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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법

침묵과 무시의 어디쯤

by 핑크골드

그와 그의 부모가 속닥속닥했다.

나의 의지와 반대되는 것을 작당하는 말들.

우연한 기회에 아파트에서 재개발 주택으로 갈아탔다. 몸테크 사오 년만 하면 된다는 부동산 사모님의 이야기에 달려갔던 곳이었고, 귀신 나오기 직전 같은 집이었지만, 희한하게 그 집에서는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퇴근 전의 남편에게 얼른 잡자고 이야기했다. 매달 들어오는 월세와 앞으로 올라갈 가치에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어느 날 시아버지가 말씀하시길 그걸 당신이 샀어야 했다고 했다. 남편은 자신의 부모를 위한 좋은 물건을 알아보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인정받는 것 같아서 더 잘해보려고 했다.

주택은 그와 나, 우리의 집이라고 생각했다. 월세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타박하는 그의 말에도, 내 통장이 아니니 모르지라고 핑계 같은 말을 해도 괜찮았다. 세입자에게 바쁘겠지만 확인해 달라는 연락을 건네고 그녀의 사정을 듣고 남편에게 전달했다. 월세가 입금되지 않는 것은 아내 탓, 그 주택으로 인해 생기는 것은 그의 것이 탐탁지 않아도 견딜만했다. 나중에 우리의 것이 될 것이라고 믿었으니깐.

남편이 시부모님에게 그 주택을 넘길지 말지를 계산기를 두드렸다. 나 빼고. 시부모와 셋이. 정말로 그런 것을 실행에 옮길 것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에게 확인할 틈도 없이, 그는 그날 식당에서 나에게 '지가 똑바로 하지도 않는다'며 나를 타박했다. '지'라는 단어에 발끈해서 식당의 손님들이 많았던 것도, 시부모님 앞인 것도 생각하지 않고 불쾌하다고 대응했다. 그의 고함, 시어머니의 네가 좀 참아라. 다른 집은 문제가 없는 것 같아도 다 있다며 나에게 참으라고 속닥이셨다. 그 모습을 보는 남편은 더 화를 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던 나는 체해서 약을 먹고 누웠다.


그들이 참을 수 없는 것을 도모하면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저 미약한 존재에 불과한 전업맘이라는 것이 큰 걸림돌이 되었다. 엄마가 그래서 그렇게 공부하라고 대치동 학원까지 밀어 넣어서 공부시켰는데, 수능 볼 때 나약한 마음에 수탐 2 시간에 잠이나 잔 무능력한 인간의 연장선으로 인생을 살았다.

여차저차 떨어지는 공부만 해댔던 나는 누가 결혼하라고 등 떠밀지도 않았는데, 혼자 등 떠밀 린 양 결혼을 했다. 남편은 자기 부모가 가난해서 배우지 못한 것이 늘 마음 아프다고 드라마 보면서 질질 짠다. 그리고 두 딸들에게 자기 부모의 가슴 아픈 사연을 말하고 또 말하며 안타까워한다. 정작 자기 곁의 아내가 허리 디스크 터지고 무릎에 물이 차도 뚱뚱해서 그런 것이라며 자기 관리 못하는 아내를 한심한 인간 취급하면서 엄마처럼 뚱뚱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 뚱뚱한 아내에게 그 시부모의 재산과 노후를 든든히 할 부동산을 물어오라고 쪼아댄다.


식당에서 고함을 치고 난 그는, 그날 저녁 듣지도 못하는 영어공부 어플이 괜찮은지 알아오라고 시킨다. 뭔지도 모르겠고, 더 좋은 것이 있다고 알아봐 준들, 그는 그대로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결혼 이후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결국은 제대로 밥벌이를 못하는 전업맘으로 여전히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나 스스로를 폄하할 수밖에 없으니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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