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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이민이야기 11 - 어느덧 이민 7년차

어느덧 독일로 이민 온 지 만 6년이 흘렀다. 처음 이민 생활이 시작되었을 때는 매일매일이 특별하게 느껴졌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생활의 많은 부분이 시간이 흐르면서 나에게 편하고 익숙한 것으로 바뀌었다. 이국적인 풍경의 거리들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거리가 되었다. 

이사 초기, 독일 문화를 배우던 시기에 우리의 무지로 인한 작은 행동들이 혹시 이웃이나 집주인에게 미움을 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거주 2년이 지나면서 그런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독일에는 거주자 보호법이 있어, 거주한 지 2년이 지나면 집주인이 세입자를 마음대로 내쫓을 수 없다. 또한, 계약한 집의 월세는 집주인이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고, 정해진 이율 안에서만 인상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6년 동안 월세는 딱 한번 50유로 정도만 인상되었고, 계약 당시와 큰 차이 없이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렇게 이 집에 정착하다 보니, 싫든 좋든 이제 이곳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가게 되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작은 독일식 아파트로, 한국의 대형 아파트 단지와는 형태가 다르다. 한 층에 두 가구가 있고, 총 4층인 8가구의 작고 아담한 빌라이다. 방 2개와 거실이 있는 이 집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기 방을 원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우리 부부가 거실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가끔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주변 시세가 인상된 것을 확인하면 이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도 월세는 한 달에 약 1000유로(한화 140만원)를 지출하고 있는데, 이제 비슷한 조건의 집을 다시 구하려면 1.5배에서 2배는 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이 영 마음에 안들고 또 그런건 아니다. 우리가 이 집을 구할 당시에는 독일과 이 지역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좋은 위치에 집을 구한 것 같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큰 숲과 강이 있어 얼마든지 가까이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숲이 가까이에 있기에, 다양한 운동 클럽(아이들 스포츠, 테니스, 축구 클럽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덕분에 아들은 축구클럽에서, 딸은 테니스클럽에서 주 1~2회씩 가며 운동을 배우고 있다. 중심가와 그리 멀지 않아 큰 마트나 쇼핑몰도 가깝다. 한동안은 혈장 헌혈을 정기적으로 하며 소소한 용돈을 벌기도 했는데, 베를린 전역에 몇 개 없는 헌혈 센터도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작년에는 유럽 영주권도 취득했다. 블루카드가 아닌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하며, 독일에서 60개월(5년) 동안 고용보험을 납부하면 유럽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남편은 영주권 취득을 위해 다니던 회사에서 철저한 ‘을’로서 최선을 다하였다. 5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직하더라도 어느 회사라도 계속 다니고 있다면 영주권 취득에는 문제가 없지만, 가정을 책임지는 입장으로서 가족을 불안정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싶지 않았는지, 5년 동안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어도 못 들은척 ,못 본척, 모르는척 하며 그렇게 숨죽이며 5년을 버텨냈다. 영주권을 취득하면 즉시 회사를 박차고 나올 것 같았지만, 그동안 회사 일에 익숙해지고 어느 정도 입지가 견고해져 현재까지도 잘 다니고 있다.

이민 생활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사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었다. 매일의 일상이 평범하게 느껴지면서 기록해야 할 필요성을 찾지 못하기도 했고,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치여 여유가 없기도 했다.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며 지난 6년을 되돌아보니 소소한 일상이라도 좀 더 기록해 둘걸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다시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나를 위한 기록으로, 우리 가족을 위한 추억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담아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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