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칼국수

쌍무지개

by 무궁화

산책을 갔다

백구와 무궁 이를 데리고...

햇볕이 쨍쨍 내려쫴던 여름 하늘에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렸다


우루룽 쾅쾅, 우루룽 쾅쾅


소나기가 쏟아졌다

은행나무를 우산 삼아 잠시 서 있었지만 소나기는 엄청나게 쏟아졌다

우산은 없었다

난감했다

장애견 무궁 이를 안고 뛰었다

백구는 뒤따라 알아서 뛰었다

안경 속으로 빗물이 가득 고여 앞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

서쪽 하늘에는 맑은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미는데 북쪽 하늘 끝에만 검은 구름이 뭉쳐있었다

내가 서있는 이곳에만 비가 내렸다

집에 도착하고 보니 머리에서 발끝까지 비에 젖어 있었다

무궁이 도 백구도 다 젖어있었다

큰 고무통에 어느새 비가 넘쳐흘렀다

여름 소나기는 따뜻했다

무궁이의 뒷다리를 물에 담그고 주물러 주었다

앞다리에 의존에 사는 무궁이에게 물속에서의 재활 치료는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다

힘없는 뒷다리도 물 차는 연습을 하는 듯 신이 났다

그리고 그때 집 뒤쪽에서 앞마당까지 집을 둘러싼 크고 아름다운 아치의 무지개가 떴다

무지개 끝자락에 서있던 내 발등에서 거품이 아름답게 일었다

내 옷소매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무궁화 꽃잎에서도 수국 꽃잎에서도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투명한 물방울이 수정처럼 빛났다

짧은 시간에 마주한 무지개가 사라지려 하는 순간 바로 앞산 끝자락에서 시작한 둥글고 큰 무지개가 내가 서있는 곳까지 닿아서 선명하게 부풀어 올랐다

쌍무지개였다

태어나 처음 본 쌍무지개 환희의 순간이었다

그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쌍무지개의 아름다움은 내 생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람으로 인해 뒷다리를 잃고 버려진 장애견 무궁이 삽으로 이마를 얻어맞아 쪼개진 백구의 앞머리에 일곱 빛깔 물방울이 수정처럼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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