제 움직임으로 전환함으로써 피지컬 AI가 환경에서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수행하도록 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4가지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피지컬 AI는 VLA 모델로서 기능할 수 있다.



피지컬 AI는 어떻게 트렌드로 부상한 것일까


피지컬 AI는 과학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실현 가능해졌으며, 그중에서도 센서와 액추에이터 기술의 발전이 핵심적인 기반으로 작용하였다. 센서와 액추에이터는 각각 물리적·화학적 변화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하고, 전기적 신호를 물리적 동작으로 전환하는 장치로서 로봇 시스템의 입력과 출력을 담당한다. 센서 기술의 발전은 로봇의 전방위적 환경 인식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액추에이터의 고도화는 정밀한 제어 성능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로봇 설계의 자유도와 적용 범위를 확장시켰다.


이에 더해, 인공지능 모델의 규모 확장, 데이터의 양 증가, 컴퓨팅 자원의 확대만으로는 성능 향상이 한계에 도달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사후 학습’과 ‘강화 학습’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이러한 학습 패러다임의 변화는 물리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능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는 피지컬 AI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한편,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주권을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각국은 AI 기술을 단순한 산업 기술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육성 전략과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회적 배경 또한 피지컬 AI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이 맞물리며, 자동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구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약 2.1명 수준을 유지해야 하지만, 전 세계 합계출산율은 1.59명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노동 공급 감소와 인력 공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청년층의 기피 현상이 지속될 경우, 숙련 노동자의 부족이 심화되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 저하로 연결될 위험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무역 질서가 분절화되는 흐름 속에서 국가의 자립 역량을 나타내는 ‘실질적 생산 역량’이 핵심 경쟁력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피지컬 AI의 도입은 생산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 나아가, AI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산업재해를 감소시킨 해외 사례들은 피지컬 AI 도입의 사회적 필요성과 정책적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피지컬 AI의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

image.png (출처: 로봇신문)

미국 Agility Robotics는 세계 최초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상업 현장에 투입한 기업이다. 이들의 휴머노이드 로봇 ‘Digit’은 물류 현장에서 인간과 협력하며 물품 운반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2024년 6월부터 글로벌 물류기업 GXO에 정식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 Digit은 단순한 사전 명령 수행을 넘어, 명령의 의미를 해석하고 주변 환경을 고려해 행동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기존 자동화 로봇과 차별화된다. 예를 들어 ‘가장 무거운 상자를 네 번째 타워로 옮겨달라’는 지시가 주어질 경우, 상자의 무게를 인식·비교한 뒤 목표 지점까지 자율적으로 운반한다.


미국의 로봇 공학 기업 Boston Dynamics는 순찰·점검 자동화를 위한 4족 보행 로봇 ‘Spot’을 개발하였다. Spot은 험지와 비정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어 공장 점검, 건설 현장 모니터링, 방사선 감지, 환경 감시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 쉘(Shell)은 위험 지역 점검에 Spot을 도입했으며, 미국 경찰은 폭발물 탐지 및 원격 수색에 이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려아연이 제련소 점검에 Spot을 도입하여 고위험 작업의 자동화를 실현하였다.


국내 기업 마음AI는 2025년 1월 자율주행 안내 로봇 ‘에이든(AIden)’을 출시하며 상용화에 진입하였다. 에이든은 고성능 LLM 기반 음성 상호작용과 E2E(End-to-End)* 자율주행을 결합한 피지컬 AI로, 전시장·공항·쇼핑몰 등에서 이용자 안내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공간을 자율적으로 탐색하며 실시간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맥락 기반 대화를 통해 인간 개입 없이도 현장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비스형 피지컬 AI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휴머노이드: 인간(human)과 '형태를 한(-oid)'이 합쳐진 단어로, 인간의 형태와 행동을 모방한 로봇 또는 인간형 존재

*E2E(End-to-End): 프로세스를 시작부터 끝까지 살펴보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서는 인공지능이 자율주행 전 과정을 제어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트렌드의 전망과 한계는 어떨까?


글로벌 제조 현장은 전 생산 과정에 ICT를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를 넘어, 인간의 개입 없이 24시간 운영되는 ‘다크팩토리’ 단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로봇과 AI의 산업 침투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이미 다크팩토리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대표적으로 샤오미는 베이징 공장에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24시간 무인 생산 체계를 구축했으며, 초당 1대 수준의 스마트폰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전기차 사업까지 확장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피지컬 AI의 주요 활용 분야 중 하나인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도시 조성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국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샌프란시스코와 유사한 대규모 자율주행 실증 도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자율주행 배송 로봇이 도시 내 물류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크다.


산업 현장과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피지컬 AI는 점차 가정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정에 보급될 경우, 가사 노동 자동화를 통해 개인의 여가 시간을 확대하고, 고령자·장애인의 일상생활 자립을 지원하는 등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상용화된 휴머노이드 및 산업용 로봇은 제한된 환경에서의 반복 작업에 주로 활용되며, 복잡한 상황 판단이나 예외 대응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센서·제어·기구 설계·데이터 축적이 동시에 요구되는 피지컬 AI의 특성상 기술 성숙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핵심 부품 및 플랫폼 생태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국내 기업들은 높은 비용 부담과 빠른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부품과 플랫폼에 대한 의존을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핵심 기술의 내재화가 지연되는 구조적 한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피지컬 AI 도입은 현장 인력의 일자리 축소 우려를 동반하며, 노동 조직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회적 수용성 문제까지 고려할 때, 피지컬 AI의 확산은 기술적 성숙뿐 아니라 제도·사회적 합의 형성이 병행되어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피지컬 AI 시대에 대응하는 인사이트 4가지를 제안한다


1. AI 성능 고도화에 따른 전력 소비량 급증으로, 피지컬 AI 산업에서는 에너지 효율성과 안정적인 전력 수급 체계 확보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할 것이다

피지컬 AI는 고출력 모터 구동, 배터리 충전 등 운영 전반에서 많은 전력을 소모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 또한 막대한 에너지 소비 구조를 가진다. 향후 다크팩토리나 자율주행 도시 등 피지컬 AI 활용 환경이 확대될수록, 전력 수급 불안이나 에너지 공급 차질은 산업 운영의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업은 기술 고도화를 넘어,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조달 구조의 안정성까지 함께 설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2. 기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선택을 이끌어내기 위해, 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안전 레퍼런스를 브랜드의 ‘숙련된 신뢰 자산’으로 치환하고 이를 매력적인 브랜드 스토리로 전달할 것이다.

피지컬 AI의 핵심 가치는 현실 세계에서 직접 구동되며 축적된 ‘행동 데이터’에 있다. 인터넷 데이터 학습을 통해 발전한 언어 모델과 달리, 피지컬 AI는 물리적 공간이라는 실전 환경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에 대응하는 법을 체득해야 한다. 또한 이렇게 체득한 자산은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시설 및 기업을 포함해 여전히 피지컬 AI에 불안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데이터로 작용할 것이다.


3. AI에 대한 규제 강화에 맞춰, 기업은 법적 가이드라인의 선제적 준수로 ‘신뢰할 수 있는 AI’ 브랜딩을 구축하는 것을 자사의 정체성으로 만들 것이다.

최근 AI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AI 규제의 중요성 역시 강조되고 있다. 이때 많은 기업은 규제를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제약’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오히려 규제를 선제적으로 준수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4. 과도한 피지컬 AI의 경쟁 속에서, 기술은 생활 밀착형에서 문화적 고부가가치 창출로 범위를 확장할 것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들이 거대 자본과 생태계 격차를 극복하고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성능 추격을 넘어 국가별 고유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맥락을 기술에 이식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때 피지컬 AI는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를 넘어, 특정 국가나 브랜드의 고유한 서비스 정체성과 행동 양식을 신체적으로 재현하는 ‘문화적 페르소나’로 진화하며 독보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화면을 넘어 우리 앞에서 움직이는 AI, 피지컬 AI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인간의 생계를 위협하는 변화이기도 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읽고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고유한 가치를 재정의하는 일이다.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신채은/ sdrt718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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