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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떡믈리에 Aug 22. 2022

떡볶이 집에서 행복을 묻다

그때 가장 행복했던 그날, 남동공단 떡볶이

SNS에서나 TV 속 예능프로에 저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인다. 아 나도 저런 옷을 입고, 저런 신을 신고, 저런 차를 타고, 저런 음식 먹으면,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행복하고 싶다. 저 행복이 갖고 싶다. 근데 그러기 위해서 나는 너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다. 저렇게 하기 위해서 나는 무리해야 한다. 무리하면서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시도라도 하기 위해서 나는 확실히 무리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번 한 달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가’ 떠올려 보았다. 길게 고민할 것도 없이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었던 그날이 생각났다. 남동공단에서 떡볶이를 먹었던 그때. 그때 함께 한 사람들. 그때 나눈 이야기들. 우리가 나눈 웃음들. 그 외의 것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날의 행복을 구성하는 것에 다른 것들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우리는 누구도 무리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심지어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행복에 참 소홀한 것 같다.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들 때문인지, 값비싸거나 희소한 재화들에 대해서만 그것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 요소라던가 소중히 해야 될 대상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고, 그 와중에 일상 속에 쉽게 접할 수 있는 행복의 재료들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행복했음에도 그게 행복인 줄 모르고 지나간다거나, 더 나은 행복이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에 당장의 행복을 과소평가 한다든가.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이런 순간들을 찾아내고 소중히 하면 나에게 찾아오는 행복의 총량을 끌어올려줄 수 있으리라. 그리고 거기서 잡은 행복의 매개체가 떡볶이였다.

  

떡볶이를 먹는 순간들은 보통 정겹다. 떡볶이는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한다. 불편한 사람과의 식사 자리에 떡볶이는 어울리지 않다. 떡볶이는 보통 부담스럽지 않다. 큰 비용과 대가를 치르면서 먹는 음식이 아니다. 떡볶이는 오직 기쁨을 위한 음식이어서--유감스럽게도 건강에 좋은 것도 아니어서--떡볶이를 먹는 시간은 탕진의 시간이요 유흥의 시간일 뿐이다. 건강에 대한 걱정과 다이어트에 대한 걱정 등을 부숴버리거나 한편에 치워두는 희열의 시간이다.


나에게 소중한 것을 찾는 일, 그걸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행복을 쌓는 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그 행복을 나누는 일, 이는 보람차고 즐거운 일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떡볶이 맛집을 소개하고, 떡볶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좀 더 복잡하게는(?) 떡볶이의 날을 제정하자는 운동을 하자고 결심하였고, 이러한 내용을 담는 작은 그릇, ‘떡믈리에’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를 알리자, 한 지인은 나에게 ‘아, 인류애적인 사이트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사이트를 만들고 가장 보람찼던 순간 중의 하나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의 제목이었던, '소확행'이 떠올랐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서 가꾸고 알리는 일, 그런 일을 해보려 한다. 그게 미천하고 미미한 내가 감히 인류에 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여요 행복이라 생각한다.


아 그런데 문득, 지금만큼은 그 행복에 대해 '작다'고 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꼈다. 남동공단 떡볶이는 단언컨대 밀떡의 왕인데, 왕과 함께하는 시간을 작다고 말하는 게 적절할는지.


떡볶이의 종주국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1등이 세계에--지구에서--1등이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세계 1등을 접하려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까. 세계 최고의 와인이란 게 있다면 얼마나 희소하고 고가일까? 세계 최고의 농구 선수가 뛰는 경기를 보려면?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입으려면?


단돈 2천 원에 당신은 세계 최고를 접할 수 있다. 그 맛은 말 그대로 "I can eat this all day!"


한 그릇이면 행복과 인류애를 논할 수 있는 떡볶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하루 종일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떡볶이는 대체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면,

그대, 지금, 남동공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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