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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다 Oct 26. 2023

우물에서 물이 나오지 않으면 소중함을 알게 된다

- 시간의 가치

  서늘한 바람이 단풍잎을 춤추게 하며, 나뭇가지에 선선한 저녁 이슬을 안겨주듯 우물에서 물이 나오지 않을 때 우리는 소중함을 알게 된다.

풍요로운 순간은 때로 숨겨져 있고, 소소한 순간은 가려져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고요한 순간을 마주한 뒤에야, 그 소중함을 품을 수 있다. 가을의 선율은 달콤하게 우리를 감싸며, 바라보는 무엇들에게도 의미가 머물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우물의 깊이에서 우리는 슬그머니 깨닫는다. 가진 것의 가치와 소중함을, 의미를 찾아가며 걷는다.

  우물에서 물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알게 된다,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을과 같은 것인지를.  

   

  ‘마루야!’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순간 어디로 사라진 거라는 생각에 급하게 방문을 열었다. 침대 위에 자고 있다가 급하게 방문을 여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뛰어왔다. 

  ‘어디 아픈가?’ 살펴보았지만, 아픈 곳은 없었다. 

  일을 마치고 새벽 퇴근하는 시간이면 14년을 언제나, 어김없이 현관에 서서 기다리던 모습을 며칠 동안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 가니 노화가 시작되어서 그렇다는 말과 함께 의사 선생님은 강아지가 ‘잠이 많고 밥을 많이 먹을 겁니다. 강아지 나이 14살이면, 사람 나이로 치면 60살이 넘었습니다.’라고 했다. 

  당연시하는 주변의 것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마냥 그대로라는 생각에 제동이 걸리게 했고, 주변을 돌아보는 사유를 갖는 시간을 만들게 되었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가 쓴 『노년에 관하여』에서 어떻게 해야 잘 늙을 수 있는지 설명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주제는 ‘늙음과 죽음’이다.

  쉽게 속고 건망증이 심해지며 조심성을 잃는 노인들이 있다. 늙어서 생기는 결점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지혜로운 인간과 우매한 인간으로 나누는 것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분별 있는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은 지혜로운 노년이 오고. 무례하고 욕망에 사로잡힌 젊음을 보낸 사람은 판단력이 사라져 중심을 잃은 어리석은 노년이 온다는 것이다.

  “바보들은 젊은 날의 악덕과 결점을 노년까지 그대로 끌고 간다.”

  반듯한 자제력은 젊은 날부터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지상에서의 삶을 덕스럽게 살았다면 죽는 날은 두려움의 날이 아니라, 정화된 영혼이 하늘로 되돌아갈 수 있는 영광의 날이라고 말한다. 반듯한 삶을 살다가 영광스러운 죽음의 날을 맞이하자는 키케로의 충고를 적은 책이다. 

  젊어서 항심을 지키며 살자는 말이다. 

  ‘노인’은 많아도 ‘원로’는 찾기 힘든 시대에 잘 늙어 가는 일이 지금처럼 중요한 시대도 없을 것이다.  

   

  주어진 것들을 당연시하곤 한다.

  무수히 번갈아 가며 빛과 어둠이 물결처럼 다가오는 세상에서, 당연시하고 무시하는 것들이 실제로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우리가 곧잘 간과하는 이런 것들이 한순간에 없어질 때, 그 가치를 깨닫게 된다. 건강, 가족, 친구, 시간, 그리고 주변의 자연환경은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소홀히 다루는 대상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 벌어진 후에야 우리는 그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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