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특별기획 2부

월드 1945 그때 지금이 시작되었다 2부 죽음의 여정, 핵

오늘은 2부 ‘죽음의 여정, 핵’이다.


2부 <죽음의 여정, 핵> / 2025년 8월 17일(일) 21:30 KBS1 TV


다시 보기 링크 : https://vod.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25-0103&program_id=PS-2025135968-01-000&broadcast_complete_yn=Y&local_station_code=00&section_code=05&section_sub_code=08


1부가 ‘석유’로 보는 2차 대전사였다면 2부 역시 ‘핵무기의 개발’로 보는 2차 대전사 같은 느낌이었다. 나치 독일의 핵무기 개발보다 빨리 핵무기를 만드려고 했던 미국이 중심이 된 스토리였다. 미국이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 나치 독일의 핵 개발이 있었다. 나치 독일은 핵무기 개발을 먼저 시작했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미국이 국가의 가능한 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나치 독일보다 먼저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과정은 잘 소개됐다. 아쉽게도 미국의 핵 개발을 촉진시킨 나치 독일의 핵무기 개발은 어느 수준이었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독일의 패전 직후 미·영·소 정상의 포츠담 회담에서 있었던 상황도 자세히 잘 설명되었다. 트루먼 대통령이 핵실험의 성공을 보고 받고 스탈린에게 신형 무기에 대해 알려주는 상황이 잘 그려졌다. 이미 미국의 핵 개발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는 스탈린의 반응은 미소의 핵무기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조와 같은 것이었다.


<죽음의 여정, 핵>은 미국이 핵무기를 독점해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핵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생각은 이와 달라서 핵무기를 여러 나라가 갖게 되면 서로 견제하게 되면서 전쟁이 억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내용을 잘 전달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소련에 핵 개발에 대한 정보를 넘겼고 소련도 1949년 핵무기를 갖게 되었다.


이 부분이 아쉬운 것은 소련의 핵 개발이 전적으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건네준 정보에 의존한 것 같은 뉘앙스를 주는 점이다. 소련도 핵 개발을 하고 있었던 사실이 간과된 것이다. 미국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과학자들과 함께 독일의 핵개발 연구 장소를 찾으려고 노력한 것만큼 독일에 먼저 진격한 소련 역시 독일의 핵 개발 연구 장소를 찾고 있었다.


‘그때 지금이 시작되었다’라는 타이틀은 감안한다면 미국의 핵무기 개발로 보는 2차 대전사의 느낌이 아니라 2차 대전 당시부터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개발 경쟁이 치열했으며 그것이 냉전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르렀다는 점을 메인 스토리로 잡았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상대가 나보다 먼저 핵무기를 개발해 공격할 수 있다는 ‘공포’,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전쟁의 판세는 기울어졌지만 상대가 받을 수 없는 항복 제안을 해놓고 거절하자 원자폭탄의 위력을 과시한 정치인의 선택 등을 잘 설명하고 있다. 개발한 것은 과학자이지만 결국 원자폭탄을 만들고 사용하는 것은 과학자들의 손을 떠나 정치인의 결정에 달려있었다.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정치인의 선택에 달려있음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상대가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냉전 시대를 지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핵무기의 무한 개발 경쟁 시대를 열었다. 냉전의 끝 무렵인 1980년대 초반은 3차 대전이 곧 발발할지도 모른다는 위험한 시대였다. 2차 대전 당시 개발과 관련된 내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다.


이런 다큐멘터리를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 중의 하나는 과학이란 무엇인가이다. 과학은 과연 가치중립적인가 하는 문제이다. 핵분열과 핵융합의 원리를 발견한 과학자들이 이런 미래를 예견했을까? 과학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핵무기 개발에 참여하고 또 그 내용을 적대국이 될 것인 소련에 넘겼을까? 과학에 가치중립은 있는가?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가 낳을 문제에 대해 어떠한 책임감을 갖는가? 비단 핵의 문제만은 아니다. 플라스틱이 그렇고,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란 등에 과학자들은 아무런 책임은 없는 것인가? 미국의 핵무기 개발은 냉전 시대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대를 열었고, 우리는 핵무기를 가진 강대국이 전쟁을 시작하면 인류가 절멸한다는 위기감 속에서 살고 있다. 과학자들은 어떠한 책임을 질 것인가?


<죽음의 여정, 핵>의 오프닝과 클로징을 미국의 원자탄 실험 장소인 로스앨러모스였다. 원자폭탄의 희생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시민들이라고 생각하고 ‘반핵’의 메시지는 이들을 통해 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이라고 할 텐데 그 방법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로스앨러모스에서 핵개발에 참여한 과학자와 그 가족들 역시 방사능에 노출되는 피해를 입은 희생자이긴 하다 하지만 희생의 정도와 크기에 있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 로스 아라모스를 오프닝과 클로징의 장소로 선택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지긴 한다.

2월 5일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핵무기 감축협정인 ‘신전략무기제한협정’(뉴스타트·New START)이 종료됐다. 미국과 소련은 1969년 SALT 협상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의 핵무기 제한·감축 협정을 이어왔으며, 그 마지막이 현재의 신전략무기제한협정이다. 하지만 ‘신전략무기제한협정’ 연장에 대한 합의는 하지 않아 다시 핵무기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다큐멘터리가 갖는 의미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