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마지막날, 시작 일기
방학이 끝났다는 사실에
마음이 바빴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
불안함을 잠재우려고
지금 읽지도 않을 시집을 샀다
책을 정리하다가
한때 직장의 규정과 공문을 봤다
나는 이런 세계에 살았구나
버리지 못한 것에는
이름과 숫자가 적혀 있었다
오늘 남겨두는 것이
유품의 목록처럼 느껴져서
나를 증명하는 방식은
이토록 사소하고 작은 일
차곡차곡 담아 비우는 일
슬프지는 않았다
♧
반짝이며 내려온 것들이
다시 어떻게 올라가는지 보려고
아침엔 가장 먼저 눈을 비볐다
누군가가 매일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최선을 다해 의심했다
새벽은 허깨비에 불이 켜지는 시간
눈부심을 이기지 못해
어두운 이야기를 자꾸 데려오는 우정에 대해서
생활고에 아이를 솎아내려고 목을 졸라 죽였다는 일본의 마비키 풍습을 전해 들은 적 있다
만질 수 없는 아름다운 것의 목록을 적다가
인간의 악필로 실수를 범하게 된 이야기가
자정 무렵 입에서 입으로 밀입국한다
강물의 출렁임을 털어주기 위해
햇빛이 부서져 내린다
낚싯대 팽팽해지는 내려오는 힘과
올라가는 힘이 부딪칠 때 안간힘을 배웠고
땅에 묻힌 슬픔을 가져가기 위해
간밤의 비가 이토록 쏟아지는 중이니까
의심을 철회하던 날이면 그럭저럭이라는 말을 들었다
모든 게 다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코트에 묻은 눈송이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정말 알게 될까 봐
글썽거리려 할 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서윤후, 「Glitter」전문