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두 번째 싸이콘서트를 갔다 왔다. 작년에 딸과 함께 갔다. 올해는 친한 언니들과 갔다. 작년에 콘서트 느낌을 떠들었더니 다음에는 같이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콘서트는 예매 전쟁부터 설렌다. 일단 티켓팅에 성공해야 뭐라도 할 수 있으니깐. 다행히 지정석으로 예약을 성공했다. 연속해서 티켓팅을 성공한 걸 보면 난 신의 손을 가졌나 보다.
드디어 공연날이 되었다. 이번에는 수원월드컵보조경기장에서 보았다. 공연은 오후 6시 42분인데 우리는 미리 만나서 저녁을 함께 했다. 식당에서 소화도 시킬 겸 앉아있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창 밖으로 싸이 콘서트에 참여하는 젊은 친구들이 계속해서 지나갔다. 싸이콘서트는 파란색 옷을 입고 가야 하는 거라 옷차림만 봐도 콘서트 참석여부를 알 수 있다. 왠지 동질감마저 느낀다. 일단 우리는 공연시작하기 전 시간이 남아서 카페에 들렀다. 그곳에도 파란색 옷을 갖춰 입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룩주룩 내리다가 잠깐 멈추기를 반복했다. 공연장 앞에 도착하니 관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찍었다. 오늘은 예쁘게 보이기보다 유쾌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예약한 자리에 입장하니 빗줄기는 가장 강렬해졌다. 좌석마다 준비된 비옷을 챙겨 입는 동안 비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공연전부터 이미 옷은 젖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비옷을 거의 입지 않고 쏟아지는 물세례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흥이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비옷을 공연 내내 입고 있었다.
오프닝 영상부터 큰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이번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은 관객이 광객이 되었다. 나 또한 그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노래를 떼창을 하면서 흔들어댔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세상이다. This is the world what I want!!!! 가슴속 깊숙이 묻어두었던 열정을 모두 끌어올렸다. 공연 중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흔들었다.생목으로 부르니 목이 아프고 소리가 잘 나질 않았다.이번에는 단전에 힘을 모아서 배로 소리를 내 보았다. 목청이 터질 듯 어깨를 들썩이고 양팔을 흔들어대며 내질렀다. 공연장 전광판에 가사가 보이니 부르기 좋았다. 역시 공연은 떼창이 최고다. 주위의 더 젊은 친구들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노랫소리도 크고 명확했다.
따라 부르는 것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다. 이 구역 짱은 바로 나다.
몸뚱이든 목이든 무엇도 아낄 필요가 없었다. 최선을 다해 불러젖혔다.
내 인생은 작년에 갔던 싸이콘서트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우스갯소리처럼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했다. 농담이 아니다. 콘서트는 마치 내가 그동안 헤매다가 찾아낸 보물창고였다. 콘서트장에서 내 모습은 가장 솔직하고 나 다뤘다. 내가 찾던 즐거움이 바로 이거였다. 내면의 열정을 그대로 쏟아낼 수 있는 곳이었다. 소극적으로 구경을 하기보다는 내가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것에 가장 흥미를 갖고 있었던 거다.
나는 50대 이후 개춘기를 맞이했다.
40대까지 생각도 못했던 것들에 관심이 갔다. 서핑, 수상스키, 암벽등반, 복싱, 패러글라이딩, 트레킹, 등산 같은 것들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몇 가지는 시도만이라도 해보았다. 어릴 적에는 조용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유형이었다. 몸으로 뭔가 체험하는 것은 질색이었다. 왜 이리 내가 바뀌었을까? 어릴 적 겪어보지 않았던 사춘기를 지금 맞이했나 보다. 생각이 좀 더 자유로웠던 20대, 30대 시절 해보았다면 어땠을까? 지금은 막상 하기 전에 고민이 많다. 체력이 안되는데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먼저 앞서곤 한다.
10대 시절 겪는 사춘기는 앞 뒤 가리지 않고 본인도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변화일 것 같다. 인생은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이제야 나는 그 말에 공감한다. 주위에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른 갈망이 꿈틀댄다. 성과를 내고 싶다기보다는 겪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잘할 필요도 없다. 다만 즐기고 싶은 그 무언가가 다양해졌다. 나의 개춘기를 사랑하고 인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