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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에서 이뤄낸 13년 만의 금메달

수필

by 오현진

아시안컵 16강전과 8강전의 극적인 승리로 축구 열기가 뜨거웠던 2월 초, 도하에서 또 하나의 대회가

막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수영 세계선수권대회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이른바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 오랜 축구팬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영도 좋아하고

사랑하는 종목이지요. 물론 운동에 관해서는 젬병이라 하지는 못하고 보는 것만 좋아합니다만.. 여하튼

저는 솔직히 아시안컵보다 수영 세계선수권대회를 더 기대하고 있었답니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수영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고, 지난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과 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

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기에 이번 도하 세계선수권도 기대와 설렘으로 맞이했습니다.

물론 상위권 선수들 대부분이 올여름에 열릴 파리 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불참한 덕(?)에 자유형 400m, 200m와 계영 800m에서 메달을 목표로 하는 한국 수영에 좋은 기회인 것 또한 기대감을 높이는데

한 몫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죠.




설 연휴 사흘째 날인 일요일(11일)에 시작된 경영 종목 중 첫 경기인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마침내 기다리던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한국시간으로 일요일 오후 예선에서 전체 3위로 결승에 올라간 김우민 선수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월요일(12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에 치러진 결승전에서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호주의 일라이자 위닝턴(3분 42초 86)과 독일의 루카스 마르텐스(3분 42초 96)의 추격을 뿌리치고 3분 42초 7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낸 것입니다. 박태환 선수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운 한국기록 3분 41초 53 에는 못 미치지만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목표했던 42초대 진입에도 성공하는 겹경사를 누렸습니다,

2011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 선수가 1번 레인의 기적으로

일궈낸 금메달 이후 13년 만의 세계선수권 금메달입니다. 박태환 선수의 첫 세계 제패인 멜버른 대회와

두 번째 상하이 대회 금메달에 이어 세계선수권 세 번째 금메달이기도 하죠.

이미지 출처: 다음- 뉴시스


TV로 생중계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 기사로 결과를 확인해야 했는데, 떨리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연 순간

눈에 들어온 금메달 기사에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새벽 시간이라 소리를 낼 수는

없기에 속으로 내적 환호를 질렀지요. 사실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강자들이 거의 불참한 다른 종목들과 달리 자유형 400m는 작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새뮤얼 쇼트 선수만 불참했을 뿐 강자들이 거의 출전했기 때문에 솔직히 동메달만 따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는데, 금메달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아 기사를

보고 또 보며 거듭 확인했더랬죠.

이미지 출처: 다음- 연합뉴스


유튜브에 올라온 경기 영상과 시상식 영상을 보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져 왔습니다.

2024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시상식

이미지 출처: 다음- 더 팩트


박태환 선수 이후 자유형 400m에서는 더 이상 우리 선수가 시상대는 고사하고 결승에서 뛰는 모습조차

볼 수 없을 거라 여겨왔습니다. 자유형 200m에서는 황선우 선수가 등장하여 성과를 이루고 있지만,

자유형 400m는 넘볼 수 없는 벽과 같은 느낌이었죠.

박태환 선수의 주종목인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도 황선우 선수 같은 재능 있는 선수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아쉬워했었는데,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자유형 400m 결승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랍기도 하고 너무나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드디어 자유형 400m에서도

박태환 선수의 뒤를 이를 인재가 나왔구나! 흥분과 설렘을 감출 수 없었지요. 성적에 관계없이 그저 결승에서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 기뻤고 감동이었습니다. 그 선수가 바로 김우민 선수입니다.

그때부터 김우민 선수는 저의 원픽이 되었습니다. 후쿠오카 세계선수권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김우민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기복 없이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과 갈수록

일취월장하는 실력에 이 선수는 정말 세계적인 선수가 될 재목감이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번 도하 세계선수권에서 마침내 자유형 400m 금메달을 일궈낸 김우민 선수를 보며 과연 저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되었음에 흐뭇함을 감출 수 없네요.




2011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 이후 13년을 기다린 끝에 김우민 선수가 일궈낸

자유형 400m 금메달!

13년 만에 다시 가장 높은 곳에서 펄럭이는 태극기와 함께 울려 퍼지는 애국가, 그리고 시상대 위에서

환하게 웃음 짓고 있는 김우민 선수.. 장면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가슴이 울컥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한 창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할 혈기왕성한 이십 대 초반,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목표하던 꿈을 이뤄가고 있는 청춘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아시안컵 축구를 보며 아팠던 마음이 수영 금메달로 위안을 받는군요.

13년 만에 다시 자유형 400m

금메달의 기쁨과 감동을 안겨준 김우민 선수, 너무나 장하고 대견할 따름입니다.

김우민 선수뿐만이 아니라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 모두 남은 경기에서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https://youtu.be/2 CL8 EC6 zSAQ? si=QS3 eCrBhG2 aAmM0 T

영상출처: 다음- 유튜브 tvn스포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 접영 50m 금메달을 선사했던 접영왕자 백인철 선수도 결승 진출을 이뤄냈습니다. 한국 수영 역사상 세계선수권 접영 50m 최초 결선 진출이라네요!

결승에서도 좋은 결과 얻길 응원합니다! 파이팅!!!

https://youtu.be/ZcUgP3TbjtI?si=r1uQMicCmMEsqW94

영상출처: 다음- 유튜브 tv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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