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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전마케팅학회 KUDOS Aug 08. 2023

2023 중국 한한령은 왜, 어떻게 재발동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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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과 2016년 한한령

중국의 한한령은 2016년,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해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하며 시행되었다. 이는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미국이 동북아에 새로운 미사일방어거점을 구축하는 것이며, 사드 배치는 한국의 독립적인 판단이 아닌 한·미·일이 공동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군사전략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보복성 경제정책으로 시행된 2016 한한령은 중국 내에서 한류 콘텐츠 수입은 물론 한-중 문화 교류를 자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었다. 이는 문화•관광 산업뿐만 아니라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이 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아 경제적 타격을 입거나, 중국 소비자들의 반한 감정이 고조되어 시장 내 점유율이 급락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즉 한-미 사드 배치를 계기로, 중국은 한한령을 통해 한국 산업 전반을 압박해 왔다. 그 배경이 되었던 미-중 갈등은 트럼프 정부에서 ‘디커플링’이라는 용어로 실체화되기 시작했다.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이란 미국이 유행시킨 외교 키워드로, 모든  방면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끊고, 나아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2017~2021)가 자국 경제, 특히 첨단기술 분야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명목으로 시작한 대중(對中)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발생했는데, 이는 양국 간 ‘관세 높이기’ 경제전쟁으로서 세계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트럼프 정부가 시작한 디커플링은 2021년 1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졌는데, 이는 반도체 등 중국의 제조업 강화를 제지하는 전략의 형태로 나타났다. 

한국은 디커플링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받았다. 우선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시장 내에서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 및 수출 품목은 수혜를 받았다. 반면 중국 기업으로부터의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하는 등, 국내 기업들은 피해를 받기도 했는데 이는 한국 수출의 전반적인 피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중 간 유기성이 높은 반도체 산업구조 상,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직접적으로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한편 미-중 갈등 속 중국의 한한령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2017~2022)는 '균형외교’ 정책을 펼쳤다. 이는 군사, 안보의 측면에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도모하는 투트랙 전략을 말한다. 지속적인 균형외교 노력을 통해 한한령은 완화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례로 20년 5월,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로 미-중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당시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한국과 중국은 같은 배를 탄 친구”라는 표현을 이끌어낼 만큼, 중국과의 관계 개선 효과를 냈다. 

*'하나의 중국’ 원칙: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등은 모두 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에 속한다는 중국의 원칙이다. 이에 의거해 중국은 관련 지역에서의 독립 시도를 강력하게 탄압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외교기조가 ‘디리스킹’으로 바뀌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한령 재발동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디리스킹(derisking, 탈위험화)이란 한층 현실적인 대중(對中) 전략으로, 최근 국제사회에서 비대해진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한 것이다. 디커플링이 탈공조화, 즉 모든 분야에서 최대한 중국과의 관계를 끊어내는 것인 반면, 디리스킹은 중국과의 공생은 이어가되 자국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부분에서는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의미이다.


2023 한한령, 어떻게 시작될 것인가

한한령은 재발동될 것인데, 이는 한국에서 디리스킹이 정치적•외교적 친미(親美)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2022~)는 출범 이후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가치에 있어 뜻이 맞는 국가와 뭉치겠다는 ‘가치외교’를 해오고 있다. 중국 내 인권 및 소수민족 통일 문제를 중심으로 한 미-중의 의견 충돌이 지속되는 상황 속, 윤석열 정부는 미국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며 한-미 관계는 더 돈독해지고 있다. 러한 한-미 친선이 계속되는 가운데 G7정상회의 직후인 23년 5월 말부터, 2016년 한한령과 비슷한 형태의 일이 잇달아 일어났다. 한류 스타의 중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돌연 취소되고, 베이징 등 중국 곳곳에서 네이버 포털의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한한령은 재발동될 것이지만, 한국과 중국 모두 양국 간 교류를 필요로 해, 지난 한한령과 같이 한국 산업 전반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의 형태로는 시행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회복하고자 경제활동 재개 정책인 ‘리오프닝’을 시행했으나, 기대치만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중 교역량뿐만 아니라 무역흑자 또한 감소하고 있어, 양국의 무역에서 중국의 입지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일본 역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디리스킹을 시도 중이나, 여전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부터 받는 경제적 영향과 대중 수출이 리오프닝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중국 정부 차원의 수출 확장 노력을 꾀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2023 한한령, 어떤 형태로 발동될 것인가

이러한 중국의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유동적인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일부 분야는 개방해 시장 활성화를 꾀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해 규제가 시행될 것이다. 우선 중국은 자국의 경쟁력이 높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중국의 2022년 게임 시장 규모는 52조 원으로 세계 1위였으며,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에서도 세계 10 위 내 4개가 중국 게임이었다. 그러나 팬데믹 봉쇄조치로 시장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중국 당국은 이를 정상화하고자 해외, 특히 한국 기업에게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 또한 국내에서 겪고 있던 실적 부진의 해결책으로, 한국 시장의 8배 규모인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다. 


반면 이번 한한령의 주요 규제는 중국에 대한 한국의 의존이 불가피한 분야에 대해 이루어질 것이다. 한국의 중국 수입 상위 품목 10개 중에서는 희토류, 천연가스, 정밀화학원료 등의 비중이 높은데, 이러한 광물 및 원료 품목은 한국이 자급할 수 없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또한 한한령은 한국이 산업적으로 당장 중국을 필요로 하는 부분을 수출 규제 대상으로 삼을 것인데, 23년 4월 구체화된 IRA 법은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외국 우려 단체는 사실상 중국 기업 전체를 가리키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이 핵심광물 공급처를 아직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중국이 한한령을 통해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협조를 이끌어내는 무기가 될 것이다.

*IRA 법: Inflation Reduction Act, 재정적자 해소 및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을 유도하는 것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쓰인 핵심광물의 40% 이상이 미국 또는 FTA 국가(한국 등)에서 추출·가공된 경우 약 480만 원의 세액공제(보조금 수령)가 가능하다.


한국은 2023 한한령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번 한한령이 일부 산업을 개방하는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디리스킹은 더욱 촉진될 것이다. 이는 한•미•일 공조 강화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우선 한국 정부 및 기업은 최근 미사일 발사실험을 거듭해 제기되고 있는 대북 제재의 필요성,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등에 있어 미국에 협조하고 양국 동맹을 강화할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이 남긴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 내 공백을 한국 기업이 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한국 기업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인 한국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미국 당국의 지원을 기대할 것이다. IRA 법은 자동차의 최종조립을 북미에서 해야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한국산 전기차에 불리하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고, 반도체지원법 또한 회계장부 공개, 중국 투자 금지 등 지원금 신청 조건이 까다로워 국내 기업에게 부담이 되어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미국에 정치적으로 협조하는 한편 이러한 산업적 장벽의 해소를 기대할 것이다. 


3국 공조 강화의 일환으로 한-일 관계 또한 돈독해지고, 이는 한국의 외교적•경제적 입지 확보로 이어질 것이다. 일본 또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재를 통해 경제적 압박을 겪은 바가 있어, 한국이 함께 산업적으로 함께 중국을 견제하길 기대할 것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23년 5월,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규제안을 발표한 한편, 동시에 일본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러브콜을 보내왔다. 당국은 삼성전자의 요코하마 시설 조성을 환영하고, 한국의 타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에도 호의적이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양국 반도체 산업의 강화를 중심으로 일본에 협조하는 한편, 일본의 외교적 지지를 요구할 것이다. 특히 ‘선진국’들의 모임으로 국제 현안을 실시간으로 논의할 수 있는 G7에 한국을 편입하는 것에 대한 일본의 동의를 기대할 것이다. 

출처: 머니투데이

한한령이 3국 공조 강화를 통한 한국의 디리스킹을 오히려 촉진하면서, 이는 정부 및 기업이 자국 시장을 확대하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선, 정부 및 기업은 국내시장의 매력도를 늘려 타 국가의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자리 잡고자 할 것이다. 특히 국내 콘텐츠 시장과 뷰티 시장을 중심으로, 불안정한 중국 시장에 대응하고자 대안 시장 탐색이 활발해질 것이다.


2023 한한령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할까?


*해당 단락은 2주 동안 해당 이슈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한 의견입니다.


# 1  

한류 콘텐츠의 유행이 소비재의 실구매로까지 이어지는 북미 소비자의 구매 특성을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니즈가 생길 것이다. 이에 국내 기업은 북미 e커머스 플랫폼과 협력해, 한류 제품 큐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현지 소비자에 대한 판매 접근성을 확대할 것이다.


# 2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개방된 게임 시장에 진출해, 경쟁우위를 갖추고 국내 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을 극복하고자 할 것이다. 그래서 국내 기업만의 서브컬처 게임 IP를 이용한 경 마케팅을 통해, 현지 소비자의 브랜드 친밀도를 높여 중국 시장 내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2023 한한령은 재발동될 것이지만, 중국의 대내외적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형태를 취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는 한국 정부 및 기업은 중국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디리스킹을 지속할 것인지, 그 변화가 주목된다. 


고려대 철학과 김지우 / rlazwoo@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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