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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는삶 Sep 05. 2022

서툴다

탭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살다 보면 왠지 끌리는 단어가 있다. 나에게도 몇 가지가 현재 존재한다. 내 머릿속에 맴돌면서 삶의 지침이 되기도 한다. 혹은 지향점으로 삼고  싶은 것들도 있다. 글로 하나씩 남겨보려고 브런치 문을 열었다.

첫 번째 선택한 단어는 '서툴다.'이다.


얼마 전부터 탭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제 3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문화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배운다. 지난 3개월 동안 일이 생겨서 빠진 적도 있다. 겨우 10번 정도 배웠을 뿐이다. 서툰 초보자이다. 


수업시간마다 선생님은 새로운 스텝을 알려주신다. 처음에는 천천히 한 발동작을 최대한 세분해서 한 박자씩 배운다. 점차 스텝을 변형하고 혼합해서 또 다른 스텝을 배우게 된다. 난 매번 스텝을 배울 때마다 머릿속에 입력조차 되질 않는다. 스텝마다 이름이 별도로 있어서 스텝 이름을 부르면서 알려주시지만 복잡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박자정도 느리게 가면서 따라간다. 점차 뒤처지기 시작하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어서 가만히 서 있기도 한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그날 배운 동작을 영상 촬영을 한다. 집에서 연습하려고 찍어가지만 그렇게 하질 못한다. 연습을 전혀 하지 못하면 레슨 받으러 가기 싫다. 그래도 돈이 아까워서 부담감을 갖고 수업에 참여한다. 신기하게도 연습을 해가지 못했지만 지난주보다 조금 실력이 늘어나 있다. 


뭔가를 배우려면 당연히 복습을 철저히 해가면 실력이 일취월장할 거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장은 따라올 거다. 열심하려고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니 수업 전에 못 갈 핑곗거리를 찾곤 했다. 차라리 나는 서툴기로 했다. 서툰 기간이 길다고 뭐가 문제이겠는가. 





아직 초보 딱지를 달고 있어서 서툴다고 해도 충분히 변명할 방어벽이 있다. 새로 뭔가 배울 때 누구나 서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나도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서툴게 시작한 게 설렌다. 나이 들면서 시작하는 취미는 길게 보고 가야 한다. 일이 년 안에 끝장을 보는 게 아니다. 최소한 10년 정도 배우면서 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수단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나도 몇 년을 배울지 장담은 못하겠다. 다만 최소 1년 정도 배우면서 다음 단계를 기약하고 싶다. 탭댄스를 배우면서 내가 몸치였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몸치면 어떤가? 내가 대회를 나갈 것도 아닌데. 배우는 한 시간 동안 땀 흘리고 한 단계를 성장하느게 행복하다. 


해금을 배운지도 9년이 거의 지난 듯하다. 아직도 연주 실력이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다. 남들 앞에서 자신 있게 독주곡 한 개를 하기 어렵다. 그러나 난 포기하지 않고 지금도 매주 연습한다. 해금을 잘해보려는 욕심은 그다지 없다. 내 삶을 채울 수 있는 뭔가를 이룬 성취감이 있다. 해금을 처음에 배울 때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제법 소리를 낸다.


한 가지를 오랜 기간 배워보니 다른 것을 배울만한 근육이 길러졌다. 바로 끈기 있게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는 힘이다. 잘하면 더 좋겠지만 길게 갈 수 있는 능력만이라도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서툰 시기를 견뎌내고 오래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


서툰 시간도 견디고 즐기면 된다. 못한다고 꾸중하는 사람도 없다. 나이 먹으면 이게 좋은 점인가? 주위 사람들이 다독여주기만 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묵묵히 해나가면 된다. 서툰 사람일수록 주어진 시간만이라도 성실하고 진중히 수업을 대하면 된다. 끝을 보고 가는 게 아니다. 하루하루를 완성하는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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