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구 초보 시절에는 자세만 취해도 허리가 뻐근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지렁이처럼 넘어오는 공도 맞추기 쉽지 않다. 이놈의 몸치!
너무 빨리 탁구와 사랑에 빠져 살았다. 탁구를 시작하자마자 했던 행동은 영화"로키"를 연상하면 된다. 비슷했다. 실제로 로키 ost " Going To Distance, Eye of The Tiger "를 휴대폰 벨 소리, 통화연결음으로 했었다. 시작을 좋았다. 운동장에서 스윙 1000개, 줄넘기 1000개, 집에 들어오면서 15층까지 엘리베이터 보다 더 빨리 뛰어오르기 등. 이미 마음은 국가대표였다.
그때까진 몸이 그렇게 빈약한지 몰랐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15층 빠르게 계단 뛰어오르기를 하다가 오른발로 힘껏 차는 순간 "찌직"하는 소리가 발뒤꿈치에서 종아리 - 허리 - 나의 머릿속으로 전해졌다. 오른쪽 뒤꿈치 인대 쪽에 부상이었다. 나의 첫 부상이었다. ------------------------------
▶ 부상이 조금 나아질 때쯤부터 운동은 했지만 아침에 첫걸음은 기분 나쁜 통증으로 시작했고 괴로웠다. 완쾌할 때까지 몇 년이 걸렸다. 이런 일을 자주 겪으면서 차츰 나의 몸에 대해서 알아갔다. 항상 준비운동을 하게 되고 어느 정도 힘을 주면 무리가 오는지 알게 되었다.
몸을 알아가듯이 탁구 기술도 마찬가지였다. 백스윙에서 손목을 조금 틀었더니 임팩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래! 이 느낌이야!" 하면서 기분 좋게 연습했다. 그 내용을 탁구일지에도 쓰면서 며칠 신나게 연습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게 아닌가?" 하면서 다시 미로에 빠졌다.
훈련하다 보면 이거다! 싶은 확신이 들었다가 며칠 지나면 그때 그 확신이 들었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시 또 좋았던 느낌을 찾아 떠난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이겼을 땐 "역시, 게임은 이런 패턴으로 해야지!" 생각하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누군가에게 패 하기라도 하면 "이게 아닌가?" 하면서 또 미로에 빠진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면 조울증이 걸린 것처럼 며칠 좋았다가 또 며칠 안 좋았다가를 반복한다. 꼭 주식 같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주식이 우상향 하듯, 나도 모르게 실력이 늘어있다. 나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지만 고민한 만큼 성장해 있다.
학창 시절부터 나는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 "내가 선택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나?" "미래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에 대한 수많은 생각을 했지만 해답은 찾지 못하고 불안한 미래만 생각하고 그냥 살아왔었다. 그런데 탁구를 하면서 나는 알았다.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아도 나는 그래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안다. 노력을 하고 있다면 우상향 하리라 믿는다.
------------------------------
▶ 탁구를 처음 배울 때도 배우는 사람의 실력이 매일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랠리를 할 때 항상 15개에서 실수를 하면 그것이 실력이다. 어느 순간 15개가 30개가 되었을 때, 분명 실력이 향상된 것이다. 본인이 탁구에서는 초등학생임을 잊고 상대방과 수능과 같은 게임으로만 본인 실력을 판단한다면 10년 동안 훈련해서 게임을 한번 이겨보기 전까지 고통일 수밖에 없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당연한 거 같아 보여도 수백 번 넘어지면서도 매번 조금씩 나아진 결과다.
무언이든 꾸준하게 해 보자. 꾸준함이 우리의 무기다. 꾸준함도 재능이다. 꾸준함도 운동신경이다. 한 번에 10시간 운동한다고 갑자기 몸이 건강해지거나 근육이 커지지 않는다. 20분을 하더라도 매일 꾸준히 하면 분명 몸의 변화가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
탁구도 안느는 것 같아도 늘고 있다.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 생각하고 조급해지지 말자. 상대방과 비교하지 말고 본인만의 속도로 묵묵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목표로 했던 위치에 와있을 것이다. 그리고 항상, 누구에게든 배우겠다는 열린 마음이 동반된다면 우러러보던 사람과 대등하게 게임을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Copyright ⓒ 2023 by 배울수록 즐거운 롱다리박 탁구 클리닉,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