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필/민망③] 화장실 앞에서의 갈등

by 강희준


왼손의 고마움은 오른손이 아플 때 절감하게 됩니다. 저는 오른손잡이인데 그 손을 삐어서 화장실에서의 마무리도 왼손으로 할 때가 있었습니다. 바지춤을 추키는 것도 왼손의 역할이 큽니다.


어젠 바지를 올리다 주머니의 동전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놈이 떼구루루 굴러서 옆 칸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옆 칸에서 인기척과 함께 다시 넘어와야 할 동전이 소식이 없는 겁니다. 500원짜리였거든요.


'아! 옆 칸에 손님이 없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동작은 빨라졌습니다.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 전에 서둘러 나가서 옆 칸 문을 당겼습니다. 어, 그런데 잠겨있는 겁니다.


'아니 이런 치사한 놈이 있나?!'


저는 갈등에 빠졌습니다. 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노크로 용건을 말할까. 정면으로 무안도 줄 겸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놈의 볼일은 좀 길었습니다. 저는 질세라 벽에 기댄 자세를 바꿔가며 기다렸습니다. 이제까지 기다린 거 끝을 보자고 스스로 달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끝을 볼 수 없었습니다. 화장실 문 밑으로 조금 보이는 종이 뒷면에 뭐라 쓰여있길래 주웠습니다. 문에 붙었다가 떨어진 것 같은 종이에는, 아홉 글자가 삐뚤빼뚤 웃고 있었습니다.


'사용금지, 고장 수리 중'


작가의 이전글[만필/민망②] 내 팬티를 벗긴 자, 그는 무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