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을 마치고 모든 짐을 다음날 정리했다. 빨래방에서 가서 한꺼번에 세탁과 건조를 마쳤다. 구겨진 상태로 건조기에 들어갔다 나온 옷들은 아무리 흔들고 털어도 구김이 그대로였다. 평소에 다림질해야 하는 옷은 구입하기 꺼릴 만큼 관리가 쉬운 옷을 지향한다. 그런데 건조기에 들어갔다 나온 옷들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구김이 있어도 별다른 상관없는 것들은 빨리 개서 옷장으로 직행했다. 몇 개의 옷은 도저히 입을 수 없는 구김이 져서 서둘러 다림질은 해서 정리했다. 트렁크에 있는 모든 잔 짐까지 꺼낸 후 벽장에 집어넣었다.
이후에는 오랜만에 마트에서 봐온 먹을거리를 꺼내서 밑반찬과 얼갈이 겉절이를 후다닥 끝냈다. 3-4일 정도 식탁 위를 채울만한 반찬거리는 마련해 놓은 셈이다. 여행 후에 정리를 얼마나 빨리 하느냐에 따라 여행 뒤끝이 좋게 남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행 후에 트렁크가 며칠 씩 거실 바닥에 놓여 있었다. 큰 짐은 빨리 정리하는데 작은 부피 것들을 정리하려면 자꾸만 귀찮은 생각이 들어서 미루곤 했다. 거실에 놓여 트렁크를 볼 때마다 게으른 내 모습이 대체된 느낌이었다. 열심히 놀기만 하면 뭐하는가? 뒷정리가 요 모양 이 꼴이니.
그래서 요즘은 피곤하더라도 여행 후에 늦어도 다음날 정리를 끝내려고 한다. 그래야지 다음 할 일이 착착 진행될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정리력이 부족하다.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누가 충고한다. 근데 제자리를 어디로 정할지 난감하다. 처음부터 눈에 보이는 곳에 대충 던져놓은 습관이 있다. 그러니 식탁과 책상 위는 뭔가 물건이 늘 올려져 있다. 그러면서 각 빈 공간이 점점 줄어든다. 답답한 책상을 보면 책상으로써의 기능을 점차 상실해간다. 다른 가족들도 쉽게 책상에 아무 물건이나 던져 놓게 된다.
무슨 일이든 하려면 집안 정리부터 하라고 어느 책에서 읽었다. 읽기만 했을 뿐 실천을 하지 않았다. 한 번 책상을 치워볼까나? 먼저 책상 위에 있는 커다란 독서대부터 치웠다. 보지도 않는 책들은 책꽂이로 보냈다. 작은 메모지, 영수증, 우편물 등이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버릴 것과 보관할 것들을 분리해서 책상 위에서 보이지 않게 한다. 연필과 볼펜도 몇 자루씩 책상 위에서 굴러다녔다. 이 것들도 서랍 속에 모두 집어넣는다. 참고로 서랍장 속은 깔끔한 모습을 보장할 수 없다. 다만 눈앞에서 뭔가가 보이질 않으니 마음이 정돈된 느낌이다. 서랍 속에서도 버릴만한 것들을 찾아냈다.
어느 정도 책상 위를 정리하니 자꾸만 앉아있고 싶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 달력, 스탠드, 마우스, 어디 둬야 할지 몰라서 일단 올려놓은 핸드폰 거치 대등이다. 왠지 이 책상에서 독서를 할 때는 책 속에 중요 부분을 표시할 때도 똑바로 해야 할 듯하다.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해보려고 맘을 먹지만 늘 실패했다. 이제 책상을 정리했을니 왠지 잘 되지 않을까?
무엇이든 변화를 가져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정리를 해보았다. 브런치 작가를 다시 지원했을 때는 제대로 글쓰기를 해보려고 시작했다. 하나 며칠 만에 다짐은 무너졌다. 무너지면 다시 쌓으면 되는 것!!! 이제부터라는 말이 사뭇 두렵기 하다. 그냥이라는 말이 왠지 나에게 출구를 제공해주고 핑계를 주는 것 같아 친근감 있다. 다짐도 함부로 하려니 나에게 부끄럽다. 그냥 시간 조금씩만 내서 조금씩만 써보자.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