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영리하게 움직여야 해요.
학교를 떠난 후,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의 두 해가 지나버렸습니다. 제 이름 뒤에 디자이너라는 표식도 이제 익숙해질 참이였는데, 3년차라는 태그까지 붙으니 걱정되고 고민되는 것들이 늘어만 갑니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도대체 잘하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인데요. 첫 직장, 첫 커리어로 지금 회사에 입사할 당시에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배움이였고 귀로 들리는 모든 것이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물론 모르는 것이 아직 너무도 많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니, 지금처럼 '열심히’만 해서는 성장 곡선을 이어나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 팀의 든든한 CPO인 테드와 제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 내용을 공유드립니다!
잘하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리고 잘한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요즘 디자이너들은 새롭게 접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배워온 것도 많아서 모두 디자인은 잘 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혹은 외부에서 ‘저 디자이너 잘한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대개 디자인 실력을 제외한 다른 무언가, 한 가지만큼은 꼭 뛰어난 점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비즈니스를 고민할 줄 안다던가,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던가, 엄청난 브랜딩 운영 능력을 가지고 있다던가 말이죠.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든 걸 다 잘하는 것보다 한 가지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이 나에 대한 여운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 디자이너 그거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는데’ 하면서요. 만약 모든 것을 잘 하는, 하나를 정말 잘하는 사람이 각자 남긴 인상의 총량이 같다면, 큰 임팩트를 주어야 머릿속에 더 긴 여운으로 남게 되는 거죠. 모든 곳에 같은 힘을 주지 않는 거예요. 이 말을 즉슨 내가 ‘잘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영리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닷물을 끓이려고 하지 말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일을 하는 것에 비유를 해보자면,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그 이상의 것을 노력하여 불가능한 것을 해결하려고, 해내려고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결국 일을 잘 한다는 ‘평가’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린 나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뭐가 필요한지, 그들의 사고를 중심으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함께 일하는 분들이 PM,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있는데요. 그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선택할 디자이너가 어떤 사람일지 생각해 보면, PM은 제품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세심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개발자에겐 개발 공수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그저 ‘디자인을 잘 한다’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선택하기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럼 내가 있는 상황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따라 매우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요.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에서 나의 화려한 그래픽 실력이 임팩트 있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해요. 상황이 원하는, 팀원들이 원하는 디자이너가 되어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 '일을 잘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역량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또 다른 과제일 테지만요.
근본적으로 '일을 잘한다’라는 것을 뭉뚱그려서 바라보면, 그래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우리는 아주 작은 것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해요. 나에게 일을 잘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에게 잘한다고 말해줄 사람은 누구인지, 왜 잘한다는 평가를 내리는지, 그 평가를 받기에 지금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그렇게 다시 작게 작게 들여다보면 결국 내가 이 회사에서, 지금 나의 상황에서 잘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