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S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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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yadh Season “Press start for the Knockout” 광고의 등장 배경
석유 분야 수출 의존도가 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는 국제유가 변동에 취약한 구조를 띠고 있다. 그런데 최근 원유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경제 침체에 빠지며 유가가 하락했으며, 석유 생산량이 감소하는 피크 오일 시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사우디의 석유 산업은 지속 불가능하다.
이에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에 편중된 국가 경제 구조를 개편하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사우디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 계획으로, 이러한 사업의 일부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혁 계획은 사우디의 수도인 리야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리야드는 2034 아시안게임, 2030 엑스포의 대상지로, 이에 더해 ‘리야드 시즌’이 열리는 곳이다. 리야드 시즌은 2019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사우디의 대규모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축제로, 높은 경제적 이익을 거두고 있다.
리야드 시즌 중에는 ‘메시 vs 호날두’와 같이 꿈의 매치업이 성사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제4회 리야드 시즌에서는 지난해 종합격투기에서 은퇴하고 복싱계로 입성한 프랜시스 은가누와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앤서니 조슈아의 프로 복싱 대결이 예정되어 있었다. 승리를 예측할 수 없는 매치업에 파이트 머니가 265억원까지 치솟는 등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다.
“Press start for the Knockout” 광고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
다른 콘텐츠의 세계관을 역설적으로 활용하며 포부를 드러냄
오락실 게임 ‘킹 오브 파이터즈’를 오마주 하여 해당 게임의 세계관 내에서 가장 큰 축제인 ‘킹 오브 파이터즈’를 리야드 시즌에 비유했다. 이를 통해 자국의 축제 역시 전 세계인이 즐기는 세계적인 축제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낸다. 관광도시로서 ‘새롭게’ 발돋움한 도시인 리야드가 역설적으로 ‘고전’ 게임을 오마주함으로써 오랫동안 회자되는 해당 게임만큼 두 선수의 매치업도 역사적인 대결이 될 것임을 소구한다.
경쟁 상대와 자사를 대비적으로 연출하며 상품의 경쟁력을 강조함
주인공들은 전 세계를 계속해서 이동하며 맞붙는데, 이때 유명 랜드마크인 뉴욕의 덤보, 멕시코의 소칼로 광장, 리야드의 경기장이 등장한다. 이때 랜드마크 속의 사람들은 일하는 도중 졸면서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두 선수의 대결이 시작되면 이러한 일상이 파괴되고 둘의 매치업을 즐기는 대비적인 행보를 보인다. 이는 타국의 관광명소에 모인 사람들도 결국 리야드 시즌에 주목할 것이며, 해당 경기가 재미없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며 리야드 시즌만의 경쟁력을 강조한다
자사 상품의 특성을 반영한 BGM을 삽입해 스토리의 완결성을 강화함
광고에서는 Ugly Duckling의 ‘Smack’이 배경음악으로 삽입되었는데, 가사 중 ‘We came here - to fulfill your hopes’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매치업을 실현했음을 의미한다. 이때 해당 부분을 은가누와 조슈아가 처음으로 맞붙을 때 삽입함으로써 앞으로 펼쳐질 둘의 매치업에 대한 기대감을 유발한다. 또한 두 선수가 공격받을 때마다 곡의 ‘Smack!’ 부분이 삽입되어 쾌감을 극대화했으며, 나아가 ‘Hit hard like the heavyweight champ’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곡을 활용함으로써 실제로 헤비급 선수 둘이 맞붙는다는 스토리를 더욱 일관성 있게 전달했다
비현실적인 상승적, 하강적 이미지의 반복을 통해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함
영상에서는 실제 링 내에서 공격받는 것처럼, 인물들이 서로에 의해 위로 떠오르고 떨어지는 상승적, 하강적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때 해당 이미지는 지구를 뚫고 상승했다가 바닥 끝까지 떨어지는 등 과장되게 표현되어 두 선수의 경기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끌어 낸다. 나아가, 두 선수의 파괴적인 공격뿐 아니라 해당 매치업 자체의 파급력이 상당하는 것을 전달하며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Promotion
Dame “Get F*cked by the Government” 프로모션의 등장 배경
최근 미국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성생활을 의미하는 섹슈얼 웰니스가 부상하며 여성용 성인용품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여성용 성인용품 브랜드 데임 프로덕츠는 여성 CEO가 창립한 브랜드로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 광고는 승인했으나 같은 성적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자사의 여성용 성인용품 광고 게시는 거절한 뉴욕 지하철을 고소하는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여성의 성생활을 장려하는 브랜드로서 큰 선호도를 얻고 있다.
한편, 1970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헌법상 보장되었던 미국의 낙태권은 개신교 세력에 힘입은 보수 정권을 중심으로 서서히 축소되어 왔다.
그러던 중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리며 미국의 낙태권은 완전히 폐지되었다. 이로 인해 낙태권은 각 주 별로 입법이 시행되게 되었고, 2022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지역마다 임신 중지 권한이 달라지게 되어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대법원의 번복 판결에 대해 보수 진영인 공화당은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국가적으로 금지하겠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또한 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은 해당 판결이 역사적인 승리라고 지지하는 입장을 표하며, 이에 미국의 여러 시민단체가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의 도시에서 전국적인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Get F*cked by the Government” 프로모션이 성공할 수 있던 이유는?
데임 프로덕츠는 제품 상단에 낙태권 폐지 판결을 지지한 정치인의 얼굴을 넣은 디자인의 여성용 성인용품을 출시했다. 판매금은 모두 낙태권 보장 기금인 ‘National Network of Abortion Funds’에 기부되었다. 또한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활용한 이미지를 공유해 의견을 널리 퍼뜨릴 수 있게 했으며, 상품 페이지를 통해 중간 선거 기간 동안 투표에 등록하도록 유도했다
자사 제품을 활용해 상황을 역전시킴으로써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강조함
자사는 낙태권 폐지 판결을 지지한 정치인인 미치 매코넬의 얼굴이 삽입된 성인용품을 출시하여 매코넬이 국민의 동의 없이 개인의 신체적 권리를 좌우하는 상황을, 제품의 사용자가 동의 없이 그의 모습을 한 성인용품으로 성행위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상황으로 역전시켰다. 이에 더해 ‘F*ck’이라는 이중적인 카피를 통해 정부가 국민을 무시한 상황을 역전시키며 낙태권 폐지에 대해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강조했다
상징적인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화제성을 얻음
자사는 성기의 모습을 한 제품의 가장 윗부분에 정치인의 얼굴을 위치시켰는데, 남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Dick’에 ‘Head’가 달린 모습을 통해 멍청한 사람을 가리키는 슬랭인 ‘Dickhead’를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제품의 컬러를 ‘blue’가 아닌 ‘ice’로 설정함으로써 해당 의원의 여성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는 ‘차가운’ 태도를 표현했다. 나아가 제품의 밑 부분은 미국 법원의 기둥을 나타내어 법원의 이미지를 가볍게 격추시킴으로써 해당 판결을 비판하고자 했다.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참여 과정을 마련하여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 형성
해당 제품은 80달러에 판매되었는데, 이는 낙태권 폐지에 반대하는 미국인의 비율인 80%를 상징하는 가격이다. 이때, 소비자가 제품을 소유하길 원하지 않는 경우, 소비자의 주소 대신 미치 매코넬의 사무소에 배송함으로써 그의 입장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직접적으로 표출할 수 있게 만들었다.
Creative Idea
브랜드 신뢰도를 회복해야 하는 앱솔루트
세계적인 보드카 브랜드 앱솔루트는 특유의 예술적인 컨셉과 캠페인을 통해 문화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2022년부터는 문화가 어우러짐으로써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한다는 자사의 철학이 담긴 ‘Born to mix’ 캠페인을 진행하며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앱솔루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맞추어 2022년부터 러시아에 대한 보드카 수출을 중단했으나, 2023년 초 수출을 일부 재개한 것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스웨덴에서 앱솔루트 불매 운동이 일어나며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했다.
한편,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은 유럽 예술의 중심지로서 다야한 파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동시에 유럽 연합 내에서도 가장 사회적 다양성이 부족한 곳으로 손꼽히며 인종차별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새롭게 재해석한 예술 작품
문화적 강점을 지닌 앱솔루트는 브랜드 신뢰도 회복을 위해 오스트리아의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백인 우월주의와 소수집단 배제를 상징하는 <The Feast of the Bean King> 작품을 재해석한 <Feast For All>을 빈 미술사 박물관의 원본 작품 옆에 전시했다. 이때, 재구성된 작품은 흑인 퀴어 엘리자베스 음타사, 필리핀 혼혈 고드윈 메라노 등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인물들로 구성되었다. 방문객은 AR 앱을 사용해 작품을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으며, 마지막 날 축하 행사와 함께 마무리됐다.
자사는 고전적인 미술 작품을 선택해 재해석함으로써 출시 초기부터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진행해 왔던 기조를 이어갔다. 또한 지역 예술가인 Tyron Egbowon와 협력함으로써 기회가 적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예술가들을 지원하던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실천했다. 마지막에는 ‘We made history’라는 내레이션을 넣어 자사의 역사를 활용해 또 다른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Artivive’ 앱을 이용해 작품 속 인물을 스캔하면 해당 인물이 차별에 대한 경험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염원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했다. 해당 앱과의 협업을 통해 그림 속 인물들이 직접 차별받은 경험을 음성으로 전달함으로써 이것이 허구가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상황임을 각인시키고 캠페인의 메시지를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한 달에 하루, 야간 칵테일파티를 즐길 수 있는 ‘쿤스트샷치’를 활용해 그림 속의 소수자들과 함께하는 파티를 열어 작품 속 상황을 재현했으며, 여러 인종의 DJ와 드랙퀸 크루의 무대를 통해 다양성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꾸며낸 이벤트가 아닌 기존에 존재하던 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대중들이 어색하게 느끼는 것을 방지하고 메시지의 진정성을 높였다.
눈길을 끄는 광고 및 프로모션은 브랜드의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얼마나 경쟁사와 차별화 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노혜민
akr004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