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오늘도 이레주왁 저레주왁]
커버사진-여운 오현진
사나흘 간 내내 흐리고 비가 오는 궂은 날씨가 이어지다 오늘은 오랜만에 햇빛이 비친다.
바람은 아직 쌀쌀하지만 햇살은 따뜻하다. 어디로 갈지 뚜렷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발길 닿는 대로
정처 없이 시내를 걸었다. 길을 걷다 들른 빵집에서 통밀 식빵을 사고 나왔는데 빵을 담은 봉투가 손잡이가
없는 종이봉투라 들고 다니기가 불편했다. 급한 대로 근처 문구점에 가서 빵봉지를 담을 가방을 샀다.
천 원짜리 에코백을 사서 문구점에서 나와 빵봉지를 에코백에 넣고 길을 건너 카페로 갔다.
사진-여운 오현진
카페에서 헤이즐넛 라떼를 테이크아웃하여 들고 이중섭 거리로 향했다.
이중섭 초가의 목련나무에 눈부시게 하얀 목련이 활짝 피어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사진- 여운 오현진
헤이즐넛 라떼를 마시며 걷다가 아트 디자인 시장 올레의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통밀식빵을 한 장식 꺼내 먹으며 헤이즐넛 라떼를 마셨다. 건너편의 기념품가게에서 트렌디한 팝송이 흘러나오고 그 옆의 수제펜 가게의 운치 있는 조명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문을 닫은 수제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컬러와 디자인의 건물 외벽과 출입문이 아쉬움을 달래주고 설레게 한다.
사진- 여운 오현진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포근한 햇살아래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리듬의 음악에 몸을 맡기며 따뜻한
헤이즐넛 라떼를 마시는 지금 이 순간의 짧은 여유. 힐링의 시간이다.
어느덧 저녁해가 기울고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이 차갑지만, 내 마음엔 봄을 맞이하는 설렘이 스민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벤치에서 몸을 일으킨다. 어둠이 내려앉기 전에 집에 가야 해서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 멀리서 아련하게 울리는 성당의 종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짧은 기도를 바친다.
거리에 빗겨드는 저녁햇살이 건물들을 감싸고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