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봉 오르기보다 어려웠던 칠순 할배의 영상 편집 도전기
대청봉은 한계령에서 오르는 게 쉽지 않을까? 이틀 망설인 이튿날 새벽 5시 30분, 어둠을 가르고 과천에서 첫 전철을 탔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6시 30 분행 버스에 몸을 싣고, 한계령 휴게소에 닿으니 아침 8시 45분. 9시 정각, 드디어 대청봉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한계령 초입은 늘 그렇듯 사람을 시험하곤 하죠. 숨 고를 틈도 주지 않는 가파른 오르막이 한 시간 반이나 이어졌거든요. 이마를 타고 흐른 땀방울이 눈가를 스쳐 지나갑니다. 참 묵직하네요, 젊은 날엔 그저 가벼운 운동이었을 한 걸음 한 걸음이. 그래도 발을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산은 결국 오르는 자를 밀어내지 않는다는 것을, 세월 속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한계령 삼거리를 지나 얼마나 갔을까, 길은 거친 커단 돌밭으로 변했습니다. 이른바 너덜길 위에서는 발바닥이 먼저 세월을 느끼더군요. 두꺼운 등산화 속에서도 돌의 울림이 전해져와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몸이 낮게 흔들립니다. 서두를 이유는 조금도 없었지요, 산은 늘 그 자리에 있고 내가 천천히 닿을 뿐이니까.
평일 산행의 호사는 충분히 누렸습니다. 조용한 등산로와 한적한 정상석.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필요도, 뒷사람 눈치를 볼 일도 없는 조용한 시간. 능선을 스치는 바람 속에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산이 나를 위해 온전히 자리를 내어준 듯한 그 정적 속에서.
오색으로 내려오는 길은 또 다른 인내의 시간. 오르막이 숨을 몰아쉬게 한다면, 내리막은 무릎을 달래야 하는 길이죠. 끝이 보이지 않는 돌계단 앞에서 “이제 다 왔다”는 혼잣말을 몇 번이나 삼켰는지 모릅니다. 내려가는 길이 쉽다지만, 길어지면 마음이 먼저 지루해지는 법이거든요. 저는 그 지루함조차 산의 일부라 여기며 조심조심 발을 옮겼습니다.
진짜 산행은 집으로 돌아온 뒤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을 모아 동영상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에 결국 자습서를 펼쳤습니다. 칠순을 넘긴 영감이 어디 가서 배울 곳도 마땅찮으니 말이죠. 새로운 등산로를 개척하는 심정으로 화면 속 생소한 버튼들을 하나씩 눌러봤습니다.
자막은 엉뚱한 곳에 튀어나오고, 음악은 바람 소리와 어색하게 불협화음을 냅니다. 저장이 안 되어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수차례. 대청봉 오르막보다 더 숨이 차더군요, 모니터 앞에서 마우스 하나에 가로막힌 채 씨름하는 시간이.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산을 오르듯, 그렇게 한 걸음씩 익혀 나갔죠.
블로그 개설부터 영상 업로드까지, 모든 것이 자습서와의 사투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초짜 블로거’이자 ‘초보 유튜버’가 되었습니다. 자막은 한 박자 늦고, 음악은 마음보다 앞서 나가지만 그 서툰 흔적이 오히려 정겹습니다. 저는 정월 초순생이라 해만 바뀌면 만 나이를 먹습니다. 그래서 7학년 빵반 위에 7학년 1반의 하루.
산행은 몇 시간이었지만, 영상을 묶어내기까지는 꼬박 사흘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그 서툰 영상 속에는 한계령의 바람과 대청봉의 하늘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팔순 형님들이 보시면 빙긋 웃으실 일이지만, 저는 그저 칠순에 해보리라 마음먹었던 결심들을 하나씩 지워나갈 뿐입니다.
오늘도 당당히 내 이름을 적어 넣습니다, 영상 끝자락 감독이라는 이름표 뒤에.
촬영: 휘 준, 연출: 휘 준, 편집: 휘 준, 감독: 휘 준.
훗날 제 편집 실력이 더 늘더라도 이 처녀작만큼은 귀하게 보관할 생각입니다. 첫 산행의 떨림이 이 서툰 필름 속에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으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