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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와 수필

폭삭 속아수다

고훈식 선생님의 시 감상

by 오현진

속아수다

고훈식


놈삐 보름 들듯 폭삭 속아수다

솔라니 굽단 케와먹듯 복삭 속아수다

오장이 물 되도록 문짝 속아수다

그자락 아니 허여도 되는디

번찍 속아수다

더 고를나위어시 하영 속아수다

게구제구 무사 경 속염수과?

놈을 무사 멀껑케 속일 말이우꽈?

궨당도 아니멍 도웨주난 너미 고마완

수고허여수다를 확 곧젠허난

속암젠 곧는 말마씸.


바람 든 무처럼 무척 수고하셨습니다

옥돔 굽다가 태운 듯 뼈마디 아프도록

수고하셨습니다

오장육부가 다 녹을 만큼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너무 지나치게 수고하셨습니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왜 그토록 속이는지요?

남을 아무 이유 없이 속여서야 되겠습니까

친척도 아니면서 도와주시어 너무 고맙기에 수고하셨습니다를 얼른 말하려니까

속았습니다라고 줄여서 하는 말입니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폭삭 속아수다 ' 열풍이 한창일 때 스승님이 쓰신 '속아수다 '라는 시가 생각났었지요.


요즘 다시 생각나 스승님의 시 '속아수다 '를 올려봅니다.


'속아수다 '라는 제주어는 위의 스승님의 시처럼 상황에 따라 다섯 가지 버전으로 쓰입니다.

우리 집 TV는 넷플릭스가 되지 않아서 아쉽게도 본방은 못 봤지만 유튜브 영상으로 띄엄띄엄 봐서 내용은 대충 알고 있는데, 드라마 덕분에 '폭삭 속아수다 '라는 제주어가 알려지고 방송과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자주 쓰이는 것을 보면서 흐뭇하더군요. 스승님도 보셨다면 아마 무척 기뻐하셨을 것 같네요.


어느덧 여름이 지나고 맞이한 9월의 첫날,

더위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앞에 숫자가 바뀌고 달력이 한 장 넘어가니 기분이 새로워집니다.

폭염과 수해와 가뭄등으로 유난히 힘들고 길디 길게 느껴지던 올여름을 무사히 견뎌내시느라 모두들


"폭삭 속아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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