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정말 맘에 드는 이성을 만났다. 어떻게든 말을 걸지 않으면 엄청난 후회의 국면으로 접어들 것 같다. 조심스레 다가간다.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을 해 본다.
"저... 시간 되시면 커피 한잔 하실래요?"
커피 마니아인가? 아니다.
여기서 커피 한잔 할까요?라는 말은 같이 같은 공간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며 당신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말이다.
커피 한잔이란 말은 그 밖에도 다양한 만남 화법으로 쓰인다.
첫 만남에 어울리는 더 할나위 없는 대화의 시작이다. 커피는 분명 소통에 있어서 최고의 매개체이다.
커피는 기호식품이자 에너지 드링크이다.
출근 후 업무 시작 전 커피 한잔과 함께 오늘의 파이팅을 다짐한다. 업무 중 지쳐갈 즈음의 커피 한잔은 몸과 마음을 초기 세팅으로 리와인드시켜 준다.
퇴근 후 커피 한잔은 하루를 돌아보게 하는 머릿속 영상을 제공하며 다음날의 그림을 그려보는 스케치북도 제공한다.
이토록 우리 일상에 빠질 수 없는 커피란 녀석은 이제 본연의 맛을 발산하고 싶어 한다. 매개체적 조연 역할이 아닌 주인공으로 초대해 보자.
커피의 맛을 생각하면 '쓰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물론 커피는 쓰다. 하지만 쓴맛이 강조되는 커피도 있지만 쓴맛 이외에 다양한 풍미를 가지고 있는 원두들이 더 많다. 우리에게 커피는 아직은 지극히 획일적이다.
커피는 혀에 닿았을 때 기본적으로 신맛. 단맛. 쓴맛 순으로 느껴진다. 그 중간중간 원두 자체 고유의 풍미가 물결치듯 일어나곤 한다. 초콜릿의 단맛, 자몽, 오렌지의 산미, 견과류의 고소함..... 커피 내리는 자는 그 고유의 풍미를 뽑아내려 애써야 한다. 같은 커피 원두로 내리지만 내리는 자의 추출방식에 따라 다른 뉘앙스의 커피맛이 난다.
어떤 이는 커피를 그림에 비유한다.
커피 원두는 도화지, 물은 물감, 내리는 자의 손은 붓에 비유한다.
결국 내리는 자의 손과 마음에 따라 틀려지는 작품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그림 커피를 감상하며 마시는 이들의 감상평 입맛 또한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다. 어떤 커피가 맛있고 어떤 커피는 맛없다고 선 그어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내가 마셨을 때 맛없는 커피도 다른 이의 취향에는 맞을 수 있다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단 그 커피를 내리는 자의 진심이 녹아 났을 때......
라는 전제에 한한다.
맛있는 커피란 마시는 자와 내리는 자의 진심이 통했을 때 최고의 맛을 발산하는 녀석이다.
커피 한잔에 많을 것을 공유할 때 마법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