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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Jan 12. 2022

'뿌리 깊은 사람'

20대에게 '통찰과 신념'을 심어주고 싶은 한 복학생 꼰대의 삶 이야기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니 꽃 좋고 열매가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않으니 시내를 이루고 바다로 가나니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아는가? 흥행에 꽤 성공했던 드라마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제목은 용비어천가 2장 첫 구절에서 따왔다. 언어가 국가의 뿌리가 된다는 세종대왕의 생각이 담겨있는 구절이다. 


태풍이 불어야 알 수 있는 뿌리의 깊이


    뿌리 깊은 나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화려하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곁에는 좋은 꽃과 열매가 가득하며, 태풍과 같은 위기가 다가와도 그 자리에 굳건히 서있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닌, '올바르고 일관된 가치관과 신념을 가진 사람'은 화려하지 않지만 주변에 좋은 일과 사람들이 가득하며, 힘든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뿌리 깊은 나무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태풍이 불기 전 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강요로 어릴 적부터 공부에 매진한 나는 특목고를 가기 위해 중학생 시절을 보냈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뿌리가 깊다고 생각한 채로 대학에 진학하였다. 태풍의 시작인 걸까, 아무도 챙겨주지도, 강요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나는 빠르게 망가져갔다. 게임과 술에 빠지며 뿌리가 반 이상 뽑혔을 때, '아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라는 다짐과 함께 뿌리 깊은 사람이 되고자 나에게 약속했다.


    그렇게 나는 결론을 내렸다. '통찰과 신념이 있는 인간은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모든 것의 본질을 꿰뚫는다, 통찰


    최악의 상태에서 뿌리 깊은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았다. 방법도 몰랐고 가장 큰 문제는 '뿌리 깊은 사람'에 대한 나의 정의가 없었다. 사람 만나고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는 나는 일단 다짜고짜 술 한잔 하자고 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각자가 생각하는 '뿌리 깊은 사람'과 '뿌리 깊은 사람이 되는 법'은 모두 달랐다. 단 한 사람도 같지 않았다. 


    웃긴 예시를 들자면, 나는 이 시기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여러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할 때, 뿌리 싶은 사람이 되는 법과 동시에 스트레스 해소법을 물어봤다. 한 선배는 나에게 1주일에 한번 정도는 술에 진탕 취해서 자신을 놓아주고 그다음 날 일어나면 정말 개운하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선천적으로 술을 굉장히 못 마시는 나는 우선 따라 해 봤다. 술을 싫어하고 멀리하던 사람이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오자 어머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좋아하지도 않는 술을 자주 취할 때까지 마시는 일상을 2달을 반복했다. 술을 마시면 구토를 하는 편인데, 구토에서 위액이 딸려 나오는 것을 보고 그만두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반년을 타인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모두 따라 해 봤다.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데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신기한 현상을 뒤로한 채, 나는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왜 선배들은 나에게 이런 방법을 추천했을까? 답은 그 안에 있었다. 어떤 일에 몰두하면 다른 생각이 나기 힘들다. 특히 그것이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일이라면 말이다. 그 선배의 조언의 핵심 역시 '술을 마셔라'가 아닌, '자신을 놓아주자' 였던 것이다. 나는 사회인 야구를 통해 야구를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한다. 충고의 본질인 자신을 놓아주기 위해, 하루에 두 게임을 뛰었다. 프로들도 힘들어한다는 더블헤더를 뛰면서 나 자신을 놓아줬고 집에 돌아오면 샤워 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짜파게티 한 그릇을 먹고 잠에 들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통찰이라는 것을 발휘해본 순간이었다.


    그다음 날 아침, 과한 운동으로 인해 온 몸은 만신창이 었지만 나는 웃고 있었다. '이 느낌이구나'.


 믿는다 : 信 내 생각 : 念, 신념


    그날 이후로 '본질'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선배들의 말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은 시도를 거듭할수록 빠르고 정확해졌다. 사람 만나는 일이 재밌어지던 시기에, 나는 다른 고민에 빠졌다. 나는 과연 이 사람들의 얘기를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까?


    나는 나 자신을 '복학생 꼰대'라고 소개할 만큼 예의를 꼭 지키는 편이다. 그 당시 나의 실제 고민을 풀어보자. 선 후배 간에 밥을 먹을 때, 조금은 구시대적인 마인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선배들에게는 밥을 얻어먹고 그만큼 내 후배들에게 또 베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 선배는 나에게 '어떤 사람을 오래 만나고 싶으면 돈 문제에서 늘 칼 같아야 한다'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이 부분까지는 동의를 했다. 선배는 덧붙여 '밥도 꼭 더치페이로 먹는 게 좋아. 특히 친하면 친할수록 말이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나는 2개월을 갑자기 더치페이로 살았다. 평소에 늘 밥을 사주던 후배에게 갑자기 더치페이를 요구했고 늘 밥을 얻어먹던 선배에게 반을 내겠다고 말씀드렸다.


    이런 식으로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는 상태로 중구난방으로 이것저것 따라 해 봤다. 늘어나는 것은 회의감뿐이었고 오히려 내 삶이 망가지는 느낌이었다. 그때 내 인생 처음으로 다짐했다. '다른 사람의 말도 중요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옳다는 것을 시작해보자' 내가 인생에서 신념을 갖게 된 첫 순간이었다.


    이후로 나는 늘 내 후배들에게 밥을 사준다. 그리고 늘 어머님께 용돈이 부족하다고 말씀드리며 죄송함을 느낀다. 그래도 행복하다. 이게 원래 내 모습이니까.


마치며,


현대 사회는 너무나도 가혹한 바람의 연속이다. 특히 20대에게는 더더욱 견디기 힘든 바람이다.


그런 20대에게 단순히 버팀목을 세워주려는 어른들과는 다르게, 그들 스스로가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내가 앞으로 써 내려가는 모든 글은 그 방법에 대해 20대의 눈높이에서 서술할 예정이다.


바람은 계속 불지만,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 속에서 의미가 있다

22.01.12 첫 포스팅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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