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교사로서 긴장된 첫출발
문해교사 합격을 하고 기쁜 마음도 잠시였다. 주위 사람들한테 ‘나 할머니들한테 한글 가르쳐주는 일 하기로 했어.’ 자랑할 때만 해도 내 마음은 들떠 있었다. 일 년 계약으로 시작한 거지만 시급이 다른 일에 비해 적지 않았다. 중년이 넘어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최저시급 받을 각오로 일 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금전적인 부분과 함께 중요한 게 내가 받게 될 사회적 인식이나 태도이다. 문해교사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따라온다. 어쨌든 누군가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호칭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많이 달라진다. 이런 조건도 맘에 들었다.
이제 일주일 후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처음 해보는 일을 시작한다.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 걱정이 앞섰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 , ‘내가 전달을 잘할 수 있을까?’ 등 다른 일을 할 때도 머릿속은 계속 고민만 했다. 해보지 않은 일 앞에서 누구나 겪을 만한 것들이었다.
첫 주에는 어르신들과 상담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한글을 몰라서 어떻게 사셨는지 여쭤봤다. 어르신들의 삶은 모두 소설책이나 드라마에 나올만한 것이었다. 어르신들의 부모님들한테서는 박완서 작가님에 등장하는 교육열이 뛰어난 어머니상은 기대할 수없었다. 옛날에는 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들은 동네에 한두 명에 불과해서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맘도 그다지 없었다고 하셨다. 내가 남들보다 부족함을 느낄 때 삶에 대한 욕구나 방향성도 달라질 수 있는 거다. 결혼 이후에 대부분은 남편에게 의지하며 사셨다. 자녀들도 엄마가 한글을 모르다는 사실을 성인이 될 때까지 모를 정도로 감추며 사셨다. 내가 생각할 때 글을 모르고 어떻게 살 수 있을지 상상이 안된다. 말도 통하지 않고 글자도 모르는 외국에 나가면 내가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핸드폰 액정화면에 나열된 글자도 읽지 못하고 걸려오는 전화만 받아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간판도 알아볼 수 없고 핸드폰 문자메시지조차도 읽을 수없다. 대상자분들의 연세는 대부분 70,80대이신 분들이다. 이제까지 한글을 모르고 사셔도 큰일이 나는 건 아닌가 보다. 불편함이 따를 뿐이지. 다만 더 누릴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상황에서 뒤처지는 정도일까? 나도 살아보지 않은 인생이라 알지는 못한다.
어르신들은 한글을 모르면 은행업무가 가장 힘들다고 하셨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불편한 일들이 있었다. 일단은 혼자서 필요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알려드리려고 한다. 은행 전표 한 가지만을 작성하려고 해도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당연히 한글 읽기와 쓰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다음은 은행 관련 서식은 많은 한자용어들로 이뤄져 있다. 단어 뜻풀이도 따라야 한다. 전표 안에 있는 많은 빈칸 중 내가 반드시 채워야 하는 공간들은 어떤 건지 알려드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써야 하는 금액을 정확히 숫자로 표현하는 거다. 이 모든 과정을 천천히 가르쳐드리는 게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대상자별로 대화를 통해 문해 수준을 파악해보았다. 이전에 일이 년 정도 한글 교육을 받으신 경험이 있으셨다. 상담 결과 세상 모든 학생들을 공통된 현상을 볼 수 있었다. 같은 교육기관, 선생님, 교육기간, 교육내용을 경험한 분들이지만 문해 능력은 천차만별이었다. 대략 초/중/고급 세 단계로 나뉘었다. 개인별로 의욕이나 집안 환경에 따라 어르신들 수준을 달랐다. 잠깐 상담을 통해서도 이해력이 빠르신 어르신들한테 관심이 더 갔다. 배우려는 의지가 돋보이시는 분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전달하고 싶은 욕구가 우러났다.
이 나이에 배워서 뭐해
맨날 배워도 다 까먹어
집에 가면 공부하기 힘드네
이런저런 핑계를 대시면서 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걱정을 앞세우신다. 코로나로 인해 집단 수업을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개별수업이 더 효과적일 듯했다. 1:1대면을 통해 각자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계획을 세워보았다. 한 사람당 30분 수업을 진행하는 거다. 아직은 개별적 성향 파악이 안 되어 공통적으로 진행할 주제를 선정해보았다.
잘하기보다 일단 해보자. 누구나 처음은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