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시관광기념품전시판매장

9월, 조금 더움, 시작일기

by 이수연

지하철 끝

그는 전단지를 건넨다


파마머리 당신은

조금 지쳐 보인다


파란 페인트로 칠한 전단지

색이 너무 선명해서 눈이 멀 것 같았다


지나가는 나에게

당신은 어떤 믿음으로 인사하는가


유년시절 당신을 생각한다

또, 어디서 전단지를 건넵니까


만날 수 없는 그를 그리워하는 기분

그런 걸 기도라고 부른다지


그렇게 밤


심지는 젊음

녹는 양초가 태우는 빛


쓰레기통이 새벽을 매달고 달린다


부유하는 밤의 먼지가

배수구로 빨려 들어간다







⋯⋯⋯⋯⋯⋯⋯⋯⋯⋯⋯⋯⋯.




낭떠러지에는 비명이 살고

비명을 삼키려고 그들은

벌린 입아귀에

주먹 대신 나무둥치를 쑤셔 넣는다.

비명을 받아먹으며

낭떠러지에서 사육되는 나무들의

유일한 취미는

추락하는 자의 옷자락을 거머쥐는 것이다.


놓아줄까 말까 그들이

낄낄대는 동안 절벽의 여행자는

눈을 감지도 뜨지도 못한다.


달의 코르크 마개가 열릴 때까지



-진수미, 「⋯⋯⋯⋯⋯⋯⋯⋯⋯⋯⋯⋯⋯.」 전문



화면 캡처 2025-09-15 101319.png 진수미 시인


1970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다. 서울시립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Vaginal Flower> 외 5편의 시로 1997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달의 코르크 마개가 열릴 때까지』 『밤의 분명한 사실들』,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간 뒤』, 연구서 『시와 회화의 현대적 만남』, 미술평론서 『연대의 포에틱스, 열정과 초연 사이』가 있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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