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끊어보자
인생 첫 sns는 중학생 때 싸이월드였다.
세상의 중심이 나로 흘러가던 중딩 시절이었기에 오늘의 방문자 수인 투데이가 너무 적은 날은 관심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창피해했다. 투데이를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로그아웃을 했는지. 일촌명으로 절친과 그냥 친구들을 구분 지으며 특별한 일촌명으로 친구 신청이 오면 흡족해했던 기억이 있다. 따로 폴더까지 만들고 친구 사진에 퍼가요~♡를 달며 친구가 많다는 것을 남에게 티 내기 위해 했던 노력들. 친구가 전부였던 10대였기에 그땐 여기에 꽤 집착했던 것 같다. 그리고 파생된 것이 네이트온.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지 않던 시절, pc로 하는 채팅은 추억을 넘어 다른 느낌의 낭만이 있긴 했다.
대학생 때부터는 페이스북이 유행하였고 이젠 모든 사람이 나의 팔로워 수와 '좋아요'를 보며 내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보고 싶으면 남의 홈피를 들어가야 볼 수 있었던 싸이월드와 달리 팔로잉하면 보기 싫어도 봐야만 하는 페이스북은 궁금하지 않은 친구의 사적 정보가 넘쳐났고 사진으로 게시물을 도배하는 일명 게시물 지옥인 날은 진지하게 팔로잉을 취소해야 하나(궁금하지 않을 뿐 사이가 안 좋진 않았기에 결국 하진 못하는) 고민하기도 하였다. 나는 늘 나를 보여주길 좋아했지 남에게는 통 관심이 없었기에 싸이월드에 맞는 사람이지 인스타그램에 맞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도태되지 않으려, 남이 보지 않으면 행복이 아닌 것처럼 이쁜 옷, 이쁜 곳, 이쁜 것이 생기면 거기에 함께 있는 나를 보여주려 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부터는 현재활동중을 볼 수 있어서였을까 1이 지워지길 바라는 카톡보단 안읽씹인지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페메(페이스북 메시지)로 자연스레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는 인스타그램과 DM이 그 자리를 꽤 오랜 기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중학교 때부터 30대까지 형태만 바뀌었을 뿐 sns는 꽤나 내 인생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오로지 내가 주인공이었던 학창 시절 때부터 남의 인생은커녕 내 인생도 바빠 겨를이 없어진 현재까지. 나이 먹어 단순한 삶을 살게 되면서 (집-퇴근-운동) 나 보여주기는 한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좋은 곳을 여행하고 좋은 곳에서 먹고 좋은 것을 사는 날에는 어김없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게시했다. 유독 특별한 것은 피드 박제, 그 이외의 일상은 스토리.
그러다 태어난 나의 사랑 조카로 인해 한 달간 언니 집에서 공동육아(라 부르는 대리육아)를 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이고 문화센터를 갔다가 재우고 산책하고 밥 먹이고 재우고 하는 일상의 반복. 엄청난 행복감과 다소의 지루함을 오가며 오로지 조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 후 내 인생으로 돌아오게 된 날 문득 알게 되었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한달 내리 무엇도 게시하지 않았다는걸. 더 충족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기 때문인지 언니와 살게 된 한달동안 대화하느라 바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 sns를 하지 않아도 내 행복감에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더 충족됐지. 왜 나는 내가 행복하다는 걸 남에게 보여줘야만 행복이 배가 될줄 알았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내가 굳이 궁금하지도 않은 소식과 정보를 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소통 부재가 주는 편안함. 이는 나를 현재에 집중하게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그걸 느낀 그 날 나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하였다. 계정을 아예 삭제 할까 하다 싸이월드 때처럼 언젠간 들여다보며 추억하지 않을까 싶어 하진 않았다. 물론 친한 친구들의 일상을 모르는 점, 스토리를 보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연락할 수 없게 된 점은 아쉽기도 하다. 허나 각자의 삶을 잘 사는 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것을 알고 굳이 연락하지 않아도 변하질 않을 친구와의 돈독함이 있기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와중에 진짜 내가 잘사는지 궁금해 연락이 오는 친구들에겐 더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인스타그램을 접은걸 알게 된 친구들이 신기해하면서도 나도 해볼까 하는 경우가 꽤 있는걸 보면 다들 나와 같은 이유로 sns를 피로해하는 거 아닐까 싶다. 습관이 무섭다고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하던 소통을 멈추게 되니 다소 어색하긴 하다. 허나 이거 하난 확실하다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