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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전마케팅학회 KUDOS Apr 18. 2023

다 쓴 배터리, 이게 돈이 된다고?

TREND INSIDE

배터리 순환경제란?

배터리 순환경제는 폐배터리 내 금속을 추출하여 신규 배터리 제조에 활용하거나, 폐배터리를 기존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재사용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을 의미한다. 


특히, 전기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전기차 폐배터리를 중심으로 재활용 및 재사용 밸류체인이 완성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순환경제 모델이다. 전기차 소유주가 폐차한 전기차의 폐배터리는 지자체 혹은 민관 검사기관에 전달된다. 민간검사기관은 절차에 따라 배터리의 잔존가치를 평가하고 배터리를 분해해서 원료를 추출하는 재활용 기업 또는 형태 그대로 재사용하는 업체에 전달한다. 이렇게 도착한 배터리들은 각 용도에 맞게 재탄생하여 재판매되며, 순환하게 된다. (출처: 삼정 KPMG)


그래서 이걸 어디서 어떻게 쓰는가?

출처: Posco 뉴스룸

폐배터리를 재탄생시키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로 배터리 ‘재활용 방식’은, 배터리를 완전히 분해 후 그 안에 들어있는 코발트, 리튬 등 희귀 금속 원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전체 공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뉘는데, 먼저 폐배터리에서 폭발할 위험이 있는 성분을 제거하고 배터리를 잘게 파쇄하는 전처리 공정과, 화학용액을 활용하여 배터리를 녹여 희귀 금속원료를 회수하는 후처리 공정으로 구분된다. 이렇게 추출한 원료는 신규 배터리 제조에 활용하거나 타 기업에 판매한다. 이 재활용  방식은 주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작은 배터리에 적용되며,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원재료 비용을 절감하고 수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인 배터리 재사용 방식은, 배터리 모듈이나 팩을 분해하지 않고 일부 개조 또는 형태 그대로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폐배터리가 공장에 입고되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는데, 먼저 배터리 외부 팩을 세척하고 외관을 검사한다. 이후 배터리에 남아있는 용량 및 안전성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일정 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은 모듈만을 분리해 재사용한다. 보통 공급이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는 전기를 모아두었다 한 번에 방출하는 ‘전기 댐’인 ESS(에너지 저장장치)라는 장치나, 정전이 와도 기계가 꺼지지 않게 방지해 주는 UPS(무정전 전원장치)등으로 재탄생한다. 이 방식은 주로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되며, 셀을 해체하는 과정이 없어 안전하고 추가 비용도 적어 완성차 및 배터리 제조 업체들이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검토하고 있다.


폐배터리 순환경제를 탄생시킨  배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친환경의 상징인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 성분인 리튬과 코발트를 채굴하는 과정이 친환경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코발트는 채굴 과정에서 유해 부산물이 발생하고, 제련 단계에선 황산화물과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나온다. 다 쓰고 버려진 폐배터리 또한 외부에 노출이 될 시 급성독성물질과 수생 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뿜어낸다. 이렇게 유독한 폐리튬이온 배터리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폐배터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새 배터리 규제안의 법제화를 추진한다.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에 걸친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해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고 책임 있는 재활용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제도로, 2026년 시행될 예정이다. 즉, 배터리를 생산하여 EU국에 판매하는 기업들은 이제 배터리의 이력을 관리하고 탄소중립성과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해당 제도에 맞춰 세계 각국은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중국은 정부 주도로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독일, 일본 또한 민간 주도로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상태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또한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배터리의 핵심 소재는 수산화 리튬으로, 우리가 수입하는 수산화 리튬의 80% 이상이 중국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이 통과되면서 배터리 제조 시 미국 혹은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의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써야만 보조금을 주도록 하고 있어, 배터리 원료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향후 수익을 가져다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으면서 다른 본업을 둔 기업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발을 들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먼저 재활용 방식에서는 광물 채굴, 제련 기술을 가진 화학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 일례로 백색안료를 만드는 중견 화학사 코스모화학은 기존에는 코발트 원광석을 제련해 황산코발트를 추출했으나 전기차용 폐배터리에서 이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재사용 방식에서는 폐배터리팩을 전기차에서 분리한 후 분석하는 전처리 공정에 있어 분석 기술을 가진 장비 전문 기업이 진출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장비를 개발하는 하나기술은 자사 기술을 활용해 폐배터리 분석 업계에 진출했다. 이렇듯 직접적으로 배터리를 제조하는 기술이 없는 기업들도 공정 각 부분을 차지하며 업계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기업에는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 제조업체 현대자동차그룹과 태양광 발전 기업인 한화큐셀은 태양광 에너지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로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하고 있다.  두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재활용 ESS는 기존 일반 ESS보다 제작 비용을 대폭 낮춰 대규모의 ESS를 저렴하게 보급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두 기업은 앞으로 해당 신사업을 핵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ESS 출시하여 향후 재생에너지 보급에 기여할 것이다. 한편, 현대차는 향후 폐배터리를 재사용하는 ESS사업을 현대글로비스로 이관할 예정이라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운송 전문 계열사로, 해당 인프라를 활용하여 전 세계 폐차장, 딜러점 등에서 나오는 폐배터리를 회수한다. 여기에 국가별로 복잡한 배터리 관련 규제를 충족하는 물류 프로세스를 또한 갖춰, 폐배터리 수출 판로 또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출처: 제주 TP

또 하나의 사례는 제주도에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에 자리 잡고 있는 제주테크노파크 산하 에너지융합센터는 전국 최초로 2019년 6월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를 열고 운영 중인 곳이다. 전기차를 렌트카로 빌려 타는 관광객이 많고 충전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전기차 전환이 가장 빠른 곳인 제주도는 폐배터리도 그 수요에 맞춰 많이 배출된다. 이 배터리들을 섬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센터가 설립된 것으로, 이곳에서는 성능평가를 실시해 팩 그대로 재사용하기 어려운 폐배터리에서 일부 문제가 있는 모듈을 빼내는 식으로 재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사용 배터리는 전기골프카트나 전기스쿠터, 전동휠체어 배터리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러한 폐배터리 순환경제 모델의 전망은 어떨까?

현재 폐배터리를 분해하여 원료를 추출하는 ‘처리 기술’에 비해 재활용할 수 있는 배터리인지 검증하고 안전성을 검사하는 ‘검사·분석 기술’ 관련 민간 역량이 미흡하다. 이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새로운 ‘전수검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일괄적으로 폐배터리를 검수하게 된다면 기존 방식과 비교해 비용과 시간을 8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함에 따라 이에 따른 수익이 누구에게 귀속하는지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독일, 일본, 중국 등의 국가들은 앞에서 언급한 EU의 '배터리 여권제' 같은 제도에 발맞춰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을 개발,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모든 산업용, 자동차용 배터리의 생산부터 이용, 재활용 등 전 생애주기를 디지털로 기록하고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소유권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뉜다.  국내에서도 이에 발맞춘 새로운 제도가 마련되고 기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렇게 유망한 폐배터리 순환경제 모델의 한계는 없을까?

폐배터리 재활용 업계의 기술력이 있어도 정책의 제한을 받는다면 생산에 한계가 있다.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전기차 폐배터리의 재활용은 의무화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 배터리와 같은 소형 IT기기용 배터리의 경우 재활용 의무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듯 정책이 모든 종류의 배터리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배터리 재사용의 경우에도 아직 규제 샌드박스화 시범운영인 사례가 대부분이라 법규화가 아직 진행 중이며 폐기된 이후 관리 부분에 대한 제도도 미흡한 상황이다. 국내 대표적인 전기차 배터리산업화센터가 있는 제주도는 폐배터리가 규정상 해상·항공상 운송기준이 없어 내륙으로 실어 나를 수 없다. 이에 따라 일단 센터에서 보관하고 있지만 향후 포화상태에 이를 수도 있는 실정이다.


기술적인 한계에 따른 공급의 한계도 존재한다. 전기자동차의 생산업체, 차종 등에 따른 다양한 내부구조 및 디자인 등으로 배터리 팩(Pack) 역시 다양한 형태로 설계된다. 따라서 전기차 배터리 탈거와 해체 작업은 작업자의 수작업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노동집약적인 기술이다. 이는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의 시간을 늘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 내 연구원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들로 재활용된 배터리에서 추출되는 원료는 2050년의 니켈과 리튬 공급 수요의 최대 절반 정도밖에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성자만의 인사이트는?

*해당 단락은 2주 동안 해당 트렌드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한 의견입니다.


위 내용을 바탕으로 배터리 순환경제 모델에 대한 4가지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었다.

먼저배터리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다양한 전략이 생겨날 것이다.

폐배터리 순환경제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폐배터리의 소유권이다. 이렇게 개인 배터리 소유권 개념이 생기게 되면 소비자로부터 이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소유권에 대한 다양한 대가를 제시할 것이다. 먼저, 배터리 판매 단계에서 추후 폐배터리 소유권 반납을 조건으로 할인 혜택 등 현금성 리워드를 제시할 수 있다. 또는 폐배터리 소유권을 마치 유가증권처럼 거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기반 제도,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공공시설 등을 폐배터리를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할  있을 것이다.

폐배터리를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공급이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하여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공공기반시설인 가로등, 신호등부터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폐배터리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에 더불어 신재생에너지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기업이 주도한다면, 최근 대두되는 기업의 ‘ESG 경영’을 충족하는 것으로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수작업이 필요한 특징을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할 산업 단지가 조성될 것이다.

배터리 전처리 공정은 분해, 분류, 검사, 분석 등 노동집약적인 절차가 필요한데, 이는 새로운 분야의 생산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환경 친화적인 사업으로 관련 산업 국비 지원 등 정부정책과 연계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배터리 관련 기업의 공장이나 인프라를 유치할 수 있는 직접적인 방안으로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자체의 선택으로 적합하다. 실제로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영남권, 제주를 필두로 전기차 폐배터리 회수·재활용 거점센터가 환경부 산하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중심으로 공장부터 종사자의 거주지까지 폐배터리 산업단지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비선호시설이던 폐차장이 수익을 창출할 새로운 거점으로 재탄생될 것이다.

폐차장은 폐기되는 차량을 재활용하는 역할로 자원순환 중요성이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거점이지만, 시설에서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어 주변 거주민들로부터 님비(NIMBY) 현상을 유발하는 비선호시설이었다. 그러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발전과 함께 새롭게 탄생할 전기차 폐차장 등은 폐배터리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여 고객에게 돌려줌으로써 직접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시설이 될 수 있다. 특히, 지자체의 수거센터가 모든 지역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폐차되는 전기차를 수거하고 관리할 지역별 거점이 필요한데, 폐차장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여 배터리 순환경제 모델의 시작을 담당할 수 있다.


마무리 멘트

하나의 사업이 태동하면, 그에 발맞추어 다른 기반 사업들도 함께 커지게 된다. 배터리 순환경제 모델은 스마트폰과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 본격적으로 탄생했다. 시간이 갈수록 기후위기가 심화되며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책무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선순환 사례의 등장은 중요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사업 분야가 탄생한다면 이 배터리 산업처럼 이후까지 고려할 수 있는 책임감을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함을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최범주

glceo080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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