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선한 저녁에..
여보 안녕.
입추가 지났다더니 이제 저녁이 되면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
퇴근하고 겨우 씻고 소파에 누워 잠깐 눈을 붙였는데
열어 놓은 창문으로 불어오는 잔바람에 나도 모르게 잠깐 잠이 들었다 깼어.
이렇게 선선해진 저녁을 한 달 정도만 더 지내고 나면 곧 여보 생일이야.
처음 내가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꽂고 노래 불러주고 하던 날이 생각이 나.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이벤트였는데,
생일케이크에 초를 켜고 누군가 노래를 불러준 게 처음이라고 많이 감격하던 여보 모습…
시골집에선 그냥 평일과 다름없는 날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
다사다난한 가정이었지만, 간간히 이벤트는 치르고 지나가는 우리 집과, 무탈한 듯 보이지만 또 무심하기도 한 여보 가정 중 어느 가정이 더 나았을까…
나에게 너무 소중한 당신이 그런 행복감을 처음 느꼈다는 말에 마음 한켠이 아려오더라.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대도 파워F 인 나는 앞으로 내가 많이 해줄게. 하며 마음 아파 했겠지만,
여보가 그런 말을 하니까 정말 평생 내가 줄 수 있는 행복은 모두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이렇게 작은 거라도 서로 주고 받으며 행복해 할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다는 생각과 함께…
난 받기만 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줄수록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더라.
그게 진짜 나인건지, 상대가 여보여서 그랬던 건지는 그런 감정이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아직 해주지 못한 게 너무 많은데..여보도 그곳에서 같은 마음일까…?
우리가 닿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동안 꿈에 자주 나와주다가, 요즘엔 통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잘 못 만나네..
매일 생일처럼 그곳에서 할머니랑 자두랑 즐겁게 지내다가 가끔 내 꿈에도 들러줘 여보. 많이 보고 싶어.
또 편지 쓸게. 사랑해.
2025. 8. 18. 당신 아내 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