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에세이) 42. 탁구, 오랫동안 즐기고 싶다
힘은 들지만
"탁구종합병원"
[롱다리 박 탁구 클리닉 ] -
[ 탁구 에세이]
▶ 탁구를 치다 보면 넘지 못할 것 같은 고수를 종종 볼 수 있다.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이길 수가 없다. 그 벽이 높은 만큼 노력한 것은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와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엄청난 연습을 했을 것이다.
예전 처음 탁구를 시작한 탁구장에 관장님도 그 당시 1부였다. 나에게 경험을 많이 쌓게 해 주려고 게임도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승패를 떠나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 당시에도 1부는 많이 없었고 너무나 높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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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3여 년 전,
4부로 시합을 나갔을 때였다. 그 당시 나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때였다. 핸디 받고 이긴 줄도 모르고 그냥 승리에 취해 있을 때였다.
상대가 맞은편에 서 있었다. 나는 누구인지 잘 몰라서 물어봤다. 그런데 여기서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당당하게 "몇 부세요?" 이 정도로 끝내야 했는데, 나는 "4 부세요?"라는 질문을 날려버렸다. 알고 보니 상대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1부였는데 내가 못 알아보고 건방을 떨었던 것이다. 나의 질문을 받고 살짝 기분 나빠하는 표정이었는데 그것은 게임으로 그대로 나타났다. 나는 박살 났다. 봐주는 건 없었다. 눈에 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게임은 끝이 났다. 어떻게 졌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빨리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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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0여 년 후, 나는 1부가 되었고 1부에서도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다. 그날의 기억은 잊은 채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경북 영주 근처에서 큰 대회가 있었는데 그날 시합이 끝난 후 끝난 후 다양한 선수들이 한 체육관에 모여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전 "4부세요"라고 말실수했던 그 관장님도 계셨다. 나를 알아보고 서로 인사하며 안부를 물었다.
처음 말실수 사건 후, 다시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당시 패했던 기억만 남아있었다.
그런데 다시 게임을 하게 되었다. 사실 궁금하기도 했다. 예전엔 너무나 무기력하게 패했었다. 모든 것이 어렵게 느꼈었다. 그랬던 게임을 13년이 흐른 후 다시 게임이 시작되었다. 긴장감도 있었다.
그런데 게임이 진행될수록 묘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예전에는 이것보다 강했는데, 서브도 너무 어려웠었는데 지금은 너무 편안하게 느껴졌다. 랠리가 되어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1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거 같았다. 게임을 하는 와중에도 예전의 그 순간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등바등 힘겹게 공을 따라다녔던 장면 등. 그간 노력의 결과같이 느껴지다가도 이런 차이를 만들기 위해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사랑하는 탁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줄어서다. 그날 게임이 끝난 후에도 여운은 길었다.
매일 줄넘기와 스윙연습을 하지만 나도 분명 실력이 멈춰 서는 날이 올 것이다. 그래도 부상당하지 않고 오랫동안 즐기면서 탁구를 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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