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뺨이 얼얼할 정도로 추운 날씨지만 마음이 갑갑하여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옷을 껴입고 운동 삼아 외출했다. 동네 가게에 들렀다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첫 장에서 시작되는 첫 문장처럼 '성근' 눈이 내렸다. 얼굴에 스치는 성근 눈발이 녹아 흐르고 안경에 입김이 서려 시이가 흐려졌다. 패딩 후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성근 눈이 나리는 서귀포 거리를 걸었다.
지난 연말 여고 동창인 친구와 함께 왔었던 'o'카페에 들렀다. 작년 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새로 문을 연 이 카페는 건강에 좋은 재료로 만든 다양한 빵을 직접 선택해서 음료와 함께 주문하여 오붓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즐기며 먹을 수 있는 곳이다. 12월 초에 친구와 함께 왔을 때는 봄날처럼 햇살이 참 따뜻하고 포근했었다. 한 달 여가 지나 해가 바뀐 1월의 오늘, 차디찬 눈발을 헤치고 혼자 와 보니 그때와는 또 다르게 기분이 남다르고 묘한 설렘이 느껴졌다.
올리브 치아바타와 카페라테를 주문하고 친구와 같이 앉았던 창가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에 혼자 앉아 따뜻한 카페라떼를 마시고 치아바타를 먹으며 창 밖 거리를 보았다. 어느새 눈이 그치고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니 답장이 왔다. 요즘 오른팔에 통증이 생겨 치료를 받고 있는 친구에게 안부를 묻자 친구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하면서 2월쯤에 제주도에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친구와의 카톡 대화를 마치고 창 밖을 보니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있었다. 한 달 전 이 자리에서 친구와 둘이서 조잘조잘 수다를 떨었던 시간이 그립다. 2월에는 다시 친구와 만나 원 없이 수다를 떨고 싶다.
카페에서 나와 겨울 오후의 햇살이 비껴드는 거리를 걸었다. 눈이 내리는 족족 녹아 젖었던 도로는 언제 눈이 내렸나 싶게 완전히 말라있었다. 서귀포 거리를 걸어 집에 도착할 즈음 이미 어둑어둑해졌는데도 속도를 내어 걸어서인지 오히려 패딩 단추를 풀어헤칠 만큼 몸이 더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만큼 내 마음과 감정 변화도 오락가락했던 하루였지만, 그래도 혼자 가보고 싶었던 'o'카페도 가보고 서귀포 거리 이곳저곳을 걷고 나니 조금은 후련하고 힐링을 받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