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필/민망④] 화장실에서 ‘또라이’된 날

2000년대 휴대폰 시대 초창기에 민망헀던 기억들

by 강희준

늦은 저녁 직장 회식에서 맥주라도 좀 마신 날은, 차를 타기 전에 화장실을 꼭 들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내려야 하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거나해진 뒤에 길에서 기별이 오면 서둘러야 합니다.


어제는 흔치 않은 큰 녀석의 기별 때문에 화장실로 뛰었습니다. 첫째 칸이 닫혀 있기에 둘째 칸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바지를 내리자마자 옆 칸 사람이 인사를 하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아니 밤늦은 화장실에서 발소리만 듣고도 나를 아는 사람이 있나?’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옹졸한 사람이 되기 싫어 대꾸를 했어요. 바지 벗고 인사하긴 처음이죠.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그 이웃이 또 묻는 거예요.


"지금 뭐 하세요?"


'아니 이런 미친 눔이! 화장실에서 할 일이 뭐가 많다고 묻는 거냐?'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시큰둥 대답했습니다.


"뭐 하긴 뭐 하겠어요? 재밌지만 그만하시죠. 끙~"


그랬더니 그 이웃이 큰 소리로 얘기했습니다.


"이쁜 씨! 이따 다시 걸게요. 우리 전화 얘기 엿듣고,

옆에 어떤 또라이가 말끝마다 대꾸를 해서 안 되겠어요.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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