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의 나는 지쳐 있었다.
개발자로 3년,
애초에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일단 3년은 해보자"라고 버텼던 나는,
그 3년이 되자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이제는,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세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돌리며
나는 점점 표정이 없어졌고,
퇴근 후에도 내일을 걱정하며 쉬는 법을 잊고 있었다.
그 무렵, 코로나로 몇 년간 중단됐던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접수가 다시 열렸다는 소식을 보았다.
학생 때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오로라를 보며
언젠가 저 하늘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못할 수도 있겠다. "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다른 길'을 상상한다.
하지만 그 상상을 행동으로 옮기기엔 늘 망설이게 된다.
나 역시도 그랬다.
"지금 가도 괜찮을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스물일곱이면 아직 젊다고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의 스물일곱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슬슬 결혼을 생각해야 할 나이, 경력을 이어가야 할 시기.
무언가를 '포기'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함께 공부하던 PM님이 말했다.
"나는 네가 부럽다.
난 가족도 있고, 나이도 있고, 이제는 도전을 못 해.
너는 뭐든 시작할 수 있는 나이잖아."
그 말이 이상하게 깊게 남았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인생이 80년이라면,
그중 1년이나 2년쯤은 아주 짧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남은 50년의 시간 동안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떠났다.
밴쿠버의 햇살 가득한 여름, 토론토의 단풍 진 가을, 옐로나이프의 밤하늘 아래에서.
낯선 환경에서 영어로 일하고, 외국인 친구와 웃고, 때로는 울며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했는지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알아갔다.
이 책은
그때의 내가 궁금해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진짜 워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자부터 어학원, 숙소, 일자리, 세금 환급까지
SNS에서 잘 보이지 않는 워홀의 민낯
외로움, 막막함, 그리고 조금씩 살아내는 일상의 기록
이건 완벽한 가이드북도,
성공적인 커리어 전환기도 아니다.
다만, 나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건넌 시간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당신에게도 조용한 용기 하나쯤은 건네줄 수 있기를 바란다.
결국 이건,
나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