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과 전화 수업 진행

비 대면 문해 수업

by 설레는삶

며칠 전부터 태풍 소식이 있었다. 어제는 우산을 굳이 쓰지 않고 맞아도 될 만큼 비가 왔다. 오늘 새벽에 빗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거실로 나가보니 빗소리가 거세다. 베란다 창을 차마 열 수가 없었다. 베란다 문을 열면 집 안으로 빗물이 들이닥칠 기세였다. 드디어 태풍이 오나보다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해야 할 집안일을 대략 마치고 소파에서 쉬고 있었다. 복지관 교육사 선생님께서 연락하셨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비속에서 이동하시는 게 위험할 것 같다고 하셨다. 전화로 수업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교육사님께서 어르신들께는 복지관에 오시지 말라고 연락은 하신다고 하셨다.


전화로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처음에 막막했다. 초급과 중급 어르신들을 상대로 일대일로 전화로 진행하는 거다. 전화상이라 쓰기 수업보다는 읽기 수업이 적절했다. 초급반은 지난 시간에 진행했던 읽기 자료를 하기로 정했다. 'ㅋ' 글자를 배우는 단계였다. 먼저 내 컴퓨터에 읽기 자료를 띄웠다. 첫 번째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 진행했던 수업시간애 전화를 드렸다. 마침 기다리고 계신 듯했다. 읽기 자료를 꺼내라고 말씀을 드렸다. 초급반은 글자 파악 능력이 부족해서 내가 말한 자료가 어떤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한글교실 선생님이에요. 어르신 별일 없으세요. 비 오는 데 집에 잘 계시죠?
네.


전화로 수업 조금만 할게요.
제가 프린트해드린 읽기 자료로 수업할게요.
네?
지난주에 읽었던 'ㅋ' 들어간 자료 있으시죠? 찾아보시겠어요?
아 하얀색 종이요?


초급반 어르신은 전화상으로 '프린트' 나 '복사'라는 단어는 곧바로 인지하기 어려웠다. '하얀 종이'라고 말하는 게 전달력이 좋다. 어르신이 먼저 한 줄 읽으시고 잘못 읽은 부분을 수정해나갔다. 생각보다 잘 읽으셨다. 두 군데 정도 읽기 어려워하셨다. 전화상이라 반복적이고 자세히 가르쳐 드리기 힘들었다. 한 번 소리 내서 글자를 읽어내는 게 중요했다. 다른 초급반들은 상황상 수업 진행이 여의치 않았다. 기초가 부족하신 분은 전화상으로 자료 활용을 하는 게 어려워서 진행이 어려웠다. 이런 분들은 대면 수업 때도 내가 직접 책이나 자료를 골라서 펼쳐드린다. 안부인사 정도 드리고 전화를 마쳤다.


중급반은 동화책 읽기를 했다. '숨 쉬는 항아리'라는 책을 칼라 복사해서 지난 시간에 나눠드렸다. 태풍으로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동화책 낭독 수업 강화를 위해서 자료를 나눠드린 것이다. 전화상으로 책 전체를 읽는 게 효과적일 듯했다. 중급반 4명 어르신과 개별적으로 '숨 쉬는 항아리' 전체 낭독을 해보았다. 오늘 하면 두 번째 읽는 거다. 첫 번째는 글자를 똑바로 읽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느낌을 살려서 자연스럽게 낭독하는 게 목표다.


선생님 전화비 많이 나오면 어떡해요?

선생님 하시기 힘들시죠?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전화비는 부담되지 않는다는 것을 어르신들이 모르시고 걱정하신다. 이럴 때면 귀엽기도 하시다.


선생님 하시기 힘들시죠? 우리는 괜찮은데 선생님 가르치시느라 힘들 것 같아요.

늘 겸손한 마음을 비추신다. 본인들이 잘 못해서 선생님이 힘들 거라고 걱정하신다. 오히려 나는 잘하고 싶은데 욕심만큼 하지 못하시는 어르신들 맘이 어떨까 염려된다.


책 읽기를 마치고 개별 통화를 하는 거라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라든가 '한글 수업 재미있으세요?'라고 여쭈었다. 평소에는 같이 수업을 하고 함께 다들 나가시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소통하기 힘들다. 다들 긍정적인 대답들을 하셨다.

글을 몰라도 재밌어서 다녀요


한분은 받아쓰기도 잘하시고 수업 진행을 빠르게 인지하신다. 그런데 읽기를 하면 서툰 부분이 있다. 늘 안타까웠다. 평소에 워낙 열심히 공부를 하셔서 다른 사람들보다 실력이 빨리 성장했다. 아무래도 읽기는 부족해서 별도로 도와드리고 싶었다. 다른 분들이랑 같이 있어서 말씀드릴 수가 없었다. 이번 통화를 하면서 수업 후에 읽기 수업 더 하고 싶으시면 도와드린다고 말씀드렸다.


대면 수업을 하질 못해서 아쉬웠지만 개별 통화를 하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해서 좋았다. 비가 그쳐서 다음 수업에 만나서 뜻깊은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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