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저녁부터 감기기운이 있었다. 콧물이 나고 머리가 무거웠다. 집에 있는 비상 감기약을 먹고 쉬었다. 집에서 누워만 있으니 허리가 아팠다. 동네를 가볍게 걸어가 다니니 점점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허리도 아프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달리기를 전혀 하질 못했다. 일요일 오후 기분이라면 3킬로미터 정도는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이 만류했다. 지금 뛰게 되면 피로물질인 젖산이 분비돼서 더 힘들 거라고 헸다. 런데이앱에서 젖산 어쩌고 했던 것도 같다. 월요일 아침에 달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월요일 아침이 되니 걱정했던 것보다 몸이 개운했다.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주까지 한 시간 정도 달리기를 연습 중이었다. 오늘은 30분만 달릴까 고민했지만 한 시간 달리기를 하기로 정했다.
자 이제 복장점검부터 하자. 조커바지형태 검은 운동바지를 입고 상의는 약간 넉넉한 핏감이 있는 기능성 핑크색 티셔츠를 입었다. 아직 바깥날씨가 추울듯해서 얇은 겉옷을 위에 걸쳤다. 두꺼운 스포츠 양말을 신고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여 맸다. 마지막으로 에어팟을 끼우고 핸드폰에서 들을 음악을 고른다. 선택한 곡은 멜론에서 싱잉랩을 검색해서 플레이했다. 다음에는 런데이앱에서 계획했던 달리기 코스를 정한다. 멜론과 런데이앱을 동시에 켜놓으면 계속 음악이 들리다가 런데이앱에서 말을 하면 음악 소리가 줄어든다. 앱을 켜놓고 가야 기록 분석이 가능하기에 항상 두 가지 앱을 동시에 진행한다.
달리기 전 집 앞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종아리를 댕겨서 달릴 때 쥐 나는 걸 방지한다. 약 3분 정도만 한다. 이제 달리기를 시작한다. 진행할 련데이 프로그램은 '지속주훈련'이다.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려보는 거다. 즉 페이스 유지가 목적이다. 페이스란 1킬로미터를 달리는데 몇 분이 걸리는 가이다. 빨리 달릴 필요도 없다. 내가 평소에 옆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속도를 유지한다. 내가 달리는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몸으로 익히는 훈련이다. 끝까지 목표한 거리를 완주하려면 나에게 적절한 페이스를 알아야 한다. 나는 6분 40초 정도 페이스를 유지하면 한 시간 정도 달리는데 무리가 없다. 목표는 6분 20초 정도 페이스를 유지하는 거다.
스트레칭 후에 탄천으로 나아간다. 며칠 전 탄천 다리일부가 무너져서 나머지 다리들도 점검 중이었다. 웬만하면 다리 밑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긴 코스를 확보하기 힘들다. 예전에 다니지 않던 길로 달려 나갔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지난밤 잠을 거의 자질 못해서 평소보다 달리기 힘들었다. 일반적으로 3-4킬로미터까지 달리는 게 가장 힘들다. 5킬로미터를 넘기기 시작하면 몸이 달리기에 적합해진다. 다리는 저절로 굴러가는 바퀴처럼 변한다. 숨차지 않게 속도만 조절하면 달리기가 그다지 힘들지 않다. 고비인 4킬로미터까지 잘 넘겨야 한다. 이때까지는 머릿속에서 포기할까를 연거푸 되뇐다. 30분도 채 달리지 않았는데 옆구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속도를 늦추고 오른손으로 부여잡고 계속 나아갔다. 평소에도 이런 증상을 가끔 일어난다. 좀만 참고 가면 아무렇지 않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래가는 편이었다. 걸을 수는 없어서 뛰는 흉내만 내는 정도의 속도로 달렸다. 그렇게 1킬로미터 이상을 달리니 괜찮아졌다. 걷기 운동의 장점 중 하나는 혼자서 조용히 뭔가를 생각하기에 좋다고 한다. 달리기도 오롯이 혼자 나아가는 거다. 걷기와 다르게 달리는 동안은 깊은 생각을 하기 힘들다. 그저 '완주를 할 수 있을까?' , '힘든데 저기까지만 달릴까?'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달리면서 주위 경치를 돌아볼 여유도 그다지 있지 않다. 거의 상체를 빳빳이 세우고 앞만 바라본다. 간혹 내 앞이나 맞은편에서 달리는 사람을 보면 반갑기만 하다.
오늘 달리기는 페이스 유지나 속도를 올리는 건 포기했다. 평소에는 페이스가 6분 35초 정도 한 시간 달리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7분 35초 정도 기록했다. 런데이앱에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외친다. 조금만 힘내라고 한다. 집에 거의 다다르면서 한 시간여를 채우게 되었다. 마지막 집 앞 굴다리를 지날 때 낮은 구릉이 있다. 힘겹게 뛰어서 올랐다. '대~~~ 단하십니다'라고 앱에서 외치는 목소리를 들으며 달리기를 마쳤다.
집 앞까지 3분 정도 천천히 걸으면서 숨을 골랐다. 이제는 개운한 샤워와 달콤한 휴식이 날 기다린다. 집에서 끈적이는 운동복을 벗고 씻어내면 뿌듯함이 다시 한번 찾아온다. 며칠 입다가 더러워진 옷을 세탁기에 던지는 것보다 운동 후에 벚어젖힌 옷을 빨래통에 던질 때 남다른 쾌감이 느껴진다. 성취감이 배어난 옷인 거다. 잘했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