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TRACKING
오늘의 케이스 트레킹은 <리젠>입니다. 본 케이스 트래킹은 리사이클 섬유 생산 브랜드 ‘리젠’이 지속가능 중심의 트렌드 속 소비자와의 두터운 신뢰를 도모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케이스 트래킹입니다.
2023년 11월, 효성티앤씨가 기존 65개였던 자사 섬유 브랜드를 ‘크레오라‘, ‘리젠‘ 2개로 통합한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리젠이 속한 ‘리사이클 섬유 산업’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리사이클 섬유 산업은 섬유 폐기물 및 비섬유성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섬유 소재 및 제품을 제조·유통하는 과정 전반을 의미한다. 리사이클 섬유는 특히 원료 및 섬유 생산 과정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며, 단열재, 부직포 등의 타 산업군 제품으로 섬유를 재탄생 시키거나 열, 전기, 바이오연료의 에너지 형태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속가능 구조를 추구하고 있다. 리사이클 섬유는 폐섬유 배출량이 급증함에 따라 의류 섬유 산업이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며 빠르게 성장하였으며, 국내외 시장이 향후 연평균 성장률 4.7%를 달성하며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젠은 산업 내에서 어떤 이슈를 겪었을까?
1. 한국 리사이클 섬유의 수출 시장 활성화
2023년도 소비심리 위축 현상의 영향력으로 주요 패션의류 기업들이 매출 하락세를 겪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 코오롱스포츠, 디스커버리 등 국내 패션의류 기업들은 내수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활동을 강화하였다. 이때, 해외 시장에서는 지속가능 소비 트렌드의 중요성이 국내에 비해 높아 리사이클 섬유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국내 리사이클 섬유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자라, 망고, H&M 등 세계 SPA브랜드의 대다수가 국내 ‘대구산’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하는 등 국내 리사이클 섬유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2. 리사이클 섬유 산업 정책의 한계
리사이클 섬유 산업과 관련한 공공 차원의 지원은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9년 3월부터 섬유 R&D 및 사업화 시설투자 공제대상을 기존 6개에서 10개까지 확대 시행하면서, 세액 공제 대상에게는 2025년까지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 극한성능 섬유 등 신소재 개발 사업과 시설 투자에 2조 7500억 원을 투입할 것을 발표하였다. 또한 산업통상지원부는 2026년까지 1조 4천억원을 투자하며 섬유패션산업의 한국판 뉴딜 실행전략을 진행할 것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시의성과 규제 강화의 측면에서 한계를 보여, 이를 개선하기 위해 EPR 제도의 도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생산자책임제도(EPR)란, 제품 폐기물에 대한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생산자 측에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그 이상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현재 국내에서 섬유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EPR 제도를 섬유 산업에 확장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후 입법 절차와 관련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3C 분석을 통한 리젠의 전략 도출
1. 자사 (Company) 분석
효성티앤씨는 이른 시기부터 리사이클 섬유 사업에 뛰어들어 2008년 국내 최초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섬유 ‘리젠’ 개발에 성공하였다. 이후 효성티앤씨는 리젠을 브랜드명으로 선정, 네입드 기업 효성티앤씨의 기술 개발 인프라와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을 기반으로 리사이클 섬유의 소재 개발 및 유통에 집중하며 브랜드를 꾸준히 성장시키며 오랜 기간 업계 내에서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리젠은 재활용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기반의 기술을 바탕으로, 섬유의 기능성까지 고려한 20여 종의 섬유 소재를 개발하였다.
2. 소비자 (Customer) 분석
섬유 시장의 최종 소비자들은 그린워싱에 대한 높은 민감도를 보인다. 패션 섬유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이 대두되며 그만큼 기업들의 그린워싱의 사례도 늘어나, 소비자들의 민감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리사이클 섬유 제품은 내구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인식이 전환되며, 리사이클 섬유에 대한 품질 제고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지고 있다. 더하여 리젠의 기업 소비자들은 ‘지속가능성’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리젠과의 장기적 파트너쉽을 추구하고 있다.
3. 경쟁사 (Competitor) 분석
리젠의 주요 경쟁사는 에코엔, 텍스타일리, 그린루프 등이 있다. 에코엔은 섬유화학 분야의 중견 기업 휴비스의 리사이클 섬유 브랜드로서, 리젠과 비슷한 포지셔닝을 차지하고 있다. 에코엔에서는 생분해 기술까지 구현한 ‘에코엔-R’을 개발하며 업계 내 새로운 포지셔닝을 도모하고 있다. 폐섬유 재활용 스타트업 텍스타일리는 혼방섬유에서 염료와 면, 폴리우레탄 등을 제거하여 순도 65% 이상의 PET로 추출하는 기술력을 내새우며 법인 설립 5개월만에 누적 자금 조달액 24억원을 달성했다. 그린루프는 여러 협업을 통해 IoT와 리사이클 수거 시스템 기술을 통합하는 등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했을 때, 리젠은 자사의 친환경성과 고품질이라는 양대 축을 바탕으로 소비자 신뢰를 공고히 하고, 지속가능한 섬유 산업의 글로벌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렇다면, 리젠은 어떤 세부 전략을 취해야 할까?
전략1) 자치시와의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폐플라스틱 폐기량 전면 감축에 나선 제주를 공략해야 한다.
제주에서는 생활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폐플라스틱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제주도에서는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1회 용품 없는 축제, 국제 협력 논의 등 다양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리젠은 서울시와 협업하여 폐플라스틱 재활용 섬유 사업을 진행하여 여러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리젠은 제주에서 수거된 폐플라스틱으로 생산한 ‘리젠 제주’로 만든 친환경 티셔츠를 선보였다. 제주개발공사와 협력하여 제주에서 폐기된 페트병 및 플라스틱을 수거했고, 리젠은 약 2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함께 ‘제주 리사이클 에디션’ 티셔츠 4종을 출시했다.
전략2) 미국 리사이클 섬유 산업의 중심지 캘리포니아의 기업 Ambercycle과 협업하여 자사 섬유성 폐기물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섬유 산업의 중심지로, 섬유 폐기물 배출량 문제로 인해 리사이클 섬유가 주목받고 있다. 이때, Ambercycle에서는 Cycora라는 섬유성 폐기물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며 산업 내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리젠의 경우, 비섬유성 폐기물 대비 섬유성 폐기물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상황으로, 향후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사업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 리젠은 지난 6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앰버사이클과 '자원 재생 순환 재활용 섬유 생산'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본격적으로 원형 폴리 확대 사업에 돌입하였다. 앰버사이클이 개발한 Cycora 원료를 공급받아 리젠이 원단 및 제품으로 제조, 이후 여러 패션 업체들과 콜라보를 진행하여 상품을 출시하고 공동 마케팅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략3)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여 자사의 강점인 투명성을 소구하며 최종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
리젠은 여러 기업 보고서 및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지속가능성 ESG 경영에 대한 투명성을 공개하고 있다. 자사가 최종소비자와의 접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리젠은, 향후 B2C2B 마케팅 활동에 집중할 것을 발표하였다. 한편, 서울패션위크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으며, 대중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리젠은 2024년 9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2025 S/S 서울패션위크’에 섬유 기업 최초로 참가하여 자사 리사이클 섬유 제조 기술을 집중 소개하였다. 자사의 기술을 대중 앞에서 상세히 소개하는 것은 처음으로, 자사의 리사이클 섬유 제조 공정 속 폐기물 수거, 재생칩 가공 과정 등을 공개하며 자사 ESG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하였다.
리젠 전략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첫번째 전략은, 제주 리사이클 에디션 전략은 지역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긍정적 전략으로 평가된다. 디스커버리와의 협업을 통해 전국 오프라인 매장 및 온라인 채널에서의 소비자 접근성 또한 효과적으로 높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주도에서 폐플라스틱에 관한 대대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해당 전략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가 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전략은, 국내 리사이클 섬유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 속, 미국 최대 섬유 산업 지역인 캘리포니아 주에서 부상하고 있는 기업과의 전략적 협업관계를 맺은 것으로 평가된다. 리젠과 앰버사이클의 MOU 체결 이후 관련한 추가적 사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어, 단순 협약으로만 기업 간 활동이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는 의의를 지닌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섬유성 폐기물에 대한 자사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 전략은, 서울패션위크 참가를 통해 리젠은 자사의 ESG 경영 투명성과 기술력을 효과적으로 소구하며, 최종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중요한 기회를 창출했다. 리사이클 섬유 제조 과정을 최초로 공개한 것은 ESG 경영 실천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린워싱에 대한 소비자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여전히 패션위크의 주 소비층은 제한적일 수 있으므로, 행사 외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리젠의 성장이 앞으로의 섬유 시장에도 투명한 ESG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해본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윤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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