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란, 선이 아니라 점의 연속이었다
어둠이 목소리에 묻어 있었다.
울음을 머금은 전화기로 들리는 부고는 환청처럼 바싹거렸고, 마음을 다짐하는 비가 내렸다. 송곳니를 드러낸 채 깊게 물은 슬픔은 생목처럼 잠겼다.
밤이 풀어 놓은, 30년의 회사 근속 메달은 시간을 달고 얼굴을 붉히며 나를 찾아왔다. 가족을 위해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나는 누구이고 어떤 존재인가? 라는 물음이 물속에서 금방 걸어 나온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대학을 보내야 하는데.'
조선소 하청 노동자로 작업복을 입고 출퇴근하는 나를 보며 어머니의 혼잣말은 죄책감을 기르는 시간으로 맴돌았다. 하루가 어제의 빛깔과 같은 모습으로 재상영된다는 모습은, 기다리지 않는 내일과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낡아가는 나를 확인하는 일은 물속으로 들어가는 일보다 두려운 일이지만, 대학교에 가자.
문학 공부를 하자.
시인이 꿈이었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하자.
고등학교 때 한 습작을 다시 시작하고 인터넷 대학을 졸업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첫 시집 "고통도 자라니 꽃 되더라"를 출간하고, 두 번째 시집 "붉은색 옷을 입고 간다"를 출간했다.
삶이란,
선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점이 연속되는 것이다.
분필로 그어진 실선을 확대경으로 보면, 선이라고 여겨진 것이 실은 연속된 작은 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흘렀다. 선처럼 보이는 삶은 점의 연속이었다. 순간순간의 연속이라는 것을, 찰나의 연속이라는 것을.
졸업장을 받은 어머니 편안하세요
산소에 졸업장을 가져갔다.
아직도 귀에 맴도는 “대학을 보내야 하는데.”라고 말씀하신 어머니께 답을 했다. 문맹인 당신은 대학 가면 좀 더 나은 사회가 주는, 덜 고된 밥을 먹을 줄 아셨으리라.
혹여나 시간이 흐른 뒤에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를 만나러 가더라도 “잘했네. 우리 아들!” 안아주시며 어머니가 덜 부끄러워하실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다.
그것이 뭐라고 할 수도 있다.
정규 코스로 다 갔다 온 대학을, 인터넷 대학 그것이 뭣이라고.
어머니 근심을 덜어서 좋고, 스스로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아서 좋다. 언제 봐도 어머니가 빚이 없다, 생각할 것이니 홀가분하다.
삶의 이유를 가진 사람은
거의 어떤 방법도 견딜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니체의 말이 어머니에게 절을 하며 생각나는 오늘, 하늘이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