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칼국수

매년 1월 1일

by 무궁화

가정을 이루고 산지 30년, 그 30년을 단 한 해도 빼지 않고 매년 1월 1일 날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조상님 산소를 찾아 인사를 드렸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아이를 업고 손을 잡고 논두렁을 지나 산 위로 올라갔다
신발과 옷은 젖은 흙으로 축축해져 갔다
전을 만들고 술을 준비해서 조상님을 잊지 말라고 그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지난 어느 해 아직 어린아이들과 산소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빵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차를 마셨다
해가 바뀔 때마다 산소에 다닌다며 옆에 같이 있던 분이 대단하다며 나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의 대한 칭찬만 계속되는 걸보고 있던 남자가 조금씩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 안에서 어린 딸과 아들이 보고 있는 곳에서 나의 머리채를 잡고 등산화로 내 무릎을 찼다
어린 딸은 울면서 아빠라는 사람한테 매달렸다
엄마 때리지 말라고, 어린 아들이 작은 몸으로 엄마를 껴안으며 대신 두들겨 맞았다
나는 차 문을 열고 뛰쳐나가서 어느 좁은 골목길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구석진 곳에 통나무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 통나무 위로는 천막이 덮여있어서 나는 그 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어린 딸과 아들이 엄마를 찾아 밤하늘 아래 그들의 울음이 메아리가 되어 내 귀에 들려왔다
통나무 더미를 덮어둔 천막 안에서 나는 조용히 흐느꼈다
조상님이라는 분들을 원망하면서 오직 아이들에게 조상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얼굴도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남자의 조상님들을 위해 매년 1월 1일 음식을 해서 산소를 찾았던 나
그렇게 바보같이 30년을 한결같이 살았다
그렇게 그해도 1월 1일부터 개 패듯이 패는 남자에게 나는 처맞았다

자식을 낳을 때는 세상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밤 어린 아들과 딸의 끝없는 울부짖음에 결국 나는 또 천막 안을 벗어 나와야만 했다
아직도 1월 1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산소에 간다
미련스럽기까지 한 나의 어리석음을 잘 알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소 부족하거나 모자란 것을 스스로 채워가며 산다
나 역시 흘러간 시간은 같은 모습으로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아이들 곁을 지키고 있다
슬픔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주체가 안될 때는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끄집어내 푸른 들판 위에 잘 펼쳐서 햇볕 아래 말린다 햇볕은 골고루 내 안의 것들을 잘 말려서 다정하게 채워 넣어준다
그리고 또 새롭게 새로운 힘으로 살고 있다
내 귀에 내 마음이 웃는 소리가 들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붉은 칼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