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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는삶 Jul 26. 2023

나는 말을 잘 못한다.

나는 말을 잘 못한다.

이렇게 주위사람들에게 푸념하면 말도 안 된다고 할 거다. 지인들은 내가 말을 하면 조리 있고 신뢰감이 깃든다고 한다. 생각을 정리해서 타인에게 전달할 때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 말하기에 앞서 머릿속으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을 잘한다라는 의미는 누구에게나 다를 수 있다. ‘말’ 이란 내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고 소통의 도구이다. 내가 생각하는 말을 잘한다는 것은 소통의 도구로써 말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 관계 속에서 말이 차지하는 부분은 가장 크다. 정기적인 모임이나 갑작스러운 약속등으로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다양한 감정이 앞선다. 보고 싶었던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당연히 기대가 된다. 그런데 나는 대화를 주도하기 힘들다. 그저 묵묵히 듣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왠지 경직되면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하다. 특별한 대화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일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면 되는데 왠지 말이 안 나온다. 내 진짜 모습이 아니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고 나면 기 빨리듯 지친다.


직장 다닐 때는 회식이 끔찍하게 싫었다. 직원들과 사담을 나누고 싶은데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몰랐다. 내 양쪽 사람들은 그 옆사람들과 뭔가 활발하게 대화를 했다. 그 안에 끼어들지 못했다.


아이들 학교 엄마들과 만나는 것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학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나는 별로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니 대화에 끼기 어려웠다. 눈만 껌뻑거리면서 남들 하는 이야기에 고개만 주억거렸다.


어릴 적부터 내 얘기를 잘하질 않았다. 나를 감추기보다는 상대방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었다. 그리고 내 이야기는 상대가 관심이 없을 거라고 일축해 버렸다. 어쩌다 내 일상을 이야기할 때 상대방의 눈빛을 보면 별로 관심이 없는듯한 느낌을 받으면 급히 이야기를 끝내버린다. 모임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즐겁게 그 안에서 섞이고 싶은 거다.


이런 내 이야기를 친구에게 털어놓으니 사람들 대부분 인간관계를 힘들어한다고 위로해 준다.


그래서 말보다 글이 편하다. 내가 쓴 내용을 말로 하면 재미없을 거다. 글은 상대방을 개의치 않고 거침없이 써 내려갈 수 있어 좋다. 말을 잘 못하니 글이라도 많이 써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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