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게?
나 바람이야.
한국 문인회에선 구여운 삐딱이라 했지만 과천 문학회에선 '바람'이라 불리지. 문단에 삐딱이 모자 쓰고 혜성처럼 나타난 신선한 바람. 별명은 뭐 '혜성', '신선' (죄송, 간이 잠깐 부었다고? 윗줄 삭제하고 그냥 예비군으로 가겠음)
나 신출귀몰 예비군 육군 병장 강 병장이야. 신체 건강하고 정신 건전하고 매력 덩어리인..... 뭐? 알았어 알았어, 정정할게. 그냥 몸만 건강한. 오늘 에러 되게 나네!
우리 동네에서 내 별명은 '혜성 같은 바람'이야. 생긴 거완 반대라고? 그렇지만 내가 붙인 것도 아니고 남이 붙여준 건데 어떡하냐구.
우리 동네 부동산 아줌마, 슈퍼 아줌마, 노래방 아줌마들이 나의 팬이지. 나만 가면 노래방 시간을 자꾸 늘려 줘. 그냥도 오라는 거야. 그놈의 인기 때문에 어젠 마누라와 대판 싸웠어.
마누라의 눈총은 질투고, 질투는 칠거지악의 하나라고 주의를 줬더니 '생긴 대로 고리타분하게 놀지 말라'는 거야. 그냥 고리타분한 얘기 말라면 되지, 거기 '생긴 대로'를 왜 넣냐구? 내가 정말 고리타분하게 생겼어, 엉?
생긴 거 가지고 자꾸 얘기하면 그건 도전이잖아. 안 싸울 수 있나. 신도림역에서 갈아타면서 소리를 빽 질렀어.
"먼저 가"
마누라 앞차로 보내고 바지 주머니에 손 팍 꼽고, 폼 나게 재떨이에 침을 뱉었지. 그런데 그 침이 끊어지지 않고 재떨이 안에 늘어 붙은 거야. 남들 보면 민망하잖아. 스읍~ 하고 빨아들였지.
이번엔 재떨이의 재까지 쭉 빨려 오는 거야. 당황스러웠지. 하지만 난 귀족스럽게 끝까지 주머니의 손을 뽑지 않았어. 침을 빨리 끊으면 되잖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지. 이번엔 침이 볼에 척 하고 붙는 거야. 아- 씨, 손 안 뺄 수 있나?
우리 부부의 싸움은 길어야 이틀이야. 내일쯤 마누라가 웃으며 다가올 때, 그쪽 볼에 뽀뽀시키고 한참 있다가 이 이야기해 줄 거야. 재떨이 재 붙었던 뺨, 복수열전이지. 생각만 해도 미소가 번져. 후후후.
내가 침한테 당한 것은 마누라 마음을 구긴 죄 때문이고, 그 뺨에 뽀뽀를 시키는 건 남편에게 대든 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