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DE
셀프 스토리지란 무엇인가?
셀프서비스 스토리지 (이하 셀프 스토리지)는 도시형 창고 산업으로, 스토리지 공간(예: 실내 창고, 사물함, 컨테이너, 야외 공간 등)을 개인이나 기업에게 임대해주고 물건을 보관해주는 산업을 의미한다.
셀프 스토리지 시설
셀프 스토리지는 기존 물류 창고, 물품 보관함보다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창고 시설은 기업이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셀프 스토리지는 도심에 거주하는 개인 및 소규모업체 등 다양한 고객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소형 창고 개념이다. 개인의 생활용품, 이삿짐 보관, 취미 용품, 캠핑 용품부터 업체의 재고 등을 보관하기 위해 다양한 사이즈의 창고 규모를 갖추고 있다.
셀프 스토리지의 비즈니스 모델
셀프 스토리지 사업은 상업용 부동산 임대업의 일종으로, 보관시설 운영자가 고객의 보관 목적에 맞는 시설을 제공하고, 고객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 셀프 스토리지는 3~4년 단위의 계약 기간을 체결하는 기존 물류창고와 달리, 월 단위의 단기 임대계약으로 시설을 이용 가능해 계약기간이 유연하고 임대료는 낮다는 장점이 있다.
셀프 스토리지 트렌드가 국내에서 부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전국적으로 높아지는 상가 공실률에 '셀프 스토리지'가 새로운 수익모델로 주목받게 되었다. 2023년 1분기 전국 상가 공실률은 13.3%로 2013년 이후 역대 둘째로 높았다. 광화문, 을지로, 강남대로, 신사역 등 서울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도 상가 10곳 중 1곳 이상이 비어 있는 상황이다. 이에 건물주는 임대료를 낮췄지만, 오프라인 부동산을 채울 수 있는 콘텐츠가 적어지고 있어 임차인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처럼 건물주는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 임차보다는 가치가 떨어진 부동산에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 모델의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이러한 시장 배경과 함께, 국내 소비자에게도 셀프 스토리지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집은 재택근무 일터이자 레저 공간의 의미를 담은 ‘멀티 스페이스’로 변화하였고 좁은 주거공간에서 여러 기능을 수행 하려다보니 별도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그러나 큰 평수로 이사를 계획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매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보안이 갖춰진 외부 시설에 보관하고 원하는 때에 다시 찾을 수 있다면 그만큼 주거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고 사생활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간 아웃소싱’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기술측면에서는 무인점포 솔루션과 IoT의 발전이 셀프 스토리지 사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최근 지능형 CCTV, 클라우드 기반 딥러닝 영상분석 시스템, 무인출입 보안시스템, 통합 관제 시스템 등이 집약된 형태로 진화한 무인점포 전용 보안 시스템이 성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ADT 캡스의 경우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방범카메라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무인매장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KT텔레캅은 무인화 사업을 위한 지능형 관제·출동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무인 운영 시스템의 발달로 셀프 스토리지 사업자 또한 원격으로 창고를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인건비 감소로 수익화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한편, SK텔레콤은 2023년 5G망 업그레이드를 통한 IoT 레드캡 개발로 소비 전력 절감을 가능하게 하였다. 구체적으로 IoT 감지기가 온도·습도를 확인해 본사 관제센터로 보내면, AI가 자동으로 냉난방기를 작동하고, 이산화탄소 포화도 등 공기 질까지 측정해 공기 청정기를 가동한다. 이처럼, 셀프 스토리지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조명 제어, 온도·습도에 따른 냉난방 제어 등 반복적인 관리 업무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발전된 국내 셀프 스토리징의 사례에는 무엇이 있을까?
1) 편안창고 스페이스타임
34년간 국내외 박물관 1000여 곳을 만들어온 시공테크가 보존환경기술을 활용해 만든 셀프 스토리지 브랜드 '편안창고 스페이스타임'은 장기보관에 특화된 창고로 알려지면서 6개월 이상 장기계약자 비율이 80%에 달한다. 편안창고는 문화재와 예술품들의 보존을 위해 박물관 수장고에 사용되는 핵심전문조습자재를 셀프 스토리지 벽과 천장에 도포하여, 공간 전체가 보관에 적합한 환경을 형성했다. 항온항습, 항균항곰팡이 설비는 물론이고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및 냄새 분해 소재 등 친환경 자재를 활용해 보관물의 안정성을 높였다. (출처: 매일경제)
2) 스토어허브의 와인뱅크(Winebanc)
싱가폴의 와인뱅크는 스토어허브가 만든 와인 전문 스토리지로 와인 애호가들의 와인을 최적의 환경에서 보관하고, 함께 즐기고 싶다는 니즈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서비스이다. 한국의 경우, 더운 여름과 난방을 틀어야 하는 겨울철 등 계절 변화가 뚜렷하여 와인을 1년 내내 적합한 환경에서 보관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작년 5월 국내 셀프 스토리지 시장에 논현점을 시작으로 본격 진출하였다. 특히, 와인뱅크는 이용 고객을 위한 Wine Tasting Room도 제공한다. 이는 개인적인 와인 모임뿐 아니라, 비즈니스 소모임, 혹은 와인 유통사의 시음회로도 많이 이용된다. (출처: winein)
그렇다면 이 트렌드의 전망과 한계는 어떨까?
[매니아 취미층의 셀프 스토리지 수요 증가]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IoT 기술을 이용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만큼 생활 용품, 가구 뿐 아니라 고급 의류, 와인, 미술품, 서적, 연예인 굿즈, 레고 등의 품목을 수집 목적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와인 보관을 위한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인 ‘와인뱅크’나 미술품에 특화된 ‘편안창고'와 같은 국내 셀프 스토리지 스타트업의 등장으로 해당 시설의 매니아 취미층의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대부분 장기계약을 체결한다. 이처럼 충성도가 높은 매니아 취미층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에서, 기업은 새로운 취미층을 공략한 보관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국내 셀프 스토리지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술 수출 가능성]
셀프 스토리지 개념은 국외에서 시작되어 국내로 도입되었지만 관련 기술은 역수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셀프 스토리지 시설이 단순한 물류 창고 형태로 시작되어 유인으로 운영 중인 시설이 99%에 달한다. 반면, 국내 셀프 스토리지 업체들은 해당 산업의 후발주자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국내 소비자의 수요가 높은 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무인화 IoT 솔루션' 기술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향후 글로벌 셀프 스토리지 시장에서 SaaS 형태로 플랫폼이나 고도화된 보안 기술을 수출할 가능성이 크다.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경쟁사 증가에 따른 저가경쟁가능성]
국내에서 운영되는 셀프 스토리지 시설은 대부분 임대형을 선택해 비교적 적은 초기 진입 비용을 지불한다. 또한, 무인 운영으로 기술적 장벽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아예 본인 소유 건물에 셀프 스토리지 프랜차이즈를 창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셀프 스토리지 창업의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과열되었으며, 이는 가격경쟁 격화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내 셀프 스토리지 이용 가격은 월평균 6만~10만원 선으로 업체마다 가격 편차를 보인다. 가격 경쟁이 시작되면 기업은 점유율 유지를 위해 단기적으로 가격을 낮추지만, 이에 따라 줄어든 수익을 회복하기 위해 원가절감 활동을 강화하게 되면서 결국 장기적으로는 미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즉, 미래가 없는 원가차별화 전략은 기업의 지속성을 약화시켜 전체적인 시장의 성장에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작성자만의 인사이트는?
*해당 단락은 2주 동안 해당 트렌드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한 의견입니다.
1) MZ세대 중심상권의 수요 확보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셀프 스토리지와 같은 물리적인 공간 대여의 경우 지점의 접근성이 좋을수록 경쟁력이 높아지는 ‘위치의 경제’가 크게 작동한다. 한편, 셀프 스토리지 이용자 중 20대 비중은 2023년 기준 28%로, 3년 전에 비해 1.5배 증가했으며, 셀프 스토리지의 주 이용고객층이 1인가구인 만큼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MZ세대 중심 상권을 확보하고 수요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기존 상권이 주거단지, 오피스, 역세권 등 배후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과 달리 MZ세대의 상권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가는 상권이라 새로운 수요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만큼 기업별 유리한 위치의 지점과 해당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2) AR·VR·3D 기술을 플랫폼에 접목해 고도화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현재는 셀프 스토리지 플랫폼에서 보관 물품 확인, 배송 및 관리 서비스 신청의 과정 정도만 이루어지고, 효율적으로 공간을 대여하기 위해서 고객이 직접 물건 사이즈를 직접 측정한 뒤, 시설에 방문하여 배치해야만 했다. 하지만 셀프 스토리지 플랫폼의 발달로, 이용 고객들은 물건 보관의 과정을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해결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가구업계의 사례와 같이 AR·VR·3D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출시해 공간 배치의 과정에 대한 편의성을 높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VR을 활용해 시설에 방문할 필요없이 공간을 확인해보거나, 물품 사이즈를 등록한 뒤 AR과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간에 가상 배치해보는 등의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3) 리셀거래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리셀거래 중개 역할을 할 것이다
리셀테크를 목적으로 셀프 스토리지를 이용하는 고객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해당 산업으로의 확장이 예상된다. 기존의 리셀플랫폼의 구조는 C2B2C의 형태로 1차적으로 판매자가 물품을 기업에 보내고, 2차적으로 기업은 물품을 수령한 뒤 검수를 거친다. 3차적으로는 물류 대행 업체를 이용해 물품을 구매자에게 보내는 구조이다. 만약 셀프 스토리지 기업과 리셀거래 플랫폼간의 협업을 통한다면, 해당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 물류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는 셀프 스토리지 업체가 리셀 기업으로 바로 배송을 하여 검수를 거친 뒤 구매자에게 보낸다면,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 서비스 이용률을 증가할 수 있다. 리셀 플랫폼은 물류 시스템 없이 검수 인력만으로도 이용 고객을 확보하고 배송까지 해결 가능한 윈윈의 구조를 형성할 것이다.
4) 셀프 스토리지가 취미 공유의 장을 펼치는 공간으로 의미가 확장할 것이다.
셀프 스토리지 시장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고객을 락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와인뱅크는 창고 공간 외의 와인 애호가들이 모임을 개최하거나 소통 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였다. 이를 통해, 셀프 스토리지를 단순 ‘창고'가 아닌 ‘취미 공유의 장'으로 의미를 확장해 이용 고객의 재방문률을 높이고 충성도를 도모하였다. 셀프 스토리지 시장에서 취미 생활을 위한 서비스가 늘어나는 만큼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고객 락인 효과가 클 것이므로 기업별로 취미 공유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및 오프라인 공간 제공 등의 서비스를 확장할 것이다.
최근 월세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공간 소비’ 개념이 확장되면서 국내 셀프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셀프 스토리지 개념의 국내 도입에 따라 고도화된 기술과 서비스의 결합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양상에 힘입어 해당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를 바란다.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이정현
jhshjh14017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