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교사로서 행복합니다
2주 만에 한글교실에 복귀했다. 2주간은 놀 때야 그다지 길지 않고 그저 부족하기만 한 시간이다. 그러나 나를 기다리고 계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무거웠다. 미안한 마음도 들도 공백 기간 이후에 다시 출근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진도를 어디까지 나갔는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난 뭔가 시작할 때 늘 긴장감을 떨칠 수 없다. 이미 몇 개월을 해왔지만 다시 나가려니 걱정이 앞섰다.
어르신들이 그동안 배운 것을 잊었으면 어떡하지? 예전의 수업시간 보인 내 활력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동안 쌓아온 애정과 관심을 일으킬 수 있을까?
염려하는 마음을 안고 출근길 버스에 올랐다. 제주도에서 사 온 오메기떡 한 상자를 들고 갔다. 1시 수업 전에는 늘 몇 분 어르신은 일찍 와 계신데 이번에는 교실에 아무도 없었다. 조금 기다리다 보니 1시 수업 반장님이 오셨다. 막상 어르신 얼굴을 보니 왜 이리 반가운지. 어김없이 교실을 지키고 수업받으러 오셔서 감사함이 넘쳤다. 학생분들은 하루도 빠지질 않고 복지관에 오셨단다. 다행히 교육사님께서 알차게 수업을 진행해주셔서 심심하지 않게 내 공백을 채워주셨다.
마지막 수업 후에 작성한 근무 기록지를 보고 진도 체크를 했다. 필요한 자료를 꺼내 놓고 어르신들이 오 시 기길 기다렸다. 모든 분들이 시간이 되니 수업에 참여하셨다. 1시부터 시작해서 1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모두 3시간 수업을 진해했다. 초급반은 먼저 'ㄱ'부터 'ㅊ'까지 자음과 6개의 모음을 결합해서 문자를 만들기 복습을 했다. 한 글자 한 글자 만들어서 읽기 확인을 했다. 대부분 잊지 않고 잘 읽으셨다. 가장 염려했던 부분이 해결되었다.
복습 후에는 읽기 시간으로 이어나갔다. 받침 없는 글자 모음 자료를 활용해서 차근차근 'ㅈ' , 'ㅊ' 글자가 들어간 문장 읽기를 했다. 총 10개 문장으로 이뤄진 자료다. 한 문장씩 내가 먼저 읽고 학생이 따라 읽는 방식이다. 보통은 2-3 문장씩 한꺼번에 읽기를 해보곤 했다. 이번에는 누적 읽기를 도전했다. 즉 가장 나중에는 1번부터 10번 문장까지 쭉 이어 읽기를 하는 거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꽤 잘 읽으셨다. 칭찬을 퍼부었다. 2주간 동안 잊어버리기는커녕 실력이 더욱 늘어 있었다.
초급반을 무리 없이 수업을 마치니 중급반까지 일사천리로 수업을 진행했다. 중급반은 교재에 나와있는 글씨는 읽는데 무리 없다. 하나 정확히 쓰기는 힘든 글자들이다. 그렇다고 쓰기 연습만 하기에는 수업이 재밌없다. 교과서에 나오는 빈칸 채우기는 별다른 설명이 없이도 혼자서 들 잘 쓰고 이해하셨다. 받아쓰기로 시험을 보면 대부분 어렵긴 하지만 정확한 글쓰기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고 수업 흥미도가 떨어질까 저어되어 다른 수업교재 활용에 힘썼다. 낭독에 힘들 실어보고자 했다. 중급반은 글자를 다 아는 것 같지만 막상 소리 내서 읽으라고 하면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글 글씨로 인쇄된 '좋은 생각' 책자에서 읽기 자료를 몇 가지 복사를 했다. 한 장씩 나누어 드리고 한 단락씩 낭독을 했다. 독서법 중에서 '윤독'을 하는 것이다. 한 명씩 낭독하고 내용을 리뷰하면서 이야깃거리를 도출해서 돌아가면서 발표를 해 보았다. 각자 삶을 통해서 경험한 바를 말씀하실 때는 눈빛도 반짝반짝거리면서 신나 하신다. 내가 이야기에 너무 빠지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정확한 글자 읽기가 가능해지면 문맥에 따라 부드럽게 말하듯 읽는 것까지 읽기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읽기 어려워하는 글자를 발견하면 추가 자료를 만들어서 반복 읽기를 할 계획이다.
오늘 교재에 나온 'ㅉ' 이 들어간 단어를 활용해서 문장 만들기를 했다. 주로 '쭈구리다' , '짜장면'이라는 단어로 한 문장 만들기를 하셨다. ' 쭈그리고 앉아서 다리가 저리다.' , '나이 먹었다고 쭈그리고 있지 말자.'라는 문장을 보고 빵 터졌다. 문장 만들기를 하면 틀린 글자가 더 많다. 다만 무슨 뜻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학생분들이 뭔가 상상하고 써 내려가시는 모습이 대견해 보인다. 틀린 글자는 고쳐주지 않는다. 일단 만들기를 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점차적으로 문장을 만들고 수정하기를 하면서 쓰기 실력을 늘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매 시간 수업이 끝나고 오메기떡을 나누어 드렸다. 더 많이 드리고 못해 아쉬웠다. 웃는 얼굴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행복해진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하고 있고 각자 자리를 지켜주는 게 중요한 거다. 내가 갈 자리가 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