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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산업은 어떤 특징을 가진 산업이며, 한국 석화산업의 현황은 어떨까?
석유화학산업(이하 석화산업)은 석유, 천연가스, 셰일가스 등의 원재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화학 제품을 생산하며, 철강, 제지, 유리 등 다른 산업에 중요한 원료를 제공하는 핵심 산업이다. 이 산업은 원료 공급과정에서 정유업을 통해 납사를 생산하고, 이를 가공하여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을 만들어낸다. 기초유분은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 다양한 석화 제품으로 전환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석화산업은 B2B 중심으로 운영되며, 원료 가격과 판매량은 산업 전체의 수요와 공급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 이 산업은 또한 경기 순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호황기와 불황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 석화산업은 기초유분, 중간원료, 합성수지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세계적인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1,280만 톤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통해 중국, 미국, 사우디에 이어 세계 4위의 생산능력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국내 석화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보이며 산업 전반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 석화 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9% 감소한 457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며,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주요 기업들이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줄이이고, 설비 축소 및 해외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국내 석화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으며,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새로운 전략 수립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석화산업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 석화산업의 위기는 내부적으로 몇 가지 구조적 문제와 기술적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범용 제품 중심의 성장 전략이 현재 위기의 핵심 원인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석화산업은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PVC(폴리염화비닐) 등의 범용 제품 대규모 생산에 집중하며 성장을 이어왔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가 지속적으로 손익분기점을 하회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일본과 EU 국가들은 2010년대 이후 범용 제품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설비 축소와 기술 고도화, 특수 제품 중심으로 전환했지만, 한국은 석화 설비를 70% 확대하며 범용 제품 중심의 전략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한국 석화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었다.
또한,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석화산업 위기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석화 제품은 약 50%가 수출되어 왔고, 그 중 40% 이상이 중국 시장에 집중되어 있었다. 과거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산업화는 한국 기업들에게 주요한 수출 시장을 제공했으나, 최근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과 자급률 확대는 국내 석화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인도, 동남아시아 등이 물망에 오르지만 지리적 위치에 따른 운임 경쟁, 경제 규모 등의 이유로 당장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기술력 부족과 낮은 R&D 투자 역시 석화산업 위기를 불러온 중요 원인이다. 석화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고부가가치 특수 제품 개발과 효율적인 생산 공정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상위 3개 석화 기업의 평균 R&D 투자 비율은 1.7%로, 이는 일본의 4.2% 등 타국가의 수치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미흡한 투자는 한국 석화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어려움을 주고 있으며, 현재의 위기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석화산업 위기를 가속시키는 외부적 환경의 변화로는 무엇이 있을까?
한국 석화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외부적인 환경 변화에 의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첫 번째로, 글로벌 석화 공급 과잉 문제는 석화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외부 요인이다. 2023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석화 공급이 약 4,400만 톤에 달하며, 2028년까지 6,100만 톤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주로 중국과 중동 지역 국가들의 석화 산업 성장 가속화에 따른 결과로, 특히 중국은 COTC(Carbon-to-Chemicals) 공정을 도입하여 생산 원가를 대폭 낮추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석화 기업들에게 심각한 경쟁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이 기존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두 번째로, 글로벌 석화 제품에 대한 수요 둔화 역시 한국 석화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중국의 성장률 저하는 주요 석화 제품의 소비 시장에서 수요를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석화산업의 수출은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특히 최근의 고금리 기조는 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증가시키고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을 약화시켜, 석화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가 상승은 석화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중요한 외부 요소다. 석화산업은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화학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유가 변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과거 유가 상승은 석화 제품의 가격 상승을 이끌어 기업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었으나, 현재는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라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석화산업은 더 낮은 수익성을 기록하게 되며, 산업 전반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석화산업 위기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석화산업의 위기는 전방산업에 연쇄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석화산업은 전자, 자동차, 건설, 섬유 등 주요 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핵심 산업으로, 이 산업의 부진은 외장재, 부품 생산 차질 및 원가 상승을 초래해 다른 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석화 제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 공급망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또한, 석화산업의 부진은 기업 내 종사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은 임원 인사, 성과급 삭감, 인력 감축 등의 조치를 동반하며, 이는 종업원들의 사기 저하와 고용 불안정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마지막으로, 석화산업의 위기는 지역 경제와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석화기업들이 생산을 축소하거나 가동률을 낮추면, 해당 공장에 근무하는 지역 주민들의 소득이 감소하고, 협력업체와 관련 서비스 업종도 연쇄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대표적으로, 여수 지역의 경우 2024년 국세징수액이 2021년 대비 40.3% 감소한 3.4조 원으로 집계되었고, 여수산단 기업들의 법인 지방소득세 납부는 전년 대비 66% 줄어들었다. 이러한 세수 감소는 공공 서비스 축소 등 지역 경제 기반의 약화를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생활 수준 저하와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떠한 대응책을 펼치고 있으며, 어떤 한계점이 있을까?
정부는 2024년 12월에 이어 지속적으로 석화산업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석화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NCC(석유화학제품 제조 공정) 설비의 합리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비용 효율성 강화를 위해 원료 공동 구매와 고효율 설비 도입을 지원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에는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정부가 제시한 법적 지원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NCC 설비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면 공정거래법의 유예가 필요하지만, 정부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및 국제 기준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일본은 과거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여 지원한 바 있지만, 한국 정부는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석화산업 위기가 관련 산업군에 미칠 영향은?
해당 단락은 2주 동안 해당 이슈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한 의견입니다.
# 1
최근 국내 석화 산업은 해외 탄소 규제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과열된 경쟁 속에서 차별화를 위한 기술적 특화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NCC 공정의 탈탄소화, CCS 기술 도입, 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 기술에 집중하는 스페셜티 전략이 석화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 2
정부와 기업의 주도로 석화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고급 공정 설계, 복합소재 개발 등 고도화된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석화산업의 기술 전환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장 전문 인력의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교육 지원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향후 석화산업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오현지
ohhyunji8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