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 학생 읽어보세요

어르신 혹은 학생

by 설레는삶

문해교실에 오신 어르신들을 처음 만났을 때 뭐라 불러야 할지 난감했다. 내 엄마 나이 정도의 어른들을 어떻게 부르지? 할머니, 어르신, 엄마 등등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일대일 개인수업으로 진행했다. 00 어르신이라 했다. 000 어르신이라 하면 너무 길게 느껴지고 발음하기 불편했다. 어떤 사회복지사님은 어르신들과 친해서 그런지 성은 빼고 이름만 부르기도 했다. 예를 들면 00 어르신 하면서 말이다. 어르신이라는 호칭 앞에 두 글자만 넣어도 훨씬 편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분들을 그렇게 부르기에는 쑥스러웠다. 내가 그분들과 그렇게까지 라포가 형성된 것 같지 않았다. 좀 더 정중한 표현이 맞을 것 같았다.


‘초등 문해교사’ 실습을 하면서 수업을 참관할 때 실제로 문해교사들이 어떻게 부르는지 유심히 들었다. ‘000 씨’,’ 엄마’,’ 어르신’과 같이 다양하게 부르고 있었다.


나는 얼마 전부터 호칭을 바꾸었다. 어르신 대신에 000 학생이라고 부르고 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부를 때 ‘~~~ 야’라고 하겠지만 나야 그럴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수업 중에 ‘000 학생’이라고 부르면 어떠세요?’라고 여쭈어보았더니 ‘좋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000 학생’이라고 부르는 게 어색했다. 지금은 가장 적절한 호칭이라고 생각이 든다. 학생은 못 배워서 한이 맺힌 분들에게 부여해준 자격이다. 아이들에게는 흔하디 흔한 혹은 원하던 원치 않던 주어지는 학생이라는 신분이다.


그러나 문해교실 학생들은 즐거움의 호칭이다. 일주일에 세 번 학생이 되고 싶은 마음에 더워도 비가 쏟아져도 복지관에 들르신다. 혹여 늦을까 마음 조리며 뛰어오기도 하신다. 아픈 곳이 한두 군데도 아니지만 개근상을 놓칠까 저어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하신다.


000 학생! 52쪽 3번 지시문 읽어보세요


그럼 학생들은 나를 뭐라 부를까?

당연히 선생님이라고 부를 거라 생각할 거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신다. 그런데 몇몇 분들은 그러지 않으신 분들이 계신다. 가끔은 이렇게 나를 칭하신다.

집이는?
집이가 그런다고?’
내 딸이 꼭 집이 같아


혹시 ‘집이는’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다. 어른들이 본인보다 나이 어린 사람을 점잖게 부르는 말인듯하다. 어릴 적 동네 아줌마들이 서로를 그렇게 불렀다.


나를 어르신들이 이렇게 부르는 분들에게 뭐라 말씀을 드릴까 잠시 고민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았다. 나를 무시해서 그런 게 아니라 혹시 나를 어려워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도 훨씬 어린 사람이 와서 한글을 가르친다고 앞에 서있긴 하지만 왠지 서먹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거다. 학창 시절 선생님과 친한 아이들은 ‘선생님~~~~’이라고 다정하게 부르면서 편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선생님’이란 한 마디가 입 밖으로 떼기 힘들었다. 편하게 대하기 힘든 어른이었다.


내가 더 애써서 다가가려고 노력해야겠다. 서로를 쉽게 생각하면 안 되지만 편하게 여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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