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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와 수필

그리운 수국, 그리운 선생님

고훈식 선생님의 詩 감상문

by 오현진


그리운 水菊

고훈식

마당에 들어섰지만

.......

아무도 없어 돌아서는데

장독대 옆에 水菊이

보랏빛 얼굴로 환히 웃는다

그 사람 아니라고

고개 돌렸다가 다시 돌아보니

쓸쓸하고 우아한 水菊


노을 속에

풀벌레 울어

땅거미는 기어 오는데.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꽃,

수국을 보면 나의 문학 스승님이 생각난다.

이제는 뵐 수 없는 그리운 선생님.

환한 미소를 머금은 듯 화사하고

다양한 빛깔의 수국이 무리 지어

피어있는 모양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초여름에 활짝 핀 수국을 보노라면

고훈식 선생님이 쓰신 시

'그리운 수국'이 떠오르며 마음깊이

애달픈 그리움이 스며든다.


문학회에서 활동하던 시절, 선생님은 언제나 활기차고 열정이 넘치는 분이셨다. 문학회를 이끌며 문학강의를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시인으로서 꾸준히 시집을 출간하시고,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제주어를 연구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을 아까지 않으셨다. 선생님의 문학수업은 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작가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지도해 주시고, 등단준비도 도와주셨는데

뜻하지 않게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항암 차료를 하면서 문학회 활동도, 등단준비도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5년 만에 다행히 완치되고 건강을 회복했는데

2년 전 겨울, 선생님이 소천하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하고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날 밤, 펑펑 울면서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어느덧 8월도 다 가고,

여름 끝무렵에 이르러서 폭염에 시들어버린 수국의 모습이 쓸쓸하다.

해마다 여름이면 수국은 다시 피지만, 보고 싶어도 그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나의 스승님.

부디 그곳에서 편안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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