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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치리치 Dec 16. 2021

청춘고백

이 소설에 끝은 로맨스인가?

   강단이 알바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식당일이라고 해서 겁을 많이 먹었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매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알바를 했고, 사장님 아들인 오빠랑 같이 일하는 날이 많았다. 둘이 일을 해서 그런지 오빠가 학원가는 날이나 약속 있는 날이 아니면 저녁시간에 바빠져도 이 정도 일의 강도면 할만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바를 시작하기 전에는 처음 하는 알바라 걱정이 많았지만 강단은 알바를 하면서 세상이 그렇게 살기 힘든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힘들다면 손님들이 가끔 '아줌마'라고 부를 때 식당에서 일하면 나이 상관없이 아줌마가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해지는 정도였다. 뭐 그거 말고는 알바를 하면서 특별히 생활이 달라지는 부분은 없었다.


   "단이 야식 먹고 갈래?"


   다정한 말투로 여사장님이 집에 가려고 앞치마를 벗는 강단에게 말을 걸었다. 5시간을 음식을 치우고 차리고 냄새를 맡으니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아니에요. 저는 밤에는 잘 안 먹어서요. 먼저 들어가 볼게요."


   조금 어색하지만 웃음을 지으며 강단은 코트를 입고 목도리를 두르며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그래 조심해서가 춥다. 수고했어."


   사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운동화를 챙겨 싣고 밖으로 나오며 주섬주섬 주머니 속 무선 이어폰을 끼우고, 음악을 찾으며 나왔다. 순간 예상보다 찬바람이 얼굴을 강타했다.


  "아오."


  따뜻한 곳에서 나오니 순간적으로 훅 불어오는 찬바람에 본인도 모를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어제 비 오더니 진짜 춥네 비오기 전에는 진짜 별로 안 추웠는데.'


  30분이 걸리는 길이 일주일을 왔다 갔다 해보니 그다지 멀지 않게 느껴진다. 집으로 가는 길 아파트 단지의 조명이 반짝거리고 연말 기분이 물씬 나고 있다.


  '작년에는 눈이 많이 왔던 거 같은 데 올해는 12월인데도 아직 눈이 안 오네.

  걸어서 그런가? 아까는 엄청 추운 거 같았는데, 뭐 별로 춥지도 않네, 계속 이렇게 안 추웠으면 좋겠다. 추운 거 진짜 싫은데... '


   강단은 겨울이라는 계절이 싫었다. 쓸쓸하기도 하고 이맘때면 만남보다는 이별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별이라는 이미지가 좋은 이미지가 아니니 겨울은 싫다는 느낌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귓속에 들리던 음악이 꺼지고 전화가 걸려 들어온다.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확인하니 꼴통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10년 된 동네 남사친 이혁이었다.


  "여보세요? 어? 아르바이트 끝나고 집 가는 길, 어. 좀 춥네? 넌 어딘데? 집? 집에서 뭐하는데? 그냥 있어? 운동은? 운동 다닌다더니 근육 좀 붙은 거 같아? 뭐야~ 구라 좀 치지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간지 3일 만에 펌핑이 되냐? 내가 암만 몰라도 그 정도는 알거든? 암튼 꼴통 새끼, 웃겨. 응? 집 도착하려면? 한 10분은 더 가야 돼. 아! 왜 심심해? 나 심심할까 봐 전화한 거라고? 나 안 심심한데 경보 수준으로 노래 들으면서 집에 가는데 뭘 심심해. 오늘 알바? 괜찮았지. 뭐 별거 있냐? 맞아. 썐척해봤어. 응 근데 진짜 할만하기는 해. 처음에 걱정했던 거랑은 좀 다르더라고 식당이 힘들다고는 하던데 내가 다른 건 안 해 봐서 강도 차이를 모르겠네? 너는? 알바 안 하고 운동만 하려고? 알바 하긴 할 거라고? 근데 빨리 잡아야 하지 않을까? 나중 되면 자리 없을 것 같은데? 공장 가서 일한다고? 그건 식당보다 더 힘들 거 같은데? 그건 거의 출근이잖아? 그리고 단기는 잘 안 뽑는다고 하던데?... "


   혁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가 보니 집에 거의 다 도착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집으로 가는 길이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20년을 넘게 살면서 별일 없이 지나던 길이였고, 아무 사고도 난 적이 없어서 마음속은 두근두근 했지만 강단은 씩씩한 척 빠르게 걸었다.


"엄마야!!"


    골목이 끝날 즈음에 모자를 쓴 남자가 서 있어서 강단은 본인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야. 야! 나야 뭘 그렇게 놀래."


"아씨! 너는 왜 거기 서있어. 아니?! 방금까지 나랑 통화했잖아?"


"어... 아 그냥 몸이 찌뿌둥해서 산책 나왔지."


"뭐야 진짜~ 나오면 나온다고 말을 하던가,  날도 추운데. 놀랐잖아!!”


"야야! 그렇다고 뭘 때리고 그래 아파! 너는 네가 여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여자가 때려도 아프다고!"


강단은 괜한 어색함에 혁이의 등과 팔을 마구 때렸다.


강단은 순간의 어색함과 심장의 두근거림이 놀라서 그런 건지 언 듯 남자로 보인 친구에게 느껴지는 감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알지만 쑥스러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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