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한 번 더 웃게 되는 순간~~

by 욕망의 화신 경희

토요일이다.
가능하면 주말엔 약속을 잡지 않으려 한다. 몸도 좀 쉬고 마음도 느슨해지고 싶은 날이니까. 그런데 요즘은 쉽지 않다. 지선을 앞두고 출판기념회가 이어지고, 무슨무슨 보고회가 줄줄이 열린다. 토요일이 평일처럼 바빠진다.
세종에 세종장차연이 있고,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장애시민의 권리예산을 만들라고 요구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얼굴을 보여주고 이름을 남기고 눈도장을 찍는다. 기억하라고. 우리를 잊지 말라고. 그래서 오늘도 외출 준비를 한다.
옷을 입으려다 짝꿍을 불렀다.
“옷 좀 입혀줘.”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
“나 없을 땐 어떻게 하려고. 혼자 입어야지.”
괜히 심통이 나서 말하려다 멈췄다.
“내겐 우렁이 각시 두 친구가 있지요” 하려다가, 우렁이가 생각이 안 나는 거다. 갑자기 입에서 튀어나온 말.
“달팽이 각시가 있어.”
짝꿍이 바로 정정한다.
“우렁이 각시지.”
“엉 맞아.”
그 순간 갑자기 그 사람이 조금 사랑스러워 보여서 말했다.
“뽀뽀해줘.”
“가족끼리 이러는 거 아니야.”
“그런 게 어딨어. 이리 와.”
아침부터 투닥투닥. 별것 아닌 말로 웃고, 괜히 밀고 당기고. 그렇게 시간을 쓴다.
밖에 나가면 우리는 늘 진지하다. 권리 이야기, 예산 이야기, 정책 이야기. 목소리를 높이고 숫자를 따지고, 설득하고 요구한다. 하지만 집 안에서는 옷 하나 두고 티격태격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혼자였다면 훨씬 단정하고 조용했을지도 모른다. 대신 이런 소소한 장면은 없었겠지.
툭 던지는 한마디, 바로잡아주는 말 하나, 괜히 한 번 더 웃게 되는 순간.
투닥거리지만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
서로 귀찮게 굴면서도 결국 받아주는 두 사람이 좋다.
오늘도 그렇게 옷을 입고, 사랑을 한 스푼 얹어서, 권리를 말하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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