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특별기획 3부

<월드 1945 그때 지금이 시작되었다> 3부 왕관의 무게, 달러


오늘은 3부 ‘왕관의 무게 달러’이다.


3부 <왕관의 무게, 달러> / 2025년 8월 24일(일) 21:30 KBS 1TV

다시 보기 링크 : https://vod.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25-0103&program_id=PS-2025135968-01-000&broadcast_complete_yn=Y&local_station_code=00&section_code=05&section_sub_code=08


3부는 1부와 2부와는 다른 전개를 보였다. 1부와 2부가 미시적으로 보는 2차 세계 대전사였다면 3부는 전쟁의 끝 무렵인 1944년 7월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1971년 8월 15일 닉슨 대통령의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태환 금지 조치 발표, 닉슨 쇼크(Nixon Shock)에 이르는 시기를 다룬다. 즉 1944년부터 27년간 세계 무역의 질서를 ‘달러’ 중심으로 운영했던 ‘브레턴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에 대한 내용이다. 3부가 ‘그때 지금이 시작되었다’라는 타이틀에 가장 어울리는 내용이었다는 생각이다.


<왕관의 무게, 달러>는 전후 세계에서도 기축통화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었던 영국과 새로이 패권을 잡으려 했던 미국의 대결에서 미국이 승리하게 된 과정을 잘 설명한다. 영국은 경제학의 원로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를 내세웠지만 미국의 재무부 차관보인 해리 덱스터 화이트(Harry Dexter White)를 넘어서지 못하고 전후 경제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고 말았다.


<왕관의 무게, 달러>는 케인즈 vs 화이트의 구도를 통해 늙고 힘이 빠진 거인과 젊고 힘이 센 거인 대결에서 젊고 힘센 거인이 이겨 브레턴우즈 체제를 만들어 냈다는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케인즈가 구상했던 '국제청산동맹(ICU, International Clearing Union)'은 미국의 뜻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으로 바뀌어 창설되었고 미국의 영향력 아래 운영되고 있음을 잘 설명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시작부터 귀를 의심하게 하는 내레이션이 들리더니 케인즈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이 부분은 왜 넣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독일군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무너졌다고 설명을 했다. 파죽지세라니... 공격을 받고 퇴각하는 쪽에게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흩어졌다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본다. 왜냐하면 노르망디 작전 이후 독일의 항복까지는 1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렸기 때문이다. 독일군의 저항이 그만큼 컸고 노르망디에서 베를린으로 진격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케인즈가 나치 독일의 런던 공습 시절에도 오페라를 후원했다는 이야기는 뜬금없는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마치 1부에서 일본의 동남아 점령 이야기를 하며 브루나이를 소개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짜 아쉬운 것은 이런 것들이다.


IMF와 미 재무부와의 직통 전화가 있다는 설명은 IMF가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어찌 보면 조금은 가벼운 설명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도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아봤지만 IMF의 구제 금융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융자받는 것이 아니다. 융자에는 조건이 따라붙고, 그것은 IMF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으며 거부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IMF가 미국의 이익에 충실한 국제기구라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세한 사례와 설명을 통해 브레턴우즈 체제로 만들어진 IMF를 설명하는 구성이 필요했다고 보인다.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상황을 넣지 않은 것도 아쉽다. 닉슨이 달러에 대한 금태환을 금지하면서 브레턴우즈 체제가 막을 내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러의 위세가 급전직하한 것은 아니다. 달러는 여전히 위력적인 위세를 가지고 있었다.


1980년대 일본의 경쟁력이 엄청나게 팽창할 때 일본이 미국을 사들일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실제로 일본기업들은 록펠러센터, 콜럼비아 픽처스를 비롯해 호텔과 골프장 등 부동산을 많이 사들였다. 2차 대전에서는 졌지만 경제 전쟁에서는 승리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Die Hard.jpg Die Hard 영화 포스터


브루스 윌리스를 세계적인 배우로 알린 ‘다이하드 1’의 인질극은 일본 기업 ‘나카토미’의 미국 본사 빌딩을 배경으로 삼았는데, 이는 당시 일본 자본의 미국 진출에 대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설정이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일본 자동차 업체들로 인해 도산의 위기에 처할 정도로 위기를 겪었던 것도 1980년대다.


이를 한 번에 뒤집은 것이 1985년 9월에 있었던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이다. 플라자 합의는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일본의 재무장관들이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남단 5번가에 위치한 플라자 호텔에서 진행한 환율 조정 합의로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 약세 정책이 추진되면서 엔화는 약 240엔 수준에서 2년 만에 120엔 안팎까지 급격히 절상되었다. 그 결과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낮아지고, 이후 저금리 정책과 자산 버블을 거쳐 장기 침체로 이어졌다. 이후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됐고 ‘10년’을 지나 ‘20년’ , ‘30년’이 됐을 정도다.


유로화의 출범에 대해서도 언급되지 않은 것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유로화의 출범은 2차 대전 이후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경제공동체를 이루려고 했던 노력의 성과이면서 동시에 달러 패권에 대항하는 새로운 기축 통화의 등장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달러가 유로화의 등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며 우위를 유지하려 했는가 역시 중요한 요소로 생각되는데 닉슨 쇼크로 마감이 되어버렸다.


마지막으로 서브타이틀인 <왕관의 무게, 달러>에 대한 유감이다. 나에게는 ‘왕관의 무게’를 서브타이틀에 넣은 것은 ‘왕관의 무게’가 무거우니 책임을 다해야 한다 또는 미국이 과연 ‘왕관의 무게’를 감당해 왔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려는 것으로 보였으나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홈페이지에 나오는 “승리는 했지만, 승자는 웃지 못했다. 누구의 돈으로, 어떻게 다시 일어날 것인가. 경제 패권을 쥐기 위한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다. 마지막 이야기, 달러. 왕관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제국의 숙명을 추적한다.”는 허무한 설명으로 다가왔다. ‘왕관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제국의 숙명’이 무엇인지 하나도 다가오지 않는다.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과연 미국은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라는 엔딩 멘트는 공허하게 들렸다.


이제는 전체를 정리해야 할 때이다.


3편의 에피소드가 1부와 2부는 미시사적으로 보는 2차 대전사라는 구성이었지만 3부는 전후 이야기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구성으로 일관된 구성을 갖지 못했고, 개별 스토리의 구성이 단절되어 있어 3개의 스토리가 연계성이 없게 느껴졌다. 하나하나 개별적인 에피소드로는 만들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3개를 엮어 하나의 시리즈로 묶는 것은 무리한 구성은 아니었나 싶다.


1945년은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던 시기였고, 주도권은 연합국 중에서도 미국이 쥘 수밖에 없었다. 대영제국이라 불리던 영국은 이제 지는 해가 됐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처칠은 총선의 패배로 실각했다. 처칠은 전후 세계에서 영국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결국 미국을 넘지 못했다. 루스벨트가 대서양헌장을 통해 밝혔던 국제기구에 의한 세계의 분쟁 조정은 UN으로 구체화됐다.

또 하나의 승자는 소련이었다. 소비에트 블록(Soviet Bloc)이라고 할 수도 있고 처칠이 이야기한 철의 장막(Iron Curtain) 일 수도 있지만 소련은 공산권의 맹주가 됐다. 서유럽과 소련 사이에 동유럽 국가들을 공산국가로 만들어 버퍼존(Buffer Zone)을 만들었고 동아시아에는 김일성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세우는데 든든한 뒷배가 되어줬다.

독일의 패배 이전부터 서로를 견제하던 미국과 소련은 본격적인 냉전의 시대에 돌입했다. 유럽에서는 나토(NATO)와 바르샤바 조약기구로 대립했다. 우리나라는 해방과 동시에 분단되었고 전쟁을 겪었다. 냉전이 블록화되고 고착화되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1945년 이후(5년 동안)의 세계다.


석유도 중요하고, 핵도 중요하고 달러 패권도 중요하다. 하지만 ‘1945년, 그때 지금이 만들어졌다’라는 커다란 우산 아래 이들의 의미를 포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고 높은 완성도를 갖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콘셉트와 내용이었지만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는 기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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